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읽기]불법계엄 이후의 민주주의, 노동의 과제

2025-12-04

2024년 12월3일 전 국민을 공포에 몰아넣었던 불법계엄이 어느덧 1년이 지났다. 헌정질서와 민주주의를 파괴하려 했다. 민주주의를 지켜내기 위한 시민들의 힘은 계엄만이 아니라 탄핵과 파면, 정권교체를 이루어냈다. 계엄 직후 경향신문에 기고했던 ‘나는 고발한다, 국민주권을 짓밟은 윤석열을’(2024년 12월5일자)이 다시 떠오른다. 당시 계엄 포고령에는 “사회 혼란을 조장하는 파업, 태업, 집회행위를 금한다”고 적시되어 있었다. 아직도 그날의 기억이 생생하다. 우리 사회는 민주주의 회복 과정에 있다. 정치·경제·사회 각 영역에서 바로잡아야 할 것이 적지 않다.

노동 분야에서도 윤석열 정권이 남긴 상흔이 적지 않다. 가장 심각한 폐해는 노동시장 유연화가 아니라, 사회적 갈등과 탄압 그리고 혐오를 부추긴 것이다. 조직노동과 미조직노동, 대기업과 중소영세기업 문제를 갈라놓았다. 특히 정규직과 비정규직, 남성과 여성을 호명하면서 경쟁과 갈등 구도로 구획지었다. 되짚어보면 ‘노조 혐오’ ‘건폭몰이’ ‘69시간 노동’ ‘사회적 대화 개점휴업’ 등 사례가 부지기수다. 군사독재 시절을 연상케 하는 구태의연한 이데올로기 공세가 거셌다. 언론은 물론 교수·연구자들이 권력을 뒷받침했다.

이제는 과거의 모습을 떨치고 새로운 사회계약을 논의해야 한다. 무엇보다 불평등한 노동현실을 바로잡아야 한다. 파편화된 노동시장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이미 수십년 동안 고착화된 다양한 형태의 격차와 차별은 구조적 문제와 맞닿아 있다. 게다가 노사관계의 기울어진 운동장을 되돌리는 일이 쉽지만은 않다. 그래서 사회계약 논의에서 노동 문제는 꼭 포함되어야 할 영역 중 하나다. 헌법에 적시된 인간의 존엄성(32조)과 노동권(33조)뿐만 아니라, 인간다운 삶(34조)까지 연결된 제도의 확장이 필요하다.

이재명 정부의 국정과제는 그 시작이다. 하나하나 살펴보면 지난 수십년간의 숙제들을 꺼내놓았다. 산업안전과 노조법 2·3조, 정년연장, 산재·고용보험, 5인 미만·초단시간, 주 4.5일제 등은 대표적 과제들이다. 어느 하나 쉬운 과제가 없다. 노동교육 활성화, 동일노동 동일임금, 초기업 교섭 및 단체교섭 효력 확장은 더 어려울 것이다. 예상한 대로 자본과 보수언론의 공세가 거침이 없다. 대외경제와 통상무역의 불확실성부터 중소영세기업의 이중노동시장 격차를 걱정한다. 심지어 외국계 기업은 한목소리로 우려를 표명한다. 최근에는 경제적 어려움을 내세우는 소상공인들의 집단적 반발이 더 크다.

그렇다고 930만명이나 되는 비정규직 문제가 해소된 것도 아니다. 또한 플랫폼노동과 프리랜서 등 860만명의 노동법 사각지대 노동에 대한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최근 실시된 국정과제 인식조사는 유의미한 시사점을 준다. 노동정책 중 체불임금 과태료·과징금(79.1%), 과로·야간노동 보호(74.1%), 감정노동자 보호(72.4%), 국제노동기구(ILO) 괴롭힘 방지 협약 비준(70.4%), 연차휴가 확대·활성화(68.7%)에 대한 지지도가 높았다. 일과 삶의 균형이나 플랫폼노동과 프리랜서 보호부터 아프면 쉴 권리 등에 대한 높은 응답이 눈에 띈다. 그만큼 열악한 노동조건 개선과 노동기본권에 대한 열망이 높은 것이다.

아직도 현장에서는 일하다가 목숨을 잃는 노동자들이 적지 않다. 장시간 노동과 심야노동의 현실은 1970년 전태일의 상황과 다르지 않다. 모든 일하는 사람의 권리 보장을 위한 해답을 찾아야 한다. 최근 쟁점인 정년연장은 노동시간 단축과 청년일자리 그리고 소득세가 결합된 대안적 접근을 모색하면 좋겠다. 내년 5월1일은 62년 만에 ‘근로자의날’이 ‘노동절’로 변경된다. 고작 단어 하나가 바뀔 뿐인데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 세상은 여전히 불평등하지만 가장 마지막에 놓인 사람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면 해법을 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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