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서정시 1000편 노래 붙여
매일 8시간씩 시 한편 곡으로
4년 만에 시노래 프로젝트 완성
앨범 발매 이어 영상·책도 출간
미술로 영역 옮겨 전시회 열어
“대중음악 작곡가로서 음악을 만들려면 글감이 필요합니다. 패션 디자이너가 옷감이 필요하듯, 연주자가 악기가 필요하듯이 말이죠. 그렇게 글감을 구하다가 시를 접하게 됐습니다. 시라는 세계에는 글감이 무궁무진하다는 걸 알게 됐죠. 보물섬을 만난 느낌이었어요. 시를 필사하다 보면 시가 저에게 운율을 줍니다. 그렇게 시 100편에 운율을 부여했고, 그게 이어져서 200곡, 500곡, 1000곡이 됐죠.”
최근 서울 종로 갤러리 마리에서 만난 그룹 ‘산울림’의 김창훈은 한국 서정시 1000편에 곡을 붙인 ‘시 노래’ 프로젝트를 완성한 소감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가수 겸 배우 김창완의 친동생인 김창훈은 형과 함께 산울림 멤버로 지금도 활발한 음악 활동을 하고 있다. 그런 그가 2021년 5월 음악을 위한 글감을 찾다 우연히 정현종 시인의 ‘방문객’을 접하고 새로운 길을 찾았다. ‘방문객’을 한 글자 한 글자 필사를 하자 운율이 떠올랐고, 그렇게 매일 8시간씩 쉬지 않고 시 한 편에 노래를 붙이는 대장정을 시작했다.
“2021년에 시작해 지난해 시 노래 프로젝트를 끝냈어요. 1020편 정도를 노래로 만든 것 같네요. 8시간씩 1000곡만 계산해도 8000시간, 333일입니다. ‘이 프로젝트를 누가 알아봐 주나, 어떤 의미가 있나’라는 회의가 들 때도 있었어요. 그럴 때마다 저를 돌아봅니다. 결국 이 프로젝트를 통해 가장 많은 혜택을 받는 사람이 저라는 걸 느끼게 됩니다. 시는 글로 된 보석입니다. 그 보석을 저는 노래로 만들어 부르고, 그 보석을 계속 간직하고 있습니다.”

그의 ‘시 노래’에는 3가지 규칙이 있다. 첫째는 시가 주인공이기 때문에 ‘시의 토씨 하나 훼손하지 않고 부른다’이고, 두 번째는 ‘시인 한 명당 시 한 편만 작업’이었다. 마지막 규칙은 ‘만들어진 노래는 다시 듣지 않는다’다. 되도록 많은 시인의 시를 노래로 만들되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자기 복제’를 할까 봐 만든 규칙이다.
그는 ‘시요일’이라는 애플리케이션(앱)이나 책방에서 새로운 시를 많이 접하기도 했지만, 현역 시인의 도움도 받았다. 그는 “시인으로 활동하는 맹문재 안양대 국어국문학과 교수가 1890년대 태어난 여류 시인으로 시작해 일제강점기와 1960∼1980년대 등 시대에 따라 긴 시인 목록을 준다”고 말했다.
김창훈은 1000곡 완성을 기념해 이 중 10곡을 추려 기념 앨범 ‘당신, 아프지마’를 지난 8월에 발표했다. 앨범에는 시 ‘방문객’(정현종), ‘오리’(우대식), ‘저물녘’(길상호), ‘정말 그럴 때가’(이어령) 등이 담겼다.
그는 “가족이나 어머니, 사랑, 철학, 인생 등 다양한 주제를 정해 그에 맞는 시 노래를 담았다”며 “처음(방문객)과 끝(당신, 아프지마)만 처음부터 생각하고 있었을 뿐 나머지는 시간이 알아서 결정해줬다”고 말했다.

김창훈은 앨범 발매 한 달 뒤인 지난 9월에는 23곡을 추려낸 저서 ‘정말 그럴 때가 있을 겁니다’도 출간했다. 책에는 그가 작곡한 시 노래의 원문과 QR코드를 통해 유튜브에 공개한 노래 영상 그리고 시의 저자인 시인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그는 시에 이어 미술로도 영역을 넓혔다. 그는 지난달 15일부터 한 달간 가수 김완선과 함께 서울 종로구 갤러리 마리에서 ‘김창훈×김완선 아트 비욘드 페임(ART BEYOND FAME)’을 열었다.
“시도 그렇고, 음악도 그렇고, 그림도 그렇고 엄청난 에너지를 쏟아야 하는 작업입니다. 꾸준히 해야, 많이 해야 하죠. ‘시 노래’는 이미 1000곡을 했으니, 당분간은 그림에 집중하지 않을까 합니다.”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김태웅의역사산책] 가람 이병기의 국학과 제자 사랑](https://img.segye.com/content/image/2025/11/24/20251124516360.jpg)
![[인터뷰] '환승연애4' PD "속마음 지목 데이트와 빠른 전개로 차별화"](https://img.newspim.com/news/2025/11/24/2511241642273830.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