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7억 주고 갱단원들 ‘죽음의 감옥’에 보낸 트럼프

2025-03-17

트럼프 정부, 법원 중단 명령 사실상 무시

베네수엘라 갱단원 엘살바도르로 추방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법원의 중단 명령에도 베네수엘라 갱단원을 비행기에 태워 해외로 추방했다. 이민자 추방에 해당 법을 이용해서는 안 된다는 법원 명령은 사실상 무시됐다.

미국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은 16일(현지시간) 트럼프 행정부가 적성국 국민법을 적용해 미국 내 베네수엘라 갱인 ‘트렌 데 아라과’의 단원으로 의심되는 200여 명 가량을 엘살바도르로 추방했다고 보도했다.

이번 베네수엘라 갱단원 추방은 미국 연방 법원의 중단 명령에도 단행됐다. 미국 워싱턴DC 연방지법 보아스버그 판사는 이날 트럼프 행정부가 ‘적성국 국민법’(Alien Enemies Act)을 적용해 갱단원들을 추방하는 것이 적법한지 판단할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즉각 중단”을 명령하며 이들을 태운 비행기의 기수를 돌릴 것을 지시했다.

하지만 미국 행정부는 이를 거부했다. 인터넷 매체 액시오스에 따르면 백악관 관리들은 비행기에 선회 명령을 내릴지 논의한 뒤 변호팀의 조언에 따라 추방 작전 지속을 결정했다.

추방된 갱단원들은 곧장 엘살바도르 정부가 운영하는 초대형 감옥 ‘세코트’(CECOT·테러범구금센터)에 구금됐다.

나이브 부켈레 엘살바도르 대통령은 이날 인스타그램을 통해 머리와 수염을 밀고 수갑을 찬 채 이송되는 갱단원들의 영상을 공개했다. 부켈레 대통령은 “이들은 즉시 최대 4만명 수용이 가능한 테러 감금 센터로 보내졌다”고 전했다.

영상에 담긴 장면들로 보아 추방 대상자들이 항공편으로 엘살바도르에 도착한 시점은 15일 밤으로 추정된다.

캐럴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성명서를 내고 보스버그 판사의 명령에 적법한 근거가 없다면서 추방 대상자들이 이미 미국 영토를 벗어난 시점에 법원 명령이 내려졌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백악관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1798년 제정된 적성국 국민법을 발동하며 “현재 미국이 베네수엘라의 한 갱단에 침략받고 있다. 적대국 출신 불법 이민자를 청문회 없이 즉각 추방하겠다”고 선포했다.

AP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부켈레 대통령이 이끄는 엘살바도르 정부에 600만 달러(87억원 상당)를 지불하고 중남미에서 활동하는 국제범죄조직 ‘트렌 데 아라과’(TdA) 조직원 300여 명을 1년간 수감토록 하는 계약을 맺었다.

추방 사실이 알려지면서 트럼프 행정부가 사법부의 명시적 명령을 무시했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트럼프 비평가로 활동한 국가안보 분야 변호사 마크 S. 자이드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엑스(X)에 “법원 명령이 무시됐다. 이제 진정한 헌법적 위기가 시작될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절차 시작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4년만에 권좌에 복귀해 올해 1월 20일 2기 임기를 시작한 이래 멕시코 등 중남미에서 오는 불법이민자들에 대한 단호한 대처를 강조해왔다.

김기환 기자 kk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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