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항공업계가 생존을 위한 승부수를 띄우고 있다. 저비용항공사(LCC) 간 무한 경쟁체제에 돌입하면서 시장 우위를 점하는 동시에 시장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해야 할 필요성이 커졌다.
1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내 LCC 업계에서는 대대적인 인수·합병(M&A)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기업결합으로 내년 말 '절대 1강' 통합 LCC 출범이 예고된 상황에서 티웨이항공과 에어프레미아도 각각 새 주인을 맞아 지각변동에 불을 지폈다.
가장 먼저 판을 흔든 건 티웨이항공이다. 지난 2월 대명소노그룹은 티웨이홀딩스 지분 46.26%를 확보하면서 티웨이항공 경영권을 확보했다. 이후 공정거래위원회 심사 결과가 늦어지면서 애를 먹었지만, 지난 10일 대명소노는 마침내 티웨이항공을 품에 안게 됐다.
기업결합 심사가 지연되며 지난달 23일로 예정됐던 티웨이항공 임시 주주총회는 이달 24일로 연기된 상태다. 대명소노는 주총에서 항공, 경영, 재무, 고객 경험 등 각 분야의 전문성을 갖춘 9인의 이사 선임안을 의결할 예정이다.
티웨이항공은 새 경영진 교체 후 본격적인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다. 티웨이항공은 올해 1분기 매출 4466억원을 기록하면서 국내 LCC 중 매출 1위에 올랐음에도 수익성은 악화되는 추세다. 유럽 노선 확대 전략과 맞물려 비용이 치솟은 탓이다.
시장에서는 티웨이항공 인수 이후 대주주로 등극한 대명소노가 꺼내 들 카드에 주목하고 있다. 다음달 캐나다 밴쿠버 신규 취항이 예정된 티웨이항공은 유럽에 더해 북미 시장 확대까지 노리고 있는 만큼 대주주의 적극적인 투자가 절실한 상황이다.
정연승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티웨이항공이 아시아나항공 수준까지 성장하려면 실적 개선과 항공기 추가 도입 등을 위한 대주주의 적극적인 투자가 선행되지 않고선 힘든 상황"이라며 "대명소노그룹으로 편입 뒤 자본 확충이 있을 예정이며 이에 맞춰 장거리 노선의 안정화 및 인력 효율성 강화로 수익성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현재 사모펀드가 주인인 이스타항공은 국내 LCC 지각변동의 또 하나의 키를 쥐고 있다. 통합 진에어 출범에 맞서 경쟁사들이 이스타항공을 통해 몸집을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이스타항공 최대주주는 사모펀드 VIG파트너스로, 최근 항공업계 M&A가 활발하게 이뤄진 만큼 조기 매각에 나설 수 있다는 가능성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이미 시장에서는 VIG파트너스의 엑시트(투자금 회수) 시점에 대해 모든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하지만 이스타항공은 공격적인 신규 노선 취항과 맞물려 기단 확대 노력을 이어가면서 독자생존을 위한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VIG파트너스 자금 수혈로 자본 잠식에서 벗어난 이스타항공은 본격적으로 경영을 정상화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스타항공은 이달 중으로 6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완료하고, 하반기 신규 항공기 5기 추가 도입을 위한 본격적인 준비에 나섰다. 신규 항공기는 중고가 아닌 신조기로 도입한다. 이를 통해 국적 LCC 가운데 최저 기령을 유지하겠다는 계획이다.
현재 이스타항공은 항공기 15대를 보유하고 있다. 이 중 5대는 차세대 친환경 항공기인 B737-8이다. 이 기재는 이전 세대 동급 기종 대비 연료 소모량이 약 15% 개선됐다. 올 하반기 B737-8 5대를 추가로 도입, 연료비와 정비비를 감소시켜 원가 경쟁력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앞선 지난 1월에도 전환사채(CB) 발행을 통해 확보한 300억원을 활용해 내년까지 기재 12대를 추가 도입해 기단을 27대로 확보한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이스타항공 관계자는 "대규모 유상증자를 통해 재무건전성을 확보하면서, 특히 신조기 도입과 항공 안전 관련 투자에 집중할 예정"이라며 "올 하반기에는 통합 항공사의 출범에 따라 이관이 예상되는 노선의 확보를 통해 수익성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