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나쁜 대통령” 개헌론 역풍…여당조차 반대 “난 정치실패자”

2025-01-07

성공한 노무현, 실패한 노무현

개헌 논의에 불이 지펴지고 있다. 말만 꺼내고 흐지부지 돼 왔던 개헌 논의가 이번에는 드디어 일을 낼 조짐이다. 다분히 ‘윤석열 효과’다. 87년 체제를 바꾸자고 처음 공식화한 것은 20년 전 노무현 대통령이다. 비록 실패했지만 노무현의 개헌 시도를 되짚어 보는 이유다.

참 나쁜 대통령!

임기 마지막 해, 대통령 노무현이 개헌 뜻을 천명하자 한나라당 대권후보 박근혜의 외마디 논평이다. 현직 대통령의 개헌 제안을 정치적 역전을 노리는 얄팍한 술책으로 매도해버린 것이다. 여당인 열린우리당조차 시큰둥했다. 대체 노무현은 무슨 생각으로 임기 말에 개헌론을 들고 나온 것일까. 더구나 그 얼마 전에는 거국 내각을 전제로 하는 대연정을 제안해 많은 이를 어리둥절하게 만들지 않았나.

2007년 1월 9일 아침 청와대 홍보수석실은 느닷없이 각 방송사에 생중계를 요청했다. 대통령의 개헌 관련 특별담화가 있을 거라는 예고였다. 개헌 이야기가 나돌았으나 설마 했다. 대선을 불과 1년 남짓 앞둔 상황에서 개헌을 한다고?

발표 임박해서 여야 정치권에도 대통령의 담화 내용이 전해졌다. 이병완 비서실장이 아침 9시쯤 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장과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 등 여야 대표들에게 전화로 담화 내용을 미리 설명했다. 오전 11시30분 노무현은 예정대로 춘추관에서 담화문을 낭독하기 시작했다.

“대통령 임기 4년 연임제로 하자”

대통령 임기를 4년으로 줄이되, 1회에 한해 연임할 수 있게 허용하는 원 포인트 개헌이 필요합니다. 대통령 임기 4년과 국회의원 임기를 맞출 것을 제안합니다. 너무 늦기 전에 개헌 발의권을 행사하겠습니다.

이날 노무현의 연설은 담담했지만 확신에 차 있었다. 개헌론의 요지는 첫째로 5년짜리 대통령 단임제는 책임정치를 구현하는데 너무 짧다는 것이고, 둘째로 대통령 선거와 국회의원 선거가 따로따로여서 국정의 안정성을 해치고 선거 비용도 낭비가 많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번에 4년 연임제로 개헌하면 이것들이 한꺼번에 해결된다는 주장이었다. 20년 만에 오는 호기임을 덧붙였다.

비서실장 이병완은 뒤이어 기자간담회를 갖고 대통령의 개헌 제안 배경 등에 대해 설명했다. 이어 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장, 민주당 장상 대표와도 만났다. 그러나 어딜 가도 분위기는 냉랭했다. 원내 제1당인 한나라당 분위기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무반응이었다. 간간히 웃음소리마저 터져나오기도 했다.

“대통령이 워낙 농담을 잘하니….”(안상수 법사위원장)

“오늘 아침에 한 말(개헌)도 농담이란 얘긴가?”(이규택 의원)

대통령 개헌 담화, 야당은 농담으로 치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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