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3 불법계엄 1년을 앞둔 지난 26일 밤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 파란빛이 조용히 떠올랐다. 지난해 겨울 계엄 이후 여의도와 광화문, 한남동, 남태령을 오가며 탄핵 집회에 참여했던 성윤서씨(22)가 어둠이 내려앉은 국회를 배경으로 응원봉을 들었다.
2024년 12월3일 윤석열 전 대통령은 헌법을 지켜야 할 권력으로 국가긴급권을 남용해 전국에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국회가 기능을 잃고, 언론과 시민의 자유가 짓눌릴 위기에 처했다. ‘내란 불면증’이라는 말이 등장할 만큼 불안과 긴장으로 뒤덮인 밤이었다. 그러나 광장은 침묵하지 않았다. 소식이 전해진 직후 시민들은 일터와 집을 뛰쳐나와 겨울밤 광장으로 향했다. 촛불과 응원봉의 불빛은 도시 곳곳을 다시 밝히며 “물러서지 않겠다”는 목소리를 모았다.


윤서씨에게 이러한 장면은 낯설지 않았다. 중학생 시절 교복을 입고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촛불에 섰던 그는 직장인이 되어 윤석열 탄핵 집회에 참여했다. 윤서씨는 “말도 안 되는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건 광장으로 가는 것 뿐”이라고 생각했다. 와달라고 하는 곳은 어디든 갈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긴 야간 집회 뒤 바로 출근하고, 친구들과 약속 장소를 아예 집회 현장으로 잡았다. 고양이가 기다리는 안락한 집을 뒤로하고 추위와 배고픔과 졸음이 가득한 현장에 나서는 건 고단했지만, 주변에서 머뭇거리던 사람들이 함께 나와 연대해주는 순간들이 큰 힘이 됐다.
그는 지난겨울을 “다시 없을 뜨거운 시간”이라고 기억했다. “아직도 비현실적으로 느껴져요. 어제 일 같기도 하고 오래된 기억 같기도 하고···. 그래도 이제는 더 반복되지 않았으면 합니다. 내일에 대해 고민할 때라고 생각해요.”


계엄을 선포한 내란 세력의 책임을 묻는 과정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어둠은 완전히 걷히지 않았고 그 겨울밤을 비추던 작은 빛들은 아직 꺼지지 않았다. 사진 속 파란빛은 조용히 말하고 있다.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어떤 어둠도 시민의 연대 앞에서는 끝내 뿌리 내릴 수 없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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