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태권도연맹(WT) 시범단이 중국 장쑤성 우시의 타이후 인터내셔널 엑스포 센터에서 열린 2025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 개막식에서 퍼포먼스를 선보인 24일.
새하얀 도복 차림의 22명 시범단 사이에 브라이언 칼라무(20)가 있었다. 탄력이 넘치는 몸으로 절도 있는 태권도 동작과 춤사위로 이날 공연의 하이라이트를 책임졌다.
브라이언은 하루 뒤인 25일 기자와 만나 “WT 시범단의 일원으로 공연을 잘 마치고 박수를 받으니 ‘국뽕’이 뭔지 알겠더라”면서 “오랜기간 공들였던 시범이 끝났으니 하루 빨리 집에 돌아가 컵라면에 제육볶음을 곁들여 먹고 싶다”라고 말했다.

브라이언은 2002년 경기도 안산시에 정착한 아버지 옝기졸라 칼라무와 어머니 미셰린 무수마리의 사이에서 태어났다. 국적은 콩고민주공화국이지만 한국에서 태어나 한국에서 자랐고 한국어로 말하는 한국 청년이다.
브라이언은 “최애 음식은 부대찌개다. 한국에서 태어나 한국에서 자랐으니 한국 사람이라는 생각이 더 강하다”라며 “많은 분들이 ‘콩고 왕자’라는 애칭으로 유명한 방송인 조나단을 빗대 태권도의 조나단으로 불러주신다. 기분이 좋지만 난 아직 이룬 게 많지 않다”고 말했다.
태권도를 사랑하게 되면서 스스로를 더욱 ‘한국인’이라고 생각하게 됐다. 브라이언은 중학생 시절 시장을 지나가다 태권도장에서 흘러나온 기합 소리에 입문을 결심했다. 겨루기나 품새가 아닌 시범으로 길을 잡았다.
브라이언은 “유튜브에서 태권도 시범을 우연히 보고 흠뻑 빠졌다”면서 “이게 바로 내 길이라는 생각을 했고, 나도 이런 시범으로 태권도를 세상에 알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브라이언의 꿈은 현실이 되어가고 있다. 경희대 태권도학과에 재학 중이던 지난 7월 WT 시범단의 부름을 받았다. 브라이언은 경주시 한국수력원자력에서 처음 동료들과 호흡을 맞추었고 8월 무주 그랑프리에서 정식 데뷔했다. 그리고 첫 국제 무대였던 이번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이름을 널리 알렸다.

브라이언은 전세계에서 히트한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 OST인 소다팝의 리듬을 갖고 노는 역동적인 시범을 선보여 갈채를 이끌어냈다. 리드미컬한 춤선과 태권도 특유의 힘찬 발차기가 절묘하게 어우러졌다. 조정원 WT 총재는 “태권도가 한국의 국기인 동시에 세계인의 스포츠라는 걸 보여준 장면”이라고 말했다.
브라이언은 “공연을 하기 전에는 긴장했지만 사람들의 시선을 빼앗겠다는 각오로 최선을 다한 게 통했다. 내 제스처나 표정에 다들 관심을 가져주시더라”며 “박수가 나올 때는 케데헌의 인기와 국뽕을 실감했다”고 말했다.
자신도 모르게 ‘국뽕’이라는 표현을 하며 멋쩍게 웃었다. 브라이언은 “한국인이라는 마음으로 살고 있지만 국적에 대한 고민이 있다. 한국인이 되고 싶어 귀화를 조금씩 준비하고 있다. 부모님도 응원해주시고 있다”고 말했다.
브라이언은 태권도를 세상에 알리는 자신의 꿈이 이제 시작이라 말한다. 11월에는 아프리카 적도기니로 날아가 공연할 계획이다. 브라이언은 “한국 밖으로 나온 것도 비행기를 탄 것도 이번이 처음이라 설레지만 철저한 한식파라 걱정이 많다”고 말했다.
그래도 브라이언은 동료들과 함께하면 어디라도 가겠다는 각오다. 브라이언은 “아직 부족한 난 동료들이 만들어놓은 판에서 최선을 다해야 한다. 다행히 부모님 사이에서 배운 불어는 자신있고 영어도 어느 정도는 된다”고 힘주어 말했다.
동생 제이든도 태권도 시범단의 길을 걷고 있다. 형이 롤모델이다.
브라이언은 “4살 어린 동생은 앞에선 아닌 척 하면서도 사람들 앞에선 (WT 시범단에서 활약하는) ‘우리 형이 멋있다’고 한다. 태권도로 먹고 살겠다는 마음다짐으로 이 자리까지 왔다. 부모님을 내 공연에 당당히 초대할 날이 올 때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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