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에서는 마흔 살 생일을 ‘빅포티(Big 40)’라고 해서 인생의 중요한 전환점으로 삼습니다. 저는 그때 세상에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봉사와 글쓰기를 시작했습니다.”
시각장애인 애널리스트 신순규 씨는 4일 서울 중구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이같이 말했다. 월가에서 30년 넘게 회사채 분석을 담당하며 활동해온 그는 그동안 여러 권의 에세이집을 펴냈다. 이번에는 세 번째 저서 ‘할 수 있다 생각하고 방법을 찾아봅시다’를 출간하고 강연 등을 위해 방한했다.
그는 미국 하버드대와 매사추세츠공과대(MIT)를 졸업하고 JP모건을 거쳐 브라운브러더스해리먼에서 일하고 있다. 그는 매일 출근 후 사무실에서 블룸버그 단말기와 인터넷에서 쏟아지는 정보를 ‘스크린 리더’ 등을 통해 음성과 점자로 변환해 흡수하고 있다. “세상의 흐름을 끊임없이 배울 수 있어 수십 년을 해도 지겹지가 않습니다. 기술이 발전하면서 시각장애의 제약도 점점 줄어들고 있습니다.”
신 씨는 ‘본업의 재미’를 뛰어넘는 것이 ‘글쓰기의 의미’라고 말했다. 그는 “어렸을 때부터 글쓰기를 좋아했다”며 “화가 나도 쓰고, 억울해도 쓰고, 세상이 너무 버겁다고 느낄 때도 썼다”고 했다. 이어 “처음에는 세상에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썼지만 이제는 힘들게 살아가는 분들이 제 글을 읽고 조금이라도 위로를 받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쓴다”고 덧붙였다.
글쓰기 외에 그가 인생의 의미를 부여하는 또 다른 축은 봉사다. 신 씨는 ‘야나(YANA·You Are Not Alone)’라는 단체를 세워 보육원 아동을 후원하는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미국뿐 아니라 한국, 그리고 최근에는 전쟁으로 부모를 잃은 아이들이 많은 우크라이나까지 활동 범위를 넓혔다.
“보육원 아이들을 보면서 1970~1980년대 시각장애인으로 겪었던 사회적 차별이 떠올랐습니다. 그래서 보육원을 나온 아이들이 대학이나 직업 교육을 통해 경제적으로 자립할 수 있도록 돕고자 ‘야나’를 설립했습니다.”
현재 약 130명의 아이들이 미국의 후원자들과 연결돼 지원을 받고 있다. 신 씨는 “단순한 금전 후원이 아니라 아이들이 자립할 때까지 곁에서 응원하고 관계를 이어가는 것이 ‘야나’의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그의 딸 역시 ‘야나’를 통해 인연을 맺었으며 지금은 성장해 미국 뉴햄프셔에서 간호사로 일하고 있다.
그는 후원 활동을 하며 느낀 안타까움도 털어놨다. “어려운 여건의 아이들에게 정부 보조금이나 사회적 지원이 예전보다 늘어나면서 오히려 ‘지원금에 의존하는 삶’에 머무르는 경우도 있습니다. 한 사람의 가능성이 그렇게 낭비되는 건 정말 슬픈 일입니다.” 그는 “아이들이 자기 힘으로 서지 않으면 어려움은 평생 계속된다”며 “자립심을 갖고 독립적인 삶을 살 수 있도록 지지하고 후원하는 것이 ‘야나’의 방식”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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