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1세기 전쟁의 양상이 근본적으로 바뀌고 있다. 과거에는 전차·전투기·미사일이 전장의 주인공이었다면, 이제 전쟁의 승패를 결정짓는 것은 알고리즘이다. 인공지능(AI)이 전장을 실시간으로 분석하고 판단하며, 인간보다 빠르게 대응하는 알고리즘 전쟁의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이 새로운 전장에서는 적보다 빠르게 판단하고 행동하는 ‘결정 우위(Decision Dominance)’를 확보하는 것이 핵심 경쟁력이다. 한마디로, 더 똑똑하고 빠른 AI를 갖는 것이 한 국가의 국방력과 전장의 승리를 보장하는 핵심요소가 되고 있다.
주요국 이미 AI 군비경쟁에 돌입
해외 기술 도입·국산화 병행하고
보안 체계·인재 확보도 서둘러야

주요국들은 이미 발 빠르게 국방 분야에 AI를 도입하는 군비경쟁에 돌입했다. 미국은 전장의 모든 데이터를 AI가 실시간으로 통합·분석해 최적의 대응을 자동으로 결정하는 킬웹(Kill Web) 체계를 구축 중이다. 전장의 두뇌 역할을 하는 국방AI 체계, 손과 발 역할을 하는 자율무기체계, 눈과 신경망 역할을 하는 군집 위성 등 우주 자산이 결합된 킬웹은 탐지-결정-타격 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시킴으로써 미래 전장의 게임체인저가 되고 있다.
국방AI 군비경쟁은 일단 속도전이다. 이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서는 우리도 신속하게 국방AI 기술을 도입해야 한다. 여러 곳에 산재해 있던 기존 국방 데이터센터들을 클라우드 기반 국방AI 데이터센터로 통합하는 것을 시작으로 국방 전 분야로 국방AI 기술 도입을 신속하게 확대해야 한다.
하드웨어 중심의 기존 획득 제도로는 AI기술 발전 속도를 따라잡을 수 없으므로 신속획득절차를 마련해야 한다. 무조건 군 주도, 국내 기술만을 강조하며 시간을 지체해서도 안 된다. 단기적으로는 해외의 검증된 플랫폼을 신속히 도입하고, 중장기 과제로 국내 기업들과의 파트너십을 통해 플랫폼의 핵심 모듈을 점진적으로 국산화하는 단계적 접근 방안을 취해야 한다. 해외 플랫폼 도입 시에는 데이터주권과 지적재산권 보호, 벤더 종속 방지 방안에 대한 충분한 검토가 이루어져야 한다.
속도전만으로는 부족하다. 보안도 충분히 고려되어야 한다. 최근 화재로 인해 국가정보자원관리원(NIRS) 전산망이 마비되었던 것처럼, 국방AI 인프라가 공격당한다면 전장의 두뇌, 눈과 신경망, 손과 발이 마비되어 전쟁을 시작해보기도 전에 패배할 수도 있다. 국방AI 모델 자체의 취약점을 이용한 사이버 공격을 통해 국방AI의 결정과 대응 기능이 오작동을 일으키거나 부수적 피해가 야기될 수도 있다. 알고리즘 전쟁 시대에는 국방AI모델과 국방AI데이터센터가 적의 최우선 표적이라는 전제하에 이에 대한 사이버 보안체계를 구축하고, 회복탄력성 높은 방어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또한 국방AI 인재양성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군이 더 많은 GPU를 더 빨리 확보하는 것이 곧 국방AI 수준을 높이는 것이라고 이해해서는 안 된다. 군내에 AI 기술 및 작전에 대한 지식을 고루 갖추고 국방AI를 잘 운용하고 보호할 수 있는 국방AI 전문 인력이 없다면 값비싼 AI 인프라도 무용지물일 뿐이다. GPU 기술 발전 속도와 수명을 고려할 때 적시에 제대로 운용되지 못하는 GPU는 예산 낭비일 뿐이다. 국방AI 전문 인력 양성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과 민-군 AI 인력 교류 제도를 마련하고, AI 전문병과를 신설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국방AI 기술이 책임 있는 통제 구조 안에서 운용되도록 보장해야 한다. 적절히 통제되지 않는 국방AI 기술은 국민과 동맹국에게 불안을 야기할 수 있다. 국방AI 운용 가이드라인을 수립하고, 인간의 최종 판단과 개입을 보장하는 안전장치를 갖추고, 독립적인 국방AI검토위원회를 설치해야 한다.
경쟁력 있는 국방AI 전력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앞서 살펴본 국방AI 모델 개발과 국방AI 통합데이터센터 구축, 신속 획득절차 마련, 해외 플랫폼 도입과 국산화 단계적 구축전략, 국방AI 운용·보안인력 양성, 국방AI 통제방안 마련을 위한 노력이 어느 하나 뒤처지지 않게 함께 속도감 있게 진행되어야 한다. 이러한 신속하면서도 균형 잡힌 노력을 통해 우리 국방AI 기술은 K-국방의 대표주자로 자리잡게 될 것이다.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임종인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명예교수·전 대통령 사이버특보
![[심호섭의전쟁이야기] 드론이 만든 21세기형 진지전](https://img.segye.com/content/image/2025/11/16/20251116509747.jpg)
![[기고] "한화오션, 원자력 동력 잠수함 시대의 중심에 서다"](https://img.newspim.com/news/2025/11/05/2511050922069360.jpg)
![양자 위성통신 시대 올까…광대역 ‘업링크’ 기술 주목 [김윤수의 퀀텀점프]](https://newsimg.sedaily.com/2025/11/15/2H0GP5XUNJ_1.pn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