巨野가 너무 쎈가...은행권은 '금투세 시스템' 구축 시동

2024-07-04

'금투세 도입 ' 민주당, 22대 국회서도 절대 다수 의석

與 반대·당국 신중하지만, 은행들 "폐지 아니면 대비 필요"

시스템 구축에 6개월 이상 소요…비용도 만만찮아

[서울=뉴스핌] 송주원 기자 = 내년 1월 시행을 앞둔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를 놓고 국회는 물론 금융당국에서도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지만, 은행권은 국책은행을 필두로 금투세 징수 시스템 마련에 나섰다. 여당의 반대가 거세고 금융당국도 도입에 신중한 태도를 취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22대 국회에서도 절대다수 의석을 차지한 더불어민주당의 기세에 은행권은 고객 편의성·확보를 위해 관련 시스템 구축에 나선 모양새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KDB한국산업은행은 최근 금투세 원천징수 시스템 개발 컨설팅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IBK기업은행도 금투세 도입 대응 컨설팅기관 선정 작업에 착수해 금투세 도입에 대비하고 있다.

금투세란 ▲주식 ▲채권 ▲펀드 ▲파생상품 등 금융투자와 관련해 발생한 일정 금액이 넘는 양도소득에 대해 20∼25%의 비율로 과세하는 제도다.

구체적으로는 개인투자자가 주식·펀드 등 금융투자로 연간 일정 금액(주식 5000만 원·기타 금융상품 250만 원) 이상 소득을 올릴 경우, 초과분의 22%(3억 원 초과분은 27.5%)를 징수한다. 금융투자로 얻은 양도 차익에 세금을 물리는 제도로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는 조세 부과 원칙에 기반한다. 애초 금투세는 지난해 1월부터 시행될 예정이었지만, 2년간 유예되면서 시행이 내년 1월 1일로 연기됐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금융시장 불안 등을 이유로 금투세 폐지를 목표로 하고 있다. 반면 민주당은 금투세 과세 대상이 전체 투자자의 1%에 불과한 만큼, '부자 감세'라고 반대하며 도입론을 굽히지 않고 있다.

금융업계는 금투세 도입에 회의적이다. 3일 금융투자협회에서 개최된 국내 16개 증권회사 최고경영자(CEO) 간담회에서 CEO들은 금투세를 징수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았다며 시행시기를 미뤄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국내 자본시장 활성화 등을 위해 원점에서 재논의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금융당국도 신중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간담회를 주재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모두 발언에서 금투세 도입 등을 놓고 "특정 이슈가 이념이나 정파 간 소모적인 논쟁 대상이 돼서는 안 된다"라고 말했다. 이 원장은 지난달 4일 취임 2주년 간담회에서도 "금투세를 입법할 당시 충분한 고민이 반영돼 있다는 것은 인정하나 그 사이 코로나19, 가상자산 활성화, 고금리 등 글로벌 금융시장의 환경이 변해 합리화시킬 수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라고 언급한 바 있다.

이로써 금투세 도입이 6개월도 남지 않았지만 시행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이다. 하지만 금투세 도입을 총선 공약으로 내건 민주당이 이번 회기에서도 절대다수 의석을 차지하면서 은행권은 선제 대응을 서두르고 있다.

실제로 KDB산업은행과 IBK기업은행 등 두 국책은행은 지난 2022년 시스템 개발을 진행하다 윤석열 정부의 금투세 시행 유예에 따라 개발을 중단했지만, 지난 5월말 22대 국회가 열린 이후 관련 시스템 구축을 재개했다. KDB산업은행은 지난달 24일 단독입찰로 관련 컨설팅 기관을 유찰했으며, IBK기업은행 컨설팅기관 선정에는 삼정회계법인과 보현회계법인이 입찰에 참여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 협상 및 계약 체결 중이다.

시중은행도 관련 시스템 구축에 시동을 걸기 시작했다. NH농협은행은 지난달 19일 금투세 시행에 대비하기 위해 은행 차원에서 자문을 구할 수 있는 컨설팅 기관을 선정하겠다고 공고했다. 하나은행 역시 현재 올해 말 금투세 원천징수시스템과 관련 전산 시스템 구축을 목표로 작업 중이다.

올해 1분기 홍콩 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한 주가연계증권(ELS) 손실로 비용절감에 나선 시중은행으로서는 도입이 불확실한 금투세 관련 대응 시스템 구축이 부담스러운 실정이다. 김한규 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10개 증권사가 2020년 이후 3년간 금투세 도입을 위해 컨설팅 등에 사용한 비용은 450억원에 달한다.

하지만 거대 야당의 기세에 더해 금투세 제도의 파급력을 고려하면 가만히 손을 놓고 있을 수 없다는 것이 은행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투세 제도 도입과 관련해 국회와 금융당국에서 설왕설래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법이 폐지되지 않는 이상 은행으로서는 대비할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 역시 "금투세는 국내상장주식뿐 아니라 금융투자상품 전체에 대한 투자자 인별 손익통산 및 기본공제 적용 등 과표 산출절차의 난이도가 상대적으로 높다. 원천징수 의무를 완벽히 수행하기 위해서는 여러 상품을 통합하는 전용 원장 및 시스템 구축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시스템 구축에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 만큼 국회와 금융당국의 명확한 결론을 기다리고만 있을 수도 없는 실정이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그동안 윤석열 정부의 금투세 폐지 기조에 따라 사업을 본격화하지 않고 있었다"며 "전산 개발 등 세재 도입을 준비하기 위해서는 최소 6개월 이상 소요되기 때문에 뒤늦게라도 사전 대비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라고 했다.

jane94@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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