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더유니온 울산지회 “폭염 속 안전협의체 구성 촉구”

2025-07-17

[울산저널]이승진, 김형균 기자=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라이더유니온지부가 울산지회(지회장 김기호)를 포함해서 7월 16일 전국동시다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번 기자회견에는 울산을 비롯해 서울, 창원, 부산, 대전, 충북, 경기, 인천 등 8개 지부가 함께했다. 이들은 배달라이더 안전과 기본권 보장을 위한 ‘(가칭)배달라이더 안전협의체’ 구성을 요구한 뒤 오후 3시에는 쿠팡 본사에서 기자회견을, 오후 6시부터 앱오프 집중행동을 진행했다. 7월 16일은 공교롭게 ‘배달의민족’(이하 배민)이 하청사 등급제를 시작하는 날이자 고용노동부 장관 인사청문회가 예정돼 있었다.

이들은 배민이 라이더에게 공지한 프로모션을 공개한 후 “하청사 등급제는 하청사 중 배민이 요구하는 조건(라이더 콜 수락률, 시간대별 처리물량)을 달성하는 사업주에게 수수료를 더 높게 지급하겠다는 것”이라며 “배민은 하청사 등급제로 라이더를 더 강도 높게 쥐어짜도록 부추기고 있다”고 규탄했다. 그러면서 “온열질환을 유발하는 프로모션, 지휘감독을 강화하는 하청사 등급제에 쓸 돈을 모아 라이더의 생계 보장을 위한 기본운임을 현실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많은 노동자가 생계를 위해 배달노동에 뛰어들고 있는 상황이나 산재 1위 통계가 보여주듯 노동환경은 너무나 위험하고 착취적인 상황”이라며 “향후 플랫폼과 같은 비정형 노동에 대한 사회적 기준을 만들어가야 하므로 배달라이더 협의체는 그 시발점이 될 수 있을 것”이라 밝혔다. 그러면서 “배민·쿠팡은 노동자 시민의 안전을 위한 라이더 유상보험 의무화조차 수용하지 않고 경쟁적으로 운임을 삭감하는 등 일종의 적대적 공생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직격했다.

해외에서는 배달 라이더의 노동자성을 인정하고 실질적인 보호 조치를 마련하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스페인은 지난 2021년 5월, 음식 배달 플랫폼 기업의 배달 라이더를 '자영업자가 아닌 근로자'로 추정하는 이른바 '라이더법'을 승인했다. 이 법안은 '알고리즘 공개' 등 전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힘든 파격적인 내용을 담고 있으며, 스페인 대법원의 판결을 기반으로 노동계와 경영계의 협상을 통해 도출된 결과물이다. 이를 통해 1만6000여 명의 라이더가 근로자로 인정받게 됐다.

미국 뉴욕시는 배달 노동자에게 최저임금을 적용한 지 꼭 1년이 됐다. 뉴욕시는 지난해 시간당 17.96달러였던 배달 노동자 최저임금 시급을 올해 18.96달러, 그리고 2025년에는 19.96달러로 매년 1달러씩 인상하고 있다. 뉴욕시의 배달 노동자 최저임금은 단순히 기본급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자전거 관리비와 전화비용, 산재보험료까지 포함하여 구성된다는 점이 특징이다.

하지만 한국은 여전히 배달 노동에 대한 법적, 제도적 기준이 전무하다. 폭염 시기 조치, 운임 기준, 보험 가입 여부, 면허 요건, 배달 대행사 운영 기준 등 무엇 하나 명확한 기준이 없다. 결국 모든 정보와 권한을 독점한 플랫폼사가 모든 결정권을 행사하며, 배달 라이더는 이를 따를 수밖에 없는 구조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러한 불공정한 구조를 왜 방치하고 있는지, 국회는 청문회를 열면서 왜 배달 노동자의 목소리를 외면하는지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노조는 “배달노동에 대한 최소한의 기준을 만들기 위해선 모두가 한 테이블에서 협의할 수 있어야 한다”며 “배달노동에는 법령과 제도적인 미비점이 많으므로 국회와 정부가 협의를 함께해야 실질적 변화가 가능하다”고 촉구했다. 이어 “현재 배달앱과 관련해서는 상점주 분야의 사회적대화가 진행 중인 상태로 배달라이더 분야는 아직 다뤄지지 않고 있다”며 “배달라이더는 배달앱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으므로 라이더 없이 배달앱 상생은 불가능하다”고 협의체의 조속한 구성을 재차 요구했다.

다수의 라이더가 핵심적으로 제기하는 문제는 “불투명한 운임 기준과 이로 인한 운임삭감”이다. 이들은 “현재 배민·쿠팡은 라이더가 받는 건 당 운임 기준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며 “기본운임은 어디까지인지, 거리별 할증은 어떻게 지급되는 것인지, 타임어택(시간제한) 미션은 무슨 기준으로 주는 것인지 등 모든 것이 가려져 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말 그대로 주는 대로 받아야 하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이들이 전업 라이더 명세서를 분석한 결과 2024년과 2025년 4~6월 건당 평균단가는 700원에서 1100원까지(15~30%)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배민·쿠팡이 하청을 통해 라이더착취를 더욱 구조화하고 있다”며 “하청에 콜을 우선 배정하는 대가로 하청 라이더 운임을 더욱 삭감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나마 “일반 배민·쿠팡 라이더는 2000원 이상의 운임을 받고 있으나 하청사 라이더는 1000원대 운임을 받는 상황”이라며 “하청사는 규모를 더욱 키워 지역별 총판체제를 갖추고 있고 라이더에게는 2중, 3중의 수수료를 부과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이어 “하청 내에선 라이더를 상대로 불법 부당행위(탈세, 불법대부업, 사기, 계약 해지 요구 거부 등), 불법적 채용(타인 명의 도용 취업 등), 산재·고용보험료 전가 등 다양한 사건이 발생하고 있다”면서 “배민 하청에서 발생한 부당노동행위 사건(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배달플랫폼노조 하청사 운영 사건)은 아직 그 진상조차 제대로 드러나지 않은 상태”라고 고발했다. 여기에 “배민은 하청사도 등급제를 시작해 하청사 간 라이더착취 경쟁을 시키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진웅 사무국장(라이더유니온지부 울산지회)은 “배달의민족은 생계에 나선 민족을 벼랑 끝으로 몰고 있는 나쁜 민족이고 쿠팡의 상생은 하청에게 전가되는 일방적 희생”이라면서 “정부는 더 이상 모른 척하지 말고 지금 당장 배달라이더 안전협의체를 구성하고 노조법 2조·3조를 즉각 개정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주영 준비위원장(라이더유니온지부 울산지회 중부분회)은 “공정거래위원회는 왜 존재하고 국회는 왜 청문회를 여는지?”라고 지적하며 “말뿐인 논의가 아닌 (정부와 공정거래위원회의) 행동이 필요할 때”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가칭)배달라이더 안전협의체 의제로 △안전운임제(최저보수제) 도입(과도한 프로모션 제재, 기본운임 현실화 등) △산업안전보건법 전면 적용(하청사 불법행위 및 산재 발생 관련 원청의무 강화, 폭염·폭우 등 기상악화 대책, 라이더 위험성 평가, 쉼터 설치 의무, 알고리즘 공개 등) △유상보험과 안전교육 등 라이더 자격제 및 대행사 등록제 도입 △라이더 개인정보 보호(GPS 24시간 강제 시행, 명의도용 방지 등)를 제시했다.

이승진, 김형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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