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 쫓던 개 됐다”… 탄핵정국에 답답한 재계

2024-12-15

8년 만에 현직 대통령에 대한 탄핵정국이 본격화하면서 경제계의 시름이 커지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이스라엘·헤즈볼라를 비롯한 세계 곳곳의 무력 분쟁이 계속되고 있고,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에 따른 불확실성이 고조되면서 한국 경제 전반에 대한 위기감이 가중되고 있어서다.

경제계에 따르면 대한상공회의소가 지난 10월 제22대 국회 첫 정기국회의 본격적인 법안 심사를 앞두고 건의한 경제 분야 입법 과제 23개 중 여야 모두가 공통으로 법안을 발의했으나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법안은 총 12개다.

비상계엄 사태 이전에도 국회는 예산안과 김건희 여사·채 상병 특검법 등 주요 쟁점법안을 놓고 정쟁을 이어가면서 상대적으로 경제 분야 입법은 뒷전으로 밀려났다.

반도체 특별법의 경우 여야가 22대 국회 들어 나란히 발의하며 반도체 산업 지원에 뜻을 모았다. 우리나라의 반도체 관련 인센티브 규모가 세액공제를 포함해도 일본의 10분의 1, 미국의 5분의 1에 그치는 상황에서 국가 차원의 전폭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던 것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상임위 문턱에 멈춰있는 단계다.

인공지능(AI) 전환을 전폭 지원해 줄 무쟁점 법안인 AI 기본법도 발이 묶여 있다. AI 기본법은 AI를 도입·활용하고자 하는 기업에 대한 컨설팅 지원, 중소기업에 대한 AI 기술 도입·활용 자금 지원 등 AI 산업을 육성·지원하는 내용이 골자다.

보조금 재원 마련을 위한 첨단전략산업 기금법안과 국가 핵심기술 유출에 대한 형벌을 강화하는 형법 개정안도 여야 간 특별한 이견이 없는 무쟁점 법안으로 꼽힌다.

재계에서는 첨단산업 전력 수요를 뒷받침하는 국가기간전력망을 조속히 확충하기 위한 국가기간전력망 확충 특별법 통과도 시급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대한상의가 지난달 낸 ‘산업계 전력수요 대응을 위한 전력공급 최적화 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20년간 전력 수요는 98% 증가했으나 송전설비는 26% 증가하는 데에 그쳤고 최근 송전설비 건설도 5∼6년 이상 지연되고 있다.

지역 내 기업투자 유치가 지방소멸 위기를 해결할 열쇠라는 공감대가 확산하는 가운데 기획발전특구 내 파격적인 규제 완화, 세제 혜택, 인프라 지원 등이 가능하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지역균형투자촉진 특별법안의 조속한 통과도 절실한 상황이다.

재계 관계자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에는 경기 전반이 좋지 않았던 것은 맞지만, 반도체 분야가 호황이어서 탄탄한 수출을 바탕으로 한국 경제가 무너지지 않았다”면서 “지금은 수출이나 소비 모두 무너진 상황에서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는 등 대외 환경이 너무 좋지 않은 분위기라 국회라도 제 할 일을 하지 않으면 심각한 충격파가 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박세준 기자 3jun@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enu

Kollo 를 통해 내 지역 속보, 범죄 뉴스, 비즈니스 뉴스, 스포츠 업데이트 및 한국 헤드라인을 휴대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