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찬우 기자 = 정기선 HD현대 회장은 2026년 신년사를 통해 "독보적 기술과 두려움 없는 도전으로 우리만의 것을 만들어 가자"며 불확실성이 커지는 글로벌 경영환경 속에서도 정면 돌파하겠다는 강한 메시지를 던졌다.
기술 초격차를 흔들림 없이 유지하는 동시에,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도전 문화를 조직 전반에 뿌리내리겠다는 선언이다.

정 회장은 "올해는 병오년 붉은 말의 해"라며 "엔진 출력의 단위가 마력인 것처럼, 말이 상징하는 끈기와 활력, 에너지가 임직원 모두에게 가득한 한 해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진취적으로 앞으로 나아가는 말의 모습처럼 우리도 열정과 에너지로 2026년을 헤쳐 나가자"고 강조했다.
지난해 성과에 대해서는 임직원들의 헌신을 가장 먼저 언급했다. 정 회장은 "어려운 대내외 환경 속에서도 조선과 전력기기 사업의 성장에 힘입어 그룹 실적이 개선됐고, 국내 기업 가운데 다섯 번째로 시가총액 100조 클럽에 이름을 올렸다"며 "이는 HD현대가 시장에 신뢰를 주는 기업이자 대한민국 경제에 꼭 필요한 기업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이정표"라고 평가했다. 전 세계 최초로 선박 5000척 인도라는 기록에 대해서도 "우리의 기술력과 실행력이 만들어낸 결과"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다만 올해를 두고는 "경영환경은 안갯속"이라고 진단했다. 정 회장은 "미국의 관세 확대 움직임으로 세계 경제는 보호무역으로 회귀하고 있고, 중국발 공급과잉 문제 역시 여전히 진행 중"이라며 "주요 경쟁국들은 합종연횡을 통해 몸집을 키우고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중국 기업들은 향상된 기술력과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글로벌 시장을 빠르게 잠식하고 있으며, 조선 분야 역시 더 이상 예외가 아니다"라고 경고했다.
이 같은 위기 인식 속에서 정 회장이 제시한 첫 번째 해법은 '독보적인 기술'이다. 그는 "최근 인도한 일부 선박은 중국 대비 연비가 20% 이상 뛰어나 고객사들이 시운전 과정에서 놀라워했다"며 "HD건설기계의 차세대 신모델 역시 연비와 조작성에서 경쟁사를 앞서며 유럽 시장에서도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기술적 우위는 결코 영원하지 않다"며 "과감한 혁신을 통해 품질과 성능, 비용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되 현장에서 실제로 적용 가능한 기술을 끊임없이 만들어 기술 초격차를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AI, 자율운항, 연료전지, 전기추진, 배터리팩, 로봇, 소형모듈원자로(SMR), 해상풍력 등 미래 신사업과 관련해서도 "이제는 원천 기술을 조기에 확보하고 이를 실제 제품에 적용해 상용화해야 할 시점"이라고 못 박았다.
두 번째 키워드는 '두려움 없는 도전'이다. 정 회장은 이를 두고 "준비 없이 뛰어드는 무모함이 아니라, 우리가 가장 잘하는 것들을 무기로 삼아 한 번도 가보지 않은 영역에 처음 발을 내딛는 용기"라고 정의했다.
그는 "허허벌판이던 바닷가 백사장에 조선소를 세우고 동시에 초대형 유조선 두 척을 건조했던 첫 도전, 사우디 주베일 항만공사에서 10층 건물 높이의 자켓을 1만km가 넘는 해상을 통해 운반했던 선택 모두가 그런 도전이었다"며 "우리는 스스로의 역량을 믿고 그 역량이 제대로 발휘될 수 있는 무대를 끊임없이 확장해 '우리만이 해낼 수 있는 것'을 만들어 왔다"고 말했다.
이어 "위험을 감수해서라도 도전할 가치가 있는 일이라면 주저 없이 논의하고 실행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들겠다"며 "조직의 창의성과 도전을 가로막는 매너리즘과 관성에는 단호히 맞서겠다"고 밝혔다.
정 회장은 세 번째 과제로 '건강한 조직'을 제시했다. 그는 "성과를 창출하면서도 구성원들이 일에 몰입하고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조직이 진정으로 건강한 조직"이라며 "도전적인 과제 앞에서 주저하지 않고 잘한 일에 대해서는 아낌없는 인정을 보내는 문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목표와 방향이 명확해 구성원 스스로 '왜 이 일을 하는지'를 설명할 수 있어야 하며, 문제가 발생했을 때는 서로를 탓하기보다 함께 해법을 찾는 분위기가 자리 잡아야 한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정 회장은 "저부터 먼저 듣고 소통하겠다"며 "임직원 모두가 자신의 생각을 당당하게 밝히고 조직의 미래를 함께 설계하는 '퓨처빌더'가 돼 달라"고 당부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안전을 그룹의 핵심 가치로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정 회장은 "우리 모두의 안전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과감한 혁신과 두려움 없는 도전을 향한 노력은 모두 물거품이 될 것"이라며 "HD현대가 가장 안전한 일터가 될 수 있도록 임직원 한 분 한 분의 힘을 모아 달라"고 말했다.
정기선 회장의 이번 신년사는 위기 진단과 해법 제시, 그리고 조직 문화에 대한 분명한 방향성을 동시에 담아냈다는 평가다. '독보적 기술'과 '두려움 없는 도전'이라는 그의 메시지는 2026년 HD현대의 경영 행보 전반을 관통하는 핵심 키워드로 자리 잡을 전망이다.
chanw@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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