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리뷰] 태양은 닿을 수 없다. 영화 <태양은 가득히>

2025-11-27

일을 꾀하는 것은 사람이지만, 그것을 이루는 것은 하늘이다. 그러나 이를 모르고 끝없는 욕망을 추구하다가 스스로 몰락하는 것. 그것이 인간이다.

오늘날 물질적인 부유함을 추구하고 또 질투하는 풍토가 극에 달해 있다. 소셜미디어를 통해 남과 자신을 비교하고 인정받고자 하는 욕망을 가감 없이 드러내는 시대다. 그렇기에 <태양은 가득히>는 시의적절하다. 비록 1960년에 개봉한, 65년이나 된 영화임에도 말이다.

알랭 들롱이 주연을 맡은 이 영화는 주인공 톰이 그의 부자 친구인 필립을 죽이고 그의 신분을 교묘히 이용해 재산과 여자 친구를 빼앗는 내용이다. 크게 보면 범죄 스릴러이지만, 영화는 추격전보다는 일련의 사건을 거치며 톰이 인간성을 상실해 가는 과정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영화의 전개는 주인공이 사악한 계획을 성공적으로 실행시켜 나가는 동안 도덕적으로는 끝도 없이 타락하는 방식이다. 필립과 요트 여행을 하던 그는 필립을 살해하고 그의 시체를 천과 줄로 묶은 다음 바다에 던져버린다.

톰에게는 명석한 두뇌와 남의 서명, 목소리를 흉내 낼 수 있는 재주가 있었다. 이를 바탕으로 경찰의 추적을 뿌리치고 필립의 연인 마르슈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며 최후의 승리를 하는 듯하지만, 그의 모든 노력은 하늘 앞에서 무력했다. 톰이 유기하였던 필립의 시체가 요트의 스크류에 묶여 있는 채로 드러나 버렸기 때문이다.

극 중 톰은 필립이 되고자 한다. 단지 필립을 죽이는 것을 넘어서 그의 신분까지 뒤집어썼고, 목소리도 흉내 냈다. 필립의 물질적인 부를 넘어 그의 연인까지 원했다. 그리고 이를 얻는 데 거의 성공한다.

어쩌면 관객들도 톰과 한마음이 되어서 그의 해피 엔딩을 기다렸을 수 있다. 그도 그럴 것이, 필립은 오만하며 톰을 무시하는 사람이었다. 또 자기 여자 친구 마르슈를 정서적으로 마구 학대하는 더러운 성격을 갖고 있었다.

톰의 좌충우돌 경험을 함께하며, 인간 승리의 쟁취자가 그의 몫에 맞는 상을 받기를 원하는 것도 이상한 일이 아니다. 하지만 마지막에 상 따위는 없었다. 청천벽력 같은 하늘의 천벌만이 있을 뿐이었다.

허무하기 그지없이 진실이 밝혀지는 엔딩은 인간 욕심의 무의미함을 극대화한다. 결국 톰은 필립이 될 수 없었다. 필립의 재산과 여자를 등에 업는 데 성공하는 그 찰나 무분별한 대가를 받게 된다. 낭만적이고 멋진 요트 뒤를 졸졸 따라 수면 위로 올라온 필립의 시체는 물질주의 밑에 숨어 있는 추한 욕망을 그대로 표현한다.

이 순간 영화를 보는 이는 생각하게 될 것이다. 톰은 끔찍한 악당이었음을. 그는 결국 자신의 죄에 합당한 벌을 치르게 되었음을 말이다.

영화 제목과 더불어 이러한 엔딩은 그리스 신화 중 이카로스의 전설을 생각나게 한다. 감옥에 갇혀 있던 부자는 날개를 이용해 하늘을 날아 탈출한다. 아버지 이달로스는 이카로스에게 너무 높게 비행하면 태양 빛에 불타 죽으니 조심하라고 하나, 이카로스는 이를 무시하고 높이 날다가 참변을 당한다.

태양은 가까이 다가갈 수도 다가가서도 안 되는 존재다. 욕망이라는 함정에 빠져 감히 태양에 도전할 때 불타 죽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렇기에 영화의 메시지는 오히려 오늘날 더욱 빛을 발한다고 생각한다. 자기 자신은 없어지고 물질로 뒤덮인 빈 껍데기만 우대받는 세상. 그렇기에 욕망을 충족하고자 발버둥을 치는 세상. 그것이 때로는 도덕적이지 못한 것을 넘어서 불법적이기까지 한 세상. 아름다운 얼굴을 가지고 있었음에도 오직 필립을 따라 하기 바빴던 톰을 반면교사 삼아보는 것은 어떨까?

가장 소중한 것은 재산도 명품 옷도 아름다운 연인도 아니라 자기 자신임을. 그 사실을 알지 못하고 욕망을 뒤쫓아가면 결국 고통만이 따를 뿐이다.

명작은 와인과 같다. 시간이 지날수록 그 맛이 더욱 깊어지기 때문이다. <태양은 가득히>도 마찬가지다. 미장센과 그에 담긴 의도, 배우들의 연기력, 끊임없이 등장하는 아름다운 이탈리아의 풍경. 모두 이 영화를 빛내는 요소다. 하지만 그 속에 담긴, 세월이 지나도 변치 않는 인생 교훈이야말로 화룡점정이라고 할 만하다.

일을 꾀하는 것은 사람이지만, 그것을 이루는 것은 태양이다.

김동희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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