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AI 대전환기, 마이데이터의 전략적 가치

2025-07-07

“인공지능(AI) 발전을 위해 데이터 확보와 기술 개발 중 무엇을 우선해야 할까?”라는 질문에 생성형 AI는 단호하게 “데이터 확보가 우선”이라고 답한다. AI 기술과 데이터의 관계는 흔히 자동차와 석유, 혹은 닭과 달걀에 비유된다. 학습을 위한 데이터가 없었다면 지금의 AI가 탄생도 진보도할 수 없었을 것이라는 주장, 기술발전이 없었다면 데이터는 그저 흩어져있는 기록일 뿐이라는 입장도 있다. 기술과 데이터는 상호의존적이지만, 기술은 도구이고 데이터는 기반이다. 기술은 언제든 개선될 수 있지만, 데이터는 단기간에 확보할 수 없는 희소 자산이다.

그래픽처리장치(GPU), 데이터 센터 및 전력 확보는 새 정부의 공약과 같이 과감한 투자로 해결할 수 있다. 또 AI 기술은 이미 국경을 초월해 오픈소스 생태계에 의해 발전하고 있다. 반면, 데이터는 법적·윤리적 장벽과 사회적 합의라는 시간의 장벽을 넘어야 하는 복잡한 문제다. 개인정보는 당사자의 동의가 전제되고, 기업 데이터는 영업비밀로 쉽게 공개되지 않으며, 국가 간 데이터는 주권 개념과 직결되어 공유가 제한적이다. 기술은 사 오거나 모방할 수 있지만, 데이터는 그렇지 않다.

일부는 소규모 데이터로도 학습이 가능한 최신 AI 기술을 언급하지만, 이는 대규모 데이터로 학습된 초거대 AI 모델이 기반이 된 것이며, '소규모 학습' 역시 양질의 데이터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간과한 것이다. 따라서 AI 산업은 데이터라는 원료 위에 기술이 실현되는 구조이며, 장기적 경쟁력 확보를 위해 데이터 주권 강화와 활용 체계 마련이 최우선 과제가 되어야 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각국은 AI 시대를 대비해 데이터 법 제도를 적극 정비 및 강화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일반 개인정보 보호법(GDPR:General Data Protection Regulation), 데이터 거버넌스법(Data Governance Act), 데이터법(Data Act) 마련으로 개인정보 이동권, 공공 및 기업 보유 정보의 공유 촉진, 안전한 공유 체계, 공정한 활용 원칙을 정립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빅테크 플랫폼과 기기를 통해 축적된 데이터를 자국의 통제 하에 두고자 하는 데이터 주권(Data Sovereignty) 개념도 강화하고 있다. 이들의 공통된 전략은 데이터 빈국이 되지 않기 위한 선제 대응이다.

이러한 글로벌 흐름에서 우리의 마이데이터 제도는 특히 주목할 만하다. 마이데이터는 단순히 흩어진 데이터를 통합 조회하는 서비스가 아니라, 개인이 보유한 데이터를 다른 주체에게 안전하고 통제 가능한 방식으로 이전해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이자 인프라다. 이는 개인정보 보호를 전제로 데이터 활용과 보상을 연결하고, 데이터의 독점 구조를 완화해 스타트업 등 다양한 주체의 참여를 가능하게 하는 등 AI·데이터 산업의 균형 있는 성장을 유도하는 혁신 생태계 기반이 된다.

최근 여러 이유로 허가를 반납하는 사례, 대동소이한 서비스로 제도 효용성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하지만, 옥석이 가려지는 과정이고, 무엇보다 이 제도가 없었다면 우리만의 개인화된 금융 AI 모델의 확보는 요원했을 것이다. 앞으로 마이데이터가 통신, 의료, 에너지, 교육, 고용, 문화 등 다양한 영역으로 확대되면, 이종 간 융합으로 더욱 정교하게 동작하는 AI 모델이 구현될 것이다. 다만 정보 주체에게 분명한 보상 내지는 자신의 데이터를 제공하여 AI모델을 함께 키우고, 혜택을 누릴 수 있는 참여형 서비스만이 신뢰 속에 지속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AI 대전환기를 앞둔 지금, 우리는 세계가 주목할 만한 데이터 이동 및 활용 제도를 이미 갖추었고, 그 실현 가능성도 입증해왔다. 그러나 제도와 산업이 성숙해가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일시적인 정체나 시행착오를 침소봉대하며 지원과 투자를 후퇴시킨다면, 이는 성장의 기회를 스스로 저버리는 일이 될 것이다. 훌륭한 요리사도 양질의 식재료 없이는 제 실력을 발휘할 수 없듯, 데이터 없는 AI는 존재할 수 없다. 지금이야말로 마이데이터 제도를 단순한 조회 서비스가 아닌 AI 산업의 인프라로 재정의하고, 개인정보를 포함한 다양한 데이터의 확보와 활용을 위한 지속 가능한 정책으로 발전시켜야 할 때다.

김흥재 코스콤 마이데이터중계센터장 khj932@kosco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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