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 모두는 삶이라는 무대 위에서 각기 다른 멜로디와 리듬을 가지고 자신만의 교향곡을 연주하고 있다. 때로는 눈부신 햇살(기쁨과 희망)이, 때로는 짙은 안개(슬픔과 절망)가 우리 앞을 가로막기도 하지만, 이 모든 순간들은 우리가 더 강하고 아름다운 존재로 나아가기 위한 리듬이자 멜로디다.
‘죽은 공주를 위한 파반느(Pavane pour une infante defunte)’를 작곡한 모리스 라벨은 “내 생각에 음악은 일단 감성을 움직여야 한다. 그다음에 지성을 움직여야 한다.”는 말을 남겼다. 이 말은 비단 음악뿐 아니라, 우리의 삶 전체를 관통하는 깊은 통찰을 담고 있다.
라벨의 삶은 순탄하지 않았다. 파리 음악원 콩쿠르에서 낙제와 낙방을 거듭하며 좌절을 겪었지만, 그는 자신의 음악에 대한 뜨거운 감성을 포기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 감성을 바탕으로 끊임없는 연마와 노력이라는 지성을 더했다. 결국 그는 모든 난관들을 극복하고 시대를 초월하는 세계적인 음악가로 우뚝 섰다. 그의 성공은 감성(열정, 꿈)이 먼저 움직이고, 이어서 지성(노력, 전략)이 따라야만 비로소 위대한 성취를 이룰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산증인이다.
우리가 진정으로 바라는 바(감성)가 있다면, 그것을 향해 치밀하게 계획하고 실행하는 노력(지성)이 반드시 따라야 한다. 지금 낙심하고 있다면, 라벨의 삶을 기억하라! 당신의 가슴 속에 있는 불꽃이 먼저 움직여야 한다. 내면에 자리한 열정이 곧 성공의 발판이 되기 때문에 어려움 속에서도 긍정적인 시각을 유지해야 한다.
우리가 매일 마주하는 거리에는 신호등이 있다. 신호등은 우리의 삶에서 라벨의 음악이 지향하는 역할, 즉 ‘감성과 지성의 조화’와 매우 유사한 역할을 수행한다. 신호등의 일차적인 역할은 차량들의 소통을 원활하게 해 주고 사고를 예방하는 나침반 같은 역할을 한다. 좌회전과 직진 차량들은 신호등의 명확한 지시에 따라 움직임으로써 큰 사고 없이 목적지로 향한다. ‘멈춤(빨간불)’은 감정을 다스리고 신중히 생각할 시간을, ‘출발(초록불)’은 자신감을 갖고 전진할 용기를, ‘준비(노란불)’는 순간의 판단과 전환을 의미한다. 이것은 교통의 흐름을 통제하는 ‘지성’의 규칙이다.
그러나 모든 상황이 신호등처럼 명확하게 ‘규칙’으로 통제되지 않는 지점이 있다. 바로 우회전이다. 차량이 우회전을 하는 경우에는 대부분 별도의 우회전 신호등이 존재하지 않고, 보행자 신호와 겹치는 경우가 많다. 이때 운전자는 단순히 ‘규칙’을 따르는 것을 넘어, 스스로 상황을 판단하고 조절하는 ‘감성과 지성의 복합적인 작동’을 요구받는다. 운전자가 통화를 하거나 동승자와 말을 하는 등 주의를 기울이지 못하다 보면, 신호등에 따라 걷고 있는 보행자(가장 취약한 존재)를 간과하고 사고를 일으킬 수 있다.
우회전은 운전자가 잠시 멈춰야 할지, 서서히 전진해야 할지를 스스로 판단하고, 무엇보다 보행자라는 타인에 대한 섬세한 배려와 높은 수준의 주의력을 발휘해야 하는 순간이다. 교통의 흐름을 방해하지 않으면서도 가장 약한 존재를 보호해야 하는 이 순간은, 우리 삶에서 ‘규칙이 닿지 않는 사각지대’에서 요구되는 ‘인생의 지혜’와 같다.
인생의 많은 사고는 ‘해야 할 때 하지 않는 것’보다, ‘괜찮겠지’라는 안일함과 ‘다른 것에 주의를 빼앗긴 부주의’에서 비롯된다. 특히 우회전처럼 복잡하고 겹치는 이해관계 속에서는 지성의 명료함뿐 아니라 감성적인 공감능력과 배려가 절실히 요구된다.
우리의 인생은 거리의 신호등처럼 명확하게 ‘멈춤’, ‘출발’을 알려주지 않아 힘들 때가 많다. 때로는 라벨처럼 낙제와 낙방의 빨간불이 오래도록 켜져 있기도 하고, 때로는 우회전처럼 스스로 판단하고 책임져야 하는 복잡한 상황에 놓이기도 한다.
우리는 삶의 큰 갈림길에서 ‘어디로 가야 할지’, ‘언제 멈춰야 할지’를 알려주는 신호등이나 나침반이 없어 막막함을 느낀다. 목표를 향해 달려가지만, 그 길이 과연 옳은지, 이대로 계속 가도 되는지 끊임없이 의문을 품게 된다. 이처럼 인생은 명확한 교통법규가 없는 복잡한 우회전 교차로와 같다.
이 막막한 순간에 우리에게는 희망의 메시지가 필요하다. ‘모바일(Mobile)’이라는 단어는 단순한 기기가 아니다. 그것은 “모든 바라는 대로 하고 있는 일이 이루어진다”는 간절한 소망과 축복을 담은 암호다. 우리의 삶이 끊임없이 움직이고 변화하는 ‘Mobile(유동적인)’ 과정임을 인정하고, 그 속에서 우리의 노력이 헛되지 않을 것이라는 굳건한 믿음을 가져야 한다.
지금 무진장 힘들고, 눈앞이 깜깜해도, 라벨처럼 자신의 열정(감성)을 믿고, 우회전 운전자처럼 신중함(지성)을 잃지 말아야 한다. 우리의 모든 소망은 바로 이 인내의 시간을 통해 단단하게 영글어 갈 것이다. 우리의 삶이 라벨의 파반느처럼 우아하고, 신호등처럼 현명하며, 그리고 ‘모바일’처럼 소망이 이루어지는 길이 되기를 진심으로 응원해 본다.
무진장 힘들어도 조금만 참읍시다. 당신의 간절함은 반드시 이루어집니다. 건승합니다!
김동근 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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