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가 대선후보들의 책자형 선거공보 파일을 게시한 지 하루 만에 A 후보의 선거공보 파일을 아무런 안내 없이 교체한 사실이 확인됐다. 파일에 오류가 있다는 것이 이유인데, 공직선거법상 후보자가 낸 선거공보에 규격 등 오류가 있으면 선관위는 이를 접수하면 안 된다.

A 후보의 책자형 선거공보가 공개된 건 지난 5월 18일. 그런데 다음 날인 19일, 선관위는 A 후보의 파일을 조용히 교체했다. 바뀐 파일에는 앞표지의 일부 문구와 텍스트 인코딩 오류 등이 고쳐졌다.
선거공보는 선관위가 정한 일정에 맞춰 공개된다. 이번 대선에서는 △5월 12일 10대 정책공약 △5월 18일 책자형 선거공보 △5월 22일 전단형 선거공보가 차례로 공개된다. 공직선거관리규칙에 따라 대통령 선거의 책자형 선거공보는 16면 이내의 공보물로 앞면에 ‘책자형 선거공보’라고 적어야 한다.
그런데 처음 공개된 A 후보의 책자형 선거공보는 앞면에 ‘전단형 선거공보’라고 적혀 있었고, 파일에서 텍스트를 추출하면 일부 글자가 깨지는 인코딩 오류도 발견됐다.
19일 오후, 중앙선관위는 별다른 고지 없이 파일을 교체했다. 이 과정에서 A 후보의 책자형 선거공보는 일시적으로 다운로드 불가능한 상태가 됐다. 새롭게 등록된 파일은 앞면의 표기가 ‘책자형 선거공보’로 정정됐고, 글자 깨짐 현상도 사라졌다.
교체된 파일은 이전 파일과 전자문서 고유 코드(SHA256 해시값)가 다르다. 해시값은 파일 내용이 한 글자라도 바뀌면 값이 다르게 생성되는 디지털 지문이다.

당초 중앙선관위 관계자는 파일 교체 경위에 대해 “내용을 바꾼 것이 아니고, 원래 올렸던 파일이 아이폰에서 다운받으면 깨져서 똑같은 내용을 다시 올린 것”이라고 밝혔다.
이후 기자가 텍스트 수정이 있었다고 재차 문의하자 이 관계자는 “해당 후보 측에서 처음 ‘전단형’으로 쓰인 것을 제출한 것이고, 선관위도 이걸 발견해 다시 후보 측에 받아서 올렸다. 내용이 바뀐 건 하나도 없다. 표현 하나만 실수로 바뀐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파일 교체 사실을 공지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공직선거법 제65조 제12항에는 후보자가 낸 선거공보에 규격 등 오류가 있으면 선관위는 이를 접수하면 안 된다고 명시돼 있다. 그런데도 선관위는 오류가 있는 선거공보를 접수한 뒤 이를 공개하고, 공지 없이 조용히 파일을 고친 셈이다. 선거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관리하는 선관위가 정작 스스로 원칙을 지키지 않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올 수 있는 상황이다.
전다현 기자
allhyeon@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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