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세 법정 정년연장, 주 4.5일제 ‘노동시장 격차’ 줄이면서 시행할 수 있을까요?

2025-07-17

‘65세 법정 정년연장’과 ‘주4.5일제’는 새 정부의 가장 큰 노동 현안이면서도 쉽게 추진하기 어려운 난제다. 노동시장의 이중구조가 심각한 탓에 구체적 논의가 부족한 상태에서 시행했다간 노동시장 격차를 더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17일 취재를 종합하면, 노동계와 전문가들은 올해 하반기 정년 연장과 주4.5일제와 관련해 노동시장 격차를 줄일 수 있는 구체적 논의를 해야 할 시기라고 지적했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는 16일 인사청문회에서 법정 정년연장에 대해선 “연금 수급 시기 고려했을 때 올해 진행해야 한다, 사회적 대화를 통해 잘 논의하겠다”고 했고 주 4.5일제 시행에 대해선 “일단 가능한 곳부터 시범사업을 하겠다”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정년연장 해법과 관련해 “사회적 대화를 통해 합의를 이끌어내겠다”는 부분은 강조했지만 정년연장 방식에 대한 질의에는 말을 아꼈다. 국민연금 수급 연령은 현재 63세부터 2028년 64세, 2033년 65세로 올라간다. 이에 따라 정부는 법정 정년을 단계적으로 연장하는 입법을 연내 완료할 계획이다.

경영계가 ‘퇴직 후 재고용’을 주장하는 상황에서 이재명 정부는 ‘65세 법정 정년연장’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우려되는 지점은 2016년 정년을 60세로 연장했을 때처럼 대기업·공공 부문 노동자 중심으로 혜택을 볼 수 있다는 점이다. 정년을 60세로 연장한 이후 실제 정년퇴직을 한 노동자는 대기업·공공 부문 중심으로 전체의 15% 정도로 추산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퇴직 후 재고용’ 방안이 오히려 격차가 벌릴 수 있다고 평가했다. 사회 전체로 봤을 때 더 효용감이 떨어지는 방식이라는 것이다. 국정기획위에 참여하고 있는 정흥준 서울과학기술대 경영학과 교수는 “노동조합이 없는 사업장이 85% 정도 된다. 노조가 있고 규모가 큰 사업장에서는 기존의 노동 조건을 유지하면서 정년 연장을 하겠지만 나머지 회사들은 재고용 촉탁직 형식으로 계속 고용을 할 가능성이 크다”며 “그렇게 되면 임금격차가 더 커지기에 오히려 정년에 따른 이중구조가 확대될 수 있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의 ‘정년 연장 태스크포스(TF)’에 참여하고 있는 김성희 고려대 노동대학원 교수도 “하청 노동자 등 간접 고용 형태도 정년연장의 영향을 간접적으로 받는다”며 “보편 적용을 위해서 오히려 법정 정년 연장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사업장 규모와 고용 형태에 따라 다양한 접근 방식이 필요하다고 봤다. 정 교수는 공공기관 사업장은 정년 연장을 할 경우 당분간 그 인원만큼 ‘정원 외’로 잡는 방식을 제안했다. 그는 “청년들의 고용을 줄이지 않을 수 있는 방안”이라며 “한국의 공공 부문 취업률이 전체의 11% 정도인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이 18% 정도”라며 “공공 부문 인력을 늘려 청년 고용을 하고 정년 연장을 하면 세대 상생형 정책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공공 부문의 총액인건비제도를 없애고 청년과 비정규직 고용의 실적을 드러낼 수 있는 고용공시제를 전면 개편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김 교수는 “정년 연장으로 인한 고용 증가가 신규 채용 감소로 이어지지 않도록 하는 장치가 필요하고 고용공시제를 전면 개편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소기업은 정부가 지원하면 더 효과적으로 정년을 연장할 수 있다. 김 교수는 “먼저 정년연장을 도입하는 기업에 정부가 지원하면 중소기업에 정년연장 제도를 우선 도입하는 효과가 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최근 민주당 정년연장 TF 논의에서 노동계가 “산업·업종 특성에 따라 (60세 이상 노동자의) 직무와 노동시간 조정, 임금체계 개편 여부를 노사 협의·교섭으로 정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 경영계가 환영의 뜻을 밝힌 상황이다. 입법 사항인 정년연장과 노사자율 결정 사항인 임금체계 개편은 별도 문제라는 뜻이지만 향후 논쟁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정 교수는 “연공형 임금 체계를 갖고 있는 경우 임금에 대한 재논의가 필요하다”며 “현재 임금의 70~80% 정도 받고 유연근로를 통해 주 4일제, 3일제 근무를 하도록 해 노후 준비도 하고 기업 복지도 받을 수 있도록 노조 양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사용자의 숙제도 있다. 김 교수는 “단계적으로 정년연장을 적용할 때 ‘재고용 방식을 배합하는 방식’도 가능하다”라며 “그러려면 그 사이에 직무 체계를 새롭게 만들거나 새로운 체계에 맞게 배치할 수 있는 제도를 구축하는 것이 사용자의 숙제”라고 말했다.

특수고용직·플랫폼 노동자·프리랜서 등 비정형 노동자들은 정년연장 제도의 수혜를 입을 수 없다. 8월부터 노동계는 국회 토론회를 통해 이들에 대한 노후 소득 보장 방안에 대한 논의를 시작할 계획이다. 부분실업급여, 퇴직연금 의무 가입, 그를 위한 재정 지원 방안 등이 논의될 예정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 3일 기자회견에서 대선 공약이었던 ‘주 4.5일 근무제’에 대해 사회적 논의를 통해 점진적으로 해나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다만 근로기준법 개정을 통해 일정 시점에 시행하진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노동부는 국정기획위에 주 4.5일제를 실시하는 기업에 ‘일자리 장려금’을 주거나 근로시간 단축으로 신규 채용을 하는 경우 장려금을 지원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내년 예산안부터 반영될 전망이다. 정부는 OECD 평균에 맞게 실노동시간 감축을 위해서 포괄임금제를 폐지하고 연차휴가를 활성화하며 퇴근 후 SNS 금지 등 정책을 병행할 계획이다.

16일 인사청문회에서 안호영 국회 환경노동위원장은 “우리 아빠는 토요일, 설날, 추석에만 쉬기 때문에 여행 갈 기회가 많지 않다. 이번 여름방학에는 길게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싶다”는 초등학생의 사연을 소개했다. 김영훈 후보자는 “자칫 양극화를 심화시킬 수 있거나, 지금도 52시간제를 그림의 떡으로 여기는 영세 노동자들과의 격차가 벌어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지금 제도의 사각지대 있는 분들 잘 메우는 것이 급선무라 생각한다”고 답했다.

노동시간이 단축되면 비정형 노동자가 늘어날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도 나온다. 정 교수는 “기업은 노동시간 규제를 안 받는 특수고용직·플랫폼 노동자·프리랜서 등 비정형 노동자를 늘리는 전략을 펼텐데 이들에 대한 사회 안전망 강화를 위한 다른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점규 직장갑질119 기획위원은 “정부는 현재 일을 많이 해야만 돈을 벌 수 있는 사람들의 노동시간을 줄이는 방법부터 내놔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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