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토피아 2-반갑게 돌아온 평범한 사람들의 우화

2025-11-25

최원균 무비가이더

세계 최초의 장편 3D 애니메이션으로 기록된 작품은 1995년 공개된 픽사 스튜디오의 <토이 스토리>다. 마침 올해 30주년을 맞이했는데, 이를 기념해 지난 9월 한국 극장에서도 한정 재개봉했다.

<토이 스토리> 이후 급격히 발전한 컴퓨터 기술과 맞물려 진화를 거듭한 3D 애니메이션은 어느새 전통적인 수작업 형태의 셀 애니메이션에 버금가는 익숙한 형태가 됐다.

기술의 보편화로 인해 픽사로 대표되는 미국의 거대 유명 영화사들뿐 아니라 세계 각지, 영화 약소국에서조차 3D 애니메이션은 꾸준히 제작되고 있다.

<주토피아>도 1편이 공개된 해가 2016년이니 벌써 9년 전이다. 디즈니가 픽사의 초기부터 동업 관계를 이어가고 있는 탓에 많은 사람이 픽사의 영화라고 오해하고 있다. 하지만 <주토피아>는 명백한 디즈니가 자체 제작한 작품이다.

전 세계 흥행수익 약 10억2000만달러를 기록하고, 제89회 아카데미 시상식과 제74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장편 애니메이션상을 받았다. 이런 큰 성과를 이뤄내면서 <겨울왕국>과 함께 3D 애니메이션 시대에 과거 셀 애니메이션 시대의 아성을 실추해가던 디즈니의 체면을 그나마 유지하게 해준 효자가 됐다.

더 크고 화려해진 속편의 매력

토끼는 절대 경찰이 될 수 없다는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의문의 실종사건을 해결하며 자신의 존재 가치를 인정받은 주디(지니퍼 굿윈 분)는 함께 사건을 파헤친 여우 닉(제이슨 베이트먼 분)과 함께 공식적인 파트너가 된다.

하지만 둘의 넘치는 의욕은 크고 작은 소동을 만들고 결국 범죄자의 누명을 쓰고 쫓기는 신세가 되고 만다.

때마침 사악한 범죄로 인해 주토피아에서 추방돼 지난 100년 동안 자취를 감췄던 종족인 뱀의 일원인 게리(키 호이 콴 분)가 출몰하고, 주디와 닉과 엮이면서 이들의 앞날은 더욱 심란하게 꼬여만 간다.

<주토피아 2>는 소위 ‘속편의 법칙’이 고스란히 반영된 작품이다. 등장인물은 많아지고 무대와 사건은 더 크고 화려해졌다.

기본적으로 미스터리 범죄 수사물의 골격은 시리즈를 관통하는데, 전편은 다소 음습하고 어두운 필름 누아르의 분위기도 있었다면, 이번 속편은 전반적으로 그보다는 밝고 역동적인 버디 수사물의 양태가 커졌다.

그 확장성은 9년이란 시간 동안 획기적으로 진보한 최신 그래픽 기술이 적극 반영되며 더욱 생동감 넘치는 세계로 구현하고 있다.

인간이 존재하지 않은 동물들의 낙원으로 묘사되는 대도시 주토피아를 중심으로 반수생 동물들의 거주지인 ‘습지 마켓’, 비극의 비밀을 안고 있는 ‘툰드라 타운’ 등 전편에 등장하지 않았던 새로운 구역들이 소개되고 특성에 맞는 기발한 설정으로 보는 이의 시선을 뗄 수 없게 만든다.

재미, 그 이상의 시의적절한 교훈

하지만 제작진은 관객들과 평단이 단순히 귀여운 캐릭터와 흥미로운 모험만으로 전작을 좋아했던 것이 아님을 잘 알고 있다.

전편이 태생적 한계와 선입견을 넘어 ‘누구나 원하는 자신이 될 수 있다’는 격려와 타인에 대한 신뢰라는 사적이고 철학적인 주제에 집중했다면, 이번 속편은 좀더 광범위하게 다른 이와의 관계, 공생이라는 사회적 주제로 시선을 넓힌다.

편견과 차별을 조장해 개인의 명성과 부를 축적하는 악인들과 그들로 인해 생존마저 위협받게 되는 선의의 피해자들, 그리고 무작정 이를 추종하는 대중의 확증편향 우매함을 촘촘하게 지적하는데, 이는 이야기의 중요한 축이지만 전편과 마찬가지로 부담스럽게 강요되지 않고 이야기 속에 녹아 자연스럽게 전달된다.

전 지구적으로 성별, 국적, 계층 간의 갈라치기가 빈번하고, 이를 조장하는 특정 세력에 의해 갈등이 심화하는 작금의 시대에 참으로 시의적절한 메시지이자 교훈이 아닐 수 없다.

전편을 능가하는 화려한 목소리 캐스팅과 신나는 음악 역시 휘황찬란한 볼거리에 버금가는 즐길 거리다.

만약 전편 <주토피아>를 좋아했던 관객에게라면 당연히 거부할 수 없는 유혹이자, 다행히 만족할 확률이 높은 선물이 될 것 같다.

제목: 주토피아 2(Zootopia 2)

제작연도: 2025

제작국: 미국

상영시간: 108분

장르: 애니메이션, 코미디, 모험, 범죄

감독: 재러드 부시, 바이론 하워드

출연: 지니퍼 굿윈, 제이슨 베이트먼, 키 호이 콴

개봉: 2025년 11월 26일

등급: 전체 관람가

좀더 밝고 화려한 분위기가 강화된 <주토피아 2>는 가족 애니메이션이 지닌 다양한 오락성을 두루 담아내고 있다. 특히 전편과 마찬가지로 엉뚱한 상황과 대사, 몸개그를 망라한 코미디도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이 와중에도 이번 작품에서 유독 눈에 띄는 장면이 하나 있는데, 공포영화의 걸작이자 고전으로 평가받는 <샤이닝>(The Shining·1980)에 대한 노골적인 패러디 장면이다.

후배 작품들이 인용을 통해 존경과 경의를 표하는 작품은 많지만, 유독 <샤이닝>의 경우는 장르 불문하고 그 빈도가 꽤 많이 발견된다. 그만큼 영화사적인 가치와 의미가 큰 작품이란 방증일 것이다.

공포소설의 제왕으로 불리는 스티븐 킹이 1977년 발표한 동명 소설을 영화화한 이 작품은 미국 영화 사상 최고의 거장이자 완벽주의자로 알려진 스탠리 큐브릭에 의해 연출되고, 성격파 배우로 명성이 자자한 잭 니컬슨이 주연을 맡아 그 조합만으로도 이미 범작의 영역을 넘어선 작품이 됐다.

기술적으로도 당시로써는 실험단계에 있던 특수촬영 장비 스테디캠(Steadicam: 카메라의 흔들림을 최소화해 안정적인 화면을 유도하는 장치)의 미학적 효과를 성공적으로 입증한 첫 영화로 알려져 있기도 하다.

후세까지 이어지는 상찬에도 불구하고 원작자인 스티븐 킹은 자신의 의도를 왜곡했다며 영화를 매우 싫어했다고 한다. 1997년에는 자신이 직접 각색하고 제작과 단역 출연하며 3부작 TV 드라마화에 애정을 쏟았지만, 정작 영화에 비할 수 없는 평가를 받고 말았다.

스티븐 킹은 36년 만인 2013년 속편인 소설 <닥터 슬립>(Doctor Sleep)을 발표하고 2019년에 영화화되지만, 이 역시 전편인 <샤이닝>의 아성에는 한참 못 미치는 결과로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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