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명품 리폼이 상표법 위반이 될 수 있는지에 대하여

2025-02-03

(조세금융신문=김종면 변리사/위고페어 대표) 명품 가방을 구매한 그 가방을 리폼하여 새로운 제품으로 만들어 사용하는 것이 문제가 될까?

명품 업체들은 자신들의 브랜드가 훼손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예를 들어 샤넬 노래방이나 버버리 노래주점과 같이 전혀 관련성이 없는 분야에 샤넬이나 버버리와 같은 자신들의 이름을 사용한 것에 대해서 부정경쟁행위로 소송을 제기하여 이러한 사용을 저지하기도 한다.

얼마 전에는 명품을 구매한 후 이를 재판매하는 것을 금지하는 내용 등을 약관에 포함시킨 나이키와 샤넬에 대해 공정위가 이를 불공정약관으로 보고 소비자들의 온라인 명품 선호 및 리셀시장 활성화 과정에서 소비자 피해를 막기 위해 불공정약관을 시정하였다고 발표하기도 하였다.

명품을 리폼하여 사용하는 것에 대해서도 명품 업체들은 브랜드보호 또는 소비자 보호를이유로 이를 막기도 한다.

하지만 내가 구매한 가방을 내가 수선하거나 리폼해서 사용하는 것을 명품업체들이 막을 수는 없는 일이다. 상표법적으로도 일단 제품이 판매되고 나면 해당 제품에 대해서는 상표권이 소진된다고 보기 때문에 구매한 제품을 구매자가 리폼해서 사용하는 것에 대해 명품업체가 관여하거나 이를 금지시킬 수 없다.

하지만 구매자가 아니라 리폼 업체에서 명품 가방 등을 리폼해주는 것에 대해서는 구매자가 직접 리품해서 사용하는 것과는 달리 보아야 한다.

2024년 10월 선고된 특허법원 판례에서는 리폼 업체의 명품 리폼 행위는 상표권 침해에 해당하므로 허용되지 않는다고 하였다.

참고로 해당 판례는 2023년 10월 12일에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선고된 2022가합513476 상표권침해금지 사건에 대한 항소심 판결이다.

이하에서는 특허법원 판례에 대해 구체적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1. 사건의 개요

원고인 ‘L’사는 아래 두 등록상표에 대한 상표권자이다.

피고는 ‘D’는 가방, 지갑 등의 수선 및 제작업을 영위하고 있고, 2017년경부터 2021년경까지 소유자들의 주문에 따라 일정한 대가를 받고 가방을 그 소유자들로부터 건네받아 그 원단, 금속 부품 등을 원자재로 이용하여 리폼된 가방과 지갑을 제작하여 주문자에게 인도하였다.

이에 원고는 피고가 원고의 상표권을 침해하였다고 주장하여 소송을 제기하였고 1심인 서울중앙지방법원 판결에서는 상표권 침해를 인정하였고, 피고가 항소하여 특허법원에서 다시 상표권 침해에 대한 다툼이 다시 진행되었으나 특허법원에서도 역시 피고가 원고의 상표권을 침해하였다고 판결하였다. 특허법원 판결에서 주요 쟁점이 되었던 사항들은 아래와 같다.

2. 주요 쟁점사항들

가. 리폼 후 제품의 상품성

상표법 제89조에서는 “상표권자는 지정 상품에 관하여 그 등록상표를 사용할 권리를 독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상표의 사용'이라 함은 상품 또는 상품의 포장에 상표를 표시하는 행위를 만하는데, 여기에서 말하는 '상품'은 그 자체가 교환가치를 가지고 독립된 상거래의 목적물이 되는 물품을 의미한다.

상표권 침해가 되기 위해서는 ‘상표의 사용’이 전제되어야 하고 여기서 상품이란 독립 거래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는 것인데, 이번 특허법원 판결에서 법원은 리폼 후 제품이 그 자체가 교환가치를 가지고 독립된 상거래의 목적물이 되는 물품으로서 상표법 제2조 소정의 ‘상품’에 해당한다고 판단하면서 아래와 같이 그 이유를 밝혔다.

1) 이 사건 리폼 후 제품은 지갑 및 가방으로서 그 자체로 교환가치가 있다.

2) 저명한 상표가 표시된 고가의 상품(이른바 ‘명품’)은 리폼한 후에도 중고 시장에서 거래되고 있으므로, 이 사건 리폼 후 제품도 중고 시장에서 유통될 가능성이 충분하다.

실제로 원고 가방을 리폼한 제품을 판매한다는 글이 인터넷 중고 거래 사이트에 게시된 예들이 있다.

3) 이 사건 리폼 후 제품이 중고 시장에서 거래되었다는 직접적인 증거는 없으나, 상표법 제2조 제1항 제11호의 규정에 의하면, 상품을 양도하거나 인도하지 않더라도 ‘상품 또는 상품의 포장에 상표를 표시하는 행위’만 하더라도 ‘상표의 사용’에 해당하므로,

상표법 제2조 소정의 상품에 해당하려면 그 물품 자체가 객관적으로 교환가치를 가지고 장차 독립된 상거래의 목적물이 될 수 있으면 충분하고, 실제로 상거래가 이루어져 그것의 점유 또는 소유권이 타인에게 이전된 후에 비로소 상품에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

4) 상표가 표시된 상품이 대량으로 생산되었는지(양산성) 여부와 상관없이 상표의 출처표시기능은 보호되어야 하므로, 상표법에서 말하는 상품에 해당하기 위하여 대량으로 생산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고 계속성・반복가능성이 있는 경우 단지 1개만 생산되더라도 상품에 해당할 수 있다.

