홍수희 시인
1995년 문예지 ‘한국시’로 신인상을 수상 하면서 등단, 이육사문학상 본상, 부산가톨릭문학상 본상 수상.
[함께 읽기] 우리는 때가 되면 마땅히 버려야 할 게 있으면 버려야 하건만 제때 버리지 못해 스스로의 삶을 옭아맬 때가 많다. 명예욕 물욕 독점욕 등의 욕심도 그렇고, 사랑이란 이름의 집착도 그렇고, 나 혼자만 잘살겠다는 몸부림도 그렇고...
하지만 시인이 보는 나무는 그렇지가 않다. 버려야 할 게 생기면, 즉 잎을 떨어뜨려야 할 때가 되면 '여윈 가지를 부르르 떨며 전율할지언정' 떨쳐 낸다.
어쩌면 누더기(낙엽)라도 걸치고 있으면 겨울나기에 도움도 되련만 새봄을 맞이하는 자세론 옳지 않다고 여겨선지 가차 없이 버린다. "아직 내 안에 팔랑이며 소란스러운 / 마음 가지 끝 빛바랜 잎새들이 있습니다" '소란스런 마음가지'를 시인은 ‘저 오래된 집착과 애증과 연민’이라고 했는데 정말 우리는, 평범한 우리는 그걸 끊지 못해 스스로의 삶을 '고해(苦海)'로 만든다. "이제는 안녕, 이라고 말해"야 함에도 그러지 못한다. 그러기에 우리는 또 많은 나날을 더 괴로워해야 하나 보다.
다행히 이 시는 다음 시행으로 끝을 맺는다 "물론 나에게도 쉬운 일은 아니지만" 그래도 버려야 할 건 버려야 한다고.
한 해가 저물어 가고 있다. 올해 한 일 가운데 반성할 일, 내년 할 계획 다 미루고, 버려야 할 목록부터 작성함이 어떨는지.
[전국매일신문] 서길원 大記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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