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구실을 뛰쳐나온 휴머노이드가 우리 일상생활에 얼마나 잘 스며들지 가장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로봇 기업이 되겠습니다.”
최인현 로보터블 대표는 인공지능(AI) 기술 발전으로 최근 급부상한 휴머노이드와 기존 로봇의 가장 큰 차이점으로 사람 행동반경과의 '접점'을 꼽았다. 로봇 작업을 위한 자동화 장비가 필요 없어지면서 사람이 일하던 자리에 바로 투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로보터블은 F&B(외식)산업 현장의 높은 업무강도와 비효율적인 프로세스 등의 문제를 로봇으로 해결하겠다는 목표로 최 대표가 2020년 설립한 스타트업이다.
이 회사는 최근 산업통상자원부의 'K휴머노이드 연합' 참여 기업으로 최종 선정됐다. 2030년까지 정부, 학계, 제조·부품기업, 수요기업 등이 협력해 휴머노이드 산업 생태계를 조성하는 국가 주도 대형 프로젝트다.
로보터블은 외식산업에서의 로봇 운영 경험과 AI 기반 제어기술을 바탕으로 휴머노이드 기술의 실사용 사례 기반 확장성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는다.
최 대표는 “로보터블 창업 전 외식업에 몸담은 적이 있었는데 고된 현장을 직접 겪어보니 왜 제조업에서 로봇의 필요성이 커지는지 몸소 깨달았다”면서 “다만 제조공장과 달리 조리 로봇은 사람과 합을 맞추는 접점이 더 많기 때문에 단순히 결과물보다 과정을 잘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커피를 내리고 치킨을 튀기는 조리 로봇은 이전에도 있었다. 하지만 사람을 '대체'하고 작업을 '자동화'하는 데만 초점을 맞추다 보니 육중한 로봇이 홀로 주방을 독차지하는 경우가 많았다. 일부 사람이 개입하는 과정에도 로봇의 정해진 행동에 맞춰야 하는 등 제약이 컸다.
로보터블은 애초부터 사람과의 협업에 초점을 두고 조리 로봇에 접근했다. 식당마다 제각각인 레시피와 직원 동선 등 주방 환경을 분석해 최적화된 조리 공정을 도출한다. 실증을 통해 검증된 공정을 블록 모듈화해 로봇을 제작하고 여기에 자체 개발한 소프트웨어(SW)를 얹어 조리 로봇을 완성한다.
이에 그치지 않고 실제 매장에서 로봇을 운영하는데 필요한 다양한 솔루션에서부터 유지관리에 이르기까지 조리 로봇 전체 수명주기를 아우르는 국내 최다 조리 로봇 플랫폼을 구축했다. 최 대표는 전국에 조리 로봇 매장이 생길 때마다 '직원을 파견 보낸다'고 표현한다.
지금은 조리 로봇이 주력이지만 향후 피지컬 AI와 휴머노이드 기술 발전에 따라 사람과 협업하는 로봇이 필요한 모든 산업 현장을 바꾸는 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게 로보터블의 큰 비전이다.
최 대표는 “우리가 휴머노이드 로봇을 가장 빠르게 시장에 적용할 수 있는 기업이라는 자부심으로 K휴머노이드 연합에 참여할 것”이라며 “현장 중심의 실증 경험을 바탕으로 휴머노이드 로봇 대중화에 이바지하겠다”고 말했다.
창원=노동균 기자 defrost@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