나. 상표를 사용하였는지 여부

리폼 제품의 경우 리폼 업자가 리폼 제품에 따로 상표를 표시하거나 부착하지는 않는다.

그렇다면 리폼 업자인 피고의 리폼 제품이 과연 원고의 상표를 사용하였다고 볼 수 있는지에 대하여 법원은 “기존의 상품을 활용하여 새로운 상품을 생산하면서 새로 상표를 제작하여 부착하는 대신 기존 상품의 상표 부분을 새로운 상품에 그대로 사용할 경우(예, 원단에 상표가 표시되어 있는 기존의 가방을 원자재로 활용하여 새로운 가방을 생산하면서 기존 가방의 원단에 표시된 상표 부분을 그대로 사용하는 경우), 기존의 상표가 새로운 상품의 출처를 표시하는 이상 위 행위는 ‘상품에 상표를 표시하는 행위’에 해당한다.”라고 판단하였다.

법원은 직접 ‘FUJIFILM’이라는 상표를 1회용 카메라에 부착한 것이 아니라 이미 사용된 ‘FUJIFILM’이라는 상표가 표시되어 있는 1회용 카메라를 회수하여 위 ‘FUJIFILM’이라는 상표를 제거하거나 가리지 아니한 상태에서 새로운 1회용 카메라를 생산하여 판매한 경우에도 이러한 행위를 ‘FUJIFILM’ 상표의 사용 행위로 판단한 대법원의 판례(대법원 2003. 4. 11. 선고 2002도3445 판결)를 인용하기도 했다.

다. 상표권 소진 여부에 대하여

상표권자가 등록상표가 표시된 상품을 판매 등을 통해 양도하였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해당 상품에 대한 상표권은 그 목적을 달성한 것으로서 소진되고, 그로써 상표권의 효력은 해당 상품에 대하여는 소멸하는 것이 원칙이다.

하지만 법원은 이번 사안에서 “원래의 상품과의 동일성을 해할 정도의 가공이나 수선을 하는 경우에는 실질적으로 생산행위를 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므로 이러한 경우에는 상표권자의 권리를 침해하는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라고 하면서,

이 사건 리폼 전 제품에 표시된 이 사건 상표들의 상표권이 소진되었다고 가정하더라도 이 사건 리폼 후 제품은 아래와 같은 이유로 동일성을 해할 정도의 가공을 통해 실질적으로 새로운 상품을 생산한 경우에 해당하여 상표권 침해에 해당한다고 하였다.

① 이 사건 리폼 전 제품은 해체 후 원단 등이 절단되어 원상복구가 불가능하게 되는 순간 종전의 상품 가치는 없게 되는 점.

② 이 사건 리폼은, 리폼 전 제품의 부품을 원자재로 사용하여 물리·화학적 처리, 박음질, 부품들의 부착, 내부 라벨의 부착 등의 공정을 거쳐 리폼 전 제품과는 완전히 다른 새로운 제품을 만드는 행위인 점.

③ 이 사건 리폼 전 제품과 이 사건 리폼 후 제품을 비교하면, 개수, 크기, 용적, 모양, 형태, 기능 등이 현저하게 차이가 나는 점.

3. 마무리

명품 리폼이 상표권 침해에 해당한다는 이번 판례에 대해 일반인들 중에는 “이게 왜 상표권 침해인가?”라고 의문을 제기하는 경우도 많아 보인다.

하지만 1심법원인 서울중앙지방법원과 같이 2심법원인 특허법원 역시 명품수선업자가 행하는 명품리폼행위는 상표권 침해행위에 해당한다고 하였다. 대법원에서 다시 심리를 한다 해도 1심과 2심의 결과가 뒤집어질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구매한 가방을 리폼해서 사용하고 싶은데 내가 직접 할 수는 없어 수선업자에게 리폼을 의뢰해 사용하고자 하는 일반소비자 입장에서는 이러한 법원의 판결로 인해 명품수선업자가 리폼을 해줄 수 없는 상황이 되므로 이 판결이 부당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리폼행위를 무제한 허용하게 될 경우 해당 브랜드에서 생산하지 않은 제품들이 상당수 시장에서 유통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해당 브랜드에 대한 브랜드관리가 어려워지고 브랜드이미지가 손상될 수 있다는 점도 고려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런 점에서 보면 이번 특허법원 판결은 결국 강력한 브랜드 보호를 통해 지식재산 생태계를 공고히 유지하고 특허법이나 상표권을 근간으로 하는 지식재산권 보호를 통해 산업발전을 도모한다는 지식재산권 제도의 정책적 목적 달성을 포기할 수 없다는 측면에서는 바람직한 판결로 보인다.

[프로필] 김종면 변리사

•(현)위고페어 대표이사

- AI기반 위조상품 토탈솔루션 서비스

•(현) 특허법인 아이엠 파트너변리사

•(전) 독일로펌 Stolmar & Partner 한국변리사

•(전) 한국 IBM, System Engine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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