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한테 닥치는 변화를 어떻게 받아들이느냐, 그 태도가 제일 중요한 것 같아요.
그는 ‘태도’를 강조했다. 세상에 대한 태도, 장애에 대한 태도, 투자에 대한 태도…. 세계 최초의 시각장애인 공인 재무분석사(CFA)로, 미국 월스트리트에서 30년 넘게 일하고 있는 애널리스트 신순규(58)씨 얘기다. 새 책( 『할 수 있다 생각하고 방법을 찾아봅시다』, 판미동)을 내고 방한한 신씨를 3일 중앙일보에서 만났다. “세상과 인생, 그리고 미래를 늘 낙관의 렌즈로 바라봐 왔다”는 그에게 ‘삶의 철학’을 물었다.

‘혼란의 시대’를 지혜롭게 살아가는 방법
신 씨는 “시대가 점점 혼란스러워져 간다”고 말문을 열었다. 미 퍼듀대의 제데디아 퍼디 교수가 얘기한 ‘종말적 역설(Terminal Irony)’을 언급하며 “세상이 너무 엉망이 돼 어찌할 수 없는 데까지 왔다는 사람, 조금이라도 (자신과) 다른 사람과 같이 가지 못하고 우리 편 너네 편을 만들어 적대시하는 사람이 많다”고 했다.
신씨는 하지만 그런 얘기들이 “너무 비관적”이라고 했다. 그런 얘기를 할 바에 “왜 우리가 희망을 가져야 하는지, 오늘 내 앞에 있는 사람, 내 가족, 나랑 같이 일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소중한지 알고, 그런 사람들이 원하는 것을 채워주는 것이 이런 시대를 훨씬 더 잘 살아내는 방법”이라며 “이런 메시지를 전하고 싶어 책을 엮었다”고 했다.
그는 ‘혼란’의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진 않았다. 하지만 책 머리말에서 자신에게 “아메리칸 드림을 선사했던 미국”이 “매우 크게 변해” 낯설다고 썼다. 다른 글에선 집권 2기를 맞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싫어하는 이유를 조목조목 적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동시에 ‘현실’을 강조했다. “싫어하는 무언가를 없는 것처럼 무시하거나, 필터나 벽 등으로 막아 버리는 일은 그저 자신의 나약함을 증명”하는 것이라며 “받아들이기 힘든 현실을 인정하고 그 일이나 그 사람을 똑바로 마주하며 하루하루를 살아내는 것이 용기라고, 지혜라고 생각한다”고 썼다.
실명 뒤 ‘나홀로’ 유학…하버드·MIT 거쳐 월가로

신씨의 이런 ‘희망론’ ‘현실론’은 실제 그가 살아온 인생사와 정확하게 겹친다. 서울에서 태어난 그는 녹내장ㆍ망막박리로 아홉살 때 시력을 완전히 잃었다. 하지만 자식을 안마사로 키우고 싶지 않았던 어머니의 뜻에 따라 피아노를 배웠고, 미국 선교사의 도움을 받아 열다섯 살에 ‘나홀로’ 미국 유학을 떠났다. 처음에는 맹학교를 다녔지만 본인 의지로 일반 학교로 옮겼고, 피아노 대신 공부에 매달려 하버드대(심리학)와 MIT(경영학·조직학)에 진학했다. 졸업 후에는 JP모건을 거쳐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1818년 설립) 투자회사 ‘브라운 브라더스 해리먼’에서 일하고 있다.
격렬하게 요동친 인생 매 순간순간, 그는 포기하지 않았고 “무엇이든 할 수 있다 생각하고 방법을 찾으려 노력”했다. 책 제목으로도 뽑은 이 이야기는 시작장애인인 그에게 양궁을 가르쳐 준 선생님이 해준 말이라고 한다.
신씨는 “시각장애는 장애라기보다는 불편한 것”이라고 했다. 다만 “기술 변화 등으로 불편함의 정도가 계속 달라진다”고 덧붙였다. 책에서도 스크린리더(화면의 텍스트와 정보를 음성이나 점자로 출력해주는 소프트웨어)와 점자 디스플레이, 스마트폰 등을 통해 그간 “비장애인과 크게 다르지 않은 삶”을 살아왔지만 “언제부턴가 기술의 발전 때문에 오히려 일상이 더 불편”해졌다고 썼다. 터치스크린으로 조작해야 하는 현금자동입출금기·키오스크 등이 “타인의 도움 없이 생활하는 것을 거의 불가능하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신씨는 이 역시 현실과 태도의 문제로 풀었다. “한가지 변하지 않는 건 (모든 건) 계속 변한다는 것”이라며 그러니 “나한테 닥치는 변화를 어떻게 받아들이느냐 하는 태도가 제일 중요”하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현실은 현실이고 불편한 건 불편한 것”이니 “적응해 가면 된다”는 얘기였다. 책에선 출퇴근길에 이용하는 기차 개찰시스템이 바뀌었을 때, 자신이 새 시스템에 대해 잘 모르면서 2년 동안 불평만 했던 경험을 예로 들며, 오히려 자신의 “편견(preconception)과 가정(assumption)”을 돌아보기도 했다.
투자냐 도박이냐…“나는 지루한 데 투자한다”

신씨는 자신의 ‘본업’인 투자에 대해서도 태도를 강조했다. 다만 기준이 좀 더 엄격했다. 섣부른 ‘희망’과 ‘낙관’을 경계했다.
그는 투자와 도박을 나누는 기준이 태도에 달렸다며, 요즘 젊은이들의 ‘영끌’ ‘올인’에 대해 “투자를 비디오 게임하듯 한다”며 “투자보다 도박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다만 젊은이들이 그렇게 된 건 시장 탓이라며 “시장이 카지노가 됐으니 투자가 도박이 된 것”이라고 했다. 자신의 투자 철학은 “진짜 바보짓이다, 절대 그렇게 해선 안 된다고 하시는 분들이 많겠지만, 지금 가진 돈을 투자해 더 많은 돈이 되게끔 하되, 위험을 최소화하는 것”이라며, 그런 기준으로 보면 “실제 기업 가치에 비해 주가가 터무니없이 높은” 종목들이 있다고 했다.
때문에 투자 전문가가 아닌 90%의 일반인들에겐 직접 시장을 분석하고 종목을 선정하는 ‘능동적(active) 투자’보다는 시장 지수나 특정 벤치마크를 따라가는 ‘수동적(passive) 투자’가, 주식을 빠르게 사고파는 ‘단타 매매’보다는 ‘특정 자산에 일정 금액을 정기적으로 투자하는(dollar cost averaging) 전략’이 낫다고 했다.
최근의 인공지능(AI) 열풍에 대해서도 과거의 ‘닷컴 버블’을 언급하며 “AI가 인터넷처럼, 19세기 미국의 철도처럼 세상을 바꾸는 기술인 건 맞는데, 그런 기술에는 항상 거품이 있었다”며 “그런 위험을 알고 투자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개인 투자를 정말 잘하는 사람, 재운을 타고난 사람도 있지만 그런 사람들은 정말 극소수”라는 게 그의 얘기였다.
그렇다면, 전문 투자가인 신씨는 개인적으로 어디에 투자하고 있을까. 그는 “정말 지루한(boring) 데, 정말 섹시하지 않은 데 투자하고 있다”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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