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지난달 추경예산을 통해 그래픽처리장치(GPU) 1만 3000여장을 확보한 데 이어 내년 추가 확보를 위한 예산 마련에 나섰다.
GPU를 속도감 있게 확보해 인공지능(AI) 인프라 지원을 강화하고 AI 생태계 전반에 활기를 불어넣겠다는 취지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최근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사(CSP) 등 서비스형 GPU(GPUaaS) 사업을 추진하는 기업 대상으로 GPU 설치 가능 공간(규모) 등을 조사했다. 추가 GPU 구매를 위해서다.
앞서 과기정통부는 지난달 말 NHN클라우드·카카오·네이버클라우드 3개사를 선정, GPU 1만 3000여장을 연내 순차 조달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더해 내년 예산안에 GPU 추가 구매안을 반영, 내년 상반기부터 GPU 추가 구매 사업을 추진한다는 전략이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GPU 1만5000장~2만장 가량 추가 구매를 내년 예산안에 반영하는 방안을 타진 중”이라며 “일부에선 이보다 더 큰 규모가 될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고 전했다.
정부가 내년 최대 2만장 가량 GPU를 추가 구매한다면 현 정부 GPU 구매 목표치를 일찍 달성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 후보 당시 공약으로 2030년까지 고성능 GPU 5만장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현재까지 확보가 확정된 GPU 물량은 지난달 결정된 1만3000여장과 지난 5월 슈퍼컴 6호기 사업을 통해 들여오기로 한 8496장까지 더해 총 2만 1000여장이다. 내년 최소 1만 5000여장을 확보할 예산이 확정된다면 총 3만 6000여장으로, 목표치의 70% 가량을 정부 출범 2년 만에 채우는 셈이다.
배경훈 과기정통부 장관도 최근 데이터센터 업계 간담회에서 “5만장 확보 시기를 앞당기겠다”며 GPU 물량 조기 확보 의지를 나타낸바 있다.
다만 예산을 확보하더라도 GPU 1~ 2만장을 설치·운영할 공간을 확보할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최신 GPU 구매를 타진하는 만큼 내년에 들여올 물량 대부분은 엔비디아 최신 GPU인 B200이 될 확률이 높다. B200은 발열 문제 등으로 인해 공랭식(팬 등을 이용해 공기로 열을 냉각)이 아닌 수랭식(액체 냉각)이 적합하다.
그러나 현재 국내 대부분 데이터센터는 공랭식이다. 수랭식 데이터센터는 최근 신축되는 분위기라 최신 GPU에 적합한 환경과 공간이 뒷받침될지는 아직 미지수다.
일각에서는 내년 하반기 신규 개소하는 데이터센터가 다수인 만큼 추가 최신 GPU 가동에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실제 내년도 예산안에 얼마나 GPU 구매 금액이 반영될지 지켜보며 업계 대응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김지선 기자 riv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