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프라 투자자가 오늘날 던지는 질문은 과거와 크게 다르다. “챗GPT의 하루 소비 전력량은?” “2시간 내 배송에 필요한 물류 창고와 도심 간의 거리는?” 이런 질문들은 우리가 더는 도로·교량·터널 중심의 전통적 인프라 시대에 머물 수 없음을 보여준다.
인프라 투자 대상은 이제 데이터센터·전력망·항만·통신타워 등 신흥 자산군으로 빠르게 확장되고 있다. 향후 수조 달러 규모의 신규 수요가 예상되는 가운데, 과거에는 없던 투자 기회가 눈앞에 다가오고 있다. 주목해야 할 세 가지 축은 디지털, 에너지, 그리고 교통 인프라다.

첫째, 디지털 인프라. 클라우드 서비스의 확산과 인공지능(AI)의 급속한 도입이 데이터센터·통신타워·광섬유망에 대한 수요를 폭발적으로 증가시키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델오로그룹은 주요 IT 기업들이 향후 5~7년간 2조 달러 이상을 데이터센터 구축에 투자할 것으로 전망한다. 모건스탠리는 글로벌 5대 클라우드 기업의 설비투자가 2021년 920억 달러에서 2025년 3280억 달러로 증가할 것으로 내다본다. 연평균 37%의 성장률이다.
둘째, 에너지 인프라. 데이터센터, 대규모 첨단 제조시설, 전기차의 확산은 전력 수요를 가파르게 끌어올리고 있다. 특히 전기차는 가정 내 전력 사용량을 최대 40%까지 증가시키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은 향후 10년간 전력 수요가 40~50%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난 10년간 정체됐던 미국의 전력 수요가 반등하면서, 송전망 확충과 발전소 신설은 더는 미룰 수 없는 과제가 되었다. 천연가스 등 기존 자원만으로는 수요를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풍력·태양광 등 재생에너지가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셋째, 교통 인프라. 항만·공항·도로 등은 단순한 이동 수단을 넘어 글로벌 공급망을 떠받치는 전략 자산으로 재평가되고 있다. 특히 익일 배송 등 초고속 물류 서비스에 대한 소비자 기대가 높아지면서, 기업들은 물류 설비 확충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인프라 자산의 매력은 투자자가 실물 경제를 ‘체험할 수 있다’는 데 있다. 공항을 지나거나 클라우드에서 영화를 스트리밍하는 일상 속에서, 투자자는 자신이 투자한 인프라가 작동하는 방식을 직접 느낀다. 이는 단순한 재무적 수익을 넘어 장기 보유를 유도하는 강력한 심리적 동기로 작용한다.
오늘날 인프라 투자는 더는 전통적 사회 기반 시설에 국한되지 않는다. 디지털·에너지·교통을 아우르는 차세대 인프라는 경제와 사회 전반의 구조적 변화를 반영하며, 투자자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변화하는 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응하는 전략적 접근이 필요한 시점이다.
그레그 블랭크 블랙스톤 인프라 그룹 파트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