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국기 비슷해서? "이케아 방화 배후에 러시아"
러 전승기념일에 화재…리투아니아서 우크라인 기소
(베를린=연합뉴스) 김계연 특파원 = 리투아니아 당국이 지난해 5월 수도 빌뉴스의 가구업체 이케아 매장에서 발생한 방화 사건의 배후로 러시아를 지목했다.
LRT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리투아니아 검찰은 17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국적 10대 2명을 테러 등 혐의로 기소하며 러시아군 정보당국과 관련된 인물들이 사주한 정황이 있다고 밝혔다.
아르투라스 우르벨리스 조직범죄·부패수사부 검사는 "범행이 일련의 중개인을 통해 러시아와 연결됐다. 용의자들은 배후의 핵심 인물이 누군지 알지 못했다"며 우크라이나인뿐 아니라 리투아니아인과 러시아인도 사건에 연루됐다고 말했다.
용의자들은 지난해 4월19일 리투아니아 북부 샤울라이의 이케아 매장을 정탐했고 5월8일 오후 8시53분 폭발물을 설치했다고 검찰은 밝혔다.
화재는 이튿날 오전 4시께 발생했고 당시 건물 안에 10여명이 있었다. 용의자들은 지시에 따라 화재를 촬영하고 범행 장소를 수습한 뒤 폴란드 바르샤바로 이동해 수고비로 BMW 530 승용차를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우르벨리스 검사는 "이 사건에는 많은 상징성이 있다"며 이케아 상징 색과 화재가 발생한 날짜를 정황 증거로 제시했다. 이케아 로고의 노랑·파랑이 우크라이나 국기 색과 같고 러시아 전승기념일인 5월9일에 불이 났다는 것이다.
수사당국은 용의자가 라트비아에서 또 다른 테러를 모의한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작년 5월13일 버스를 타고 라트비아 리가로 가던 용의자를 체포했다고 밝혔다. 또 이들이 지난해 5월12일 폴란드 바르샤바 쇼핑센터 '마리빌스카 44'에서 발생한 대형 화재와도 관련이 있는 것으로 추정했다.
리투아니아와 폴란드 등 러시아와 가까운 동유럽 국가에서는 사보타주(파괴공작)로 의심되는 방화·폭발 사건이 잇따르고 있다. 폴란드 검찰은 지난해 4월 공구 체인점 'OBI' 바르샤바 매장에 불을 지른 혐의로 최근 벨라루스 국적자를 기소했다. 폴란드 당국은 현재 약 30건의 사보타주 모의·실행 사건을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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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계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