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오후 서울 종로구 경복궁 앞에는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촉구하는 노동시민단체와 정치인들이 친 천막이 진을 이뤘다. 이 곳에서 윤석열 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 공동의장단 15명이 8일부터 단식에 돌입했다. 우리 노동 지형을 양분하는 김동명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과 양경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도 공동의장으로서 곡기를 끊은 지 19일이면 12일째다. 양대 노총은 윤석열 정부 내내 정권을 향해 ‘반노동을 멈추라’고 비판 목소리를 내왔다. 17일 서울경제신문은 두 위원장을 천막 안에서 짧게 만났다. 김 위원장은 “헌법 질서를 부정하고 훼손하면 엄정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양 위원장은 “‘광장’에 있는 시민에게로의 권력 교체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건강은 괜찮은가.
△괜찮다. 단식은 처음이다.
-단식을 결심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는.
△시국 선언 할 때도 이유를 말했다. 단식하고 싶은 사람 누가 있겠는가. 윤석열 (대통령)이 다시 돌아온다는 것은 죽기보다 더 싫은 일이다. 그동안 여러 측면에서 노동을 억압하고 혐오와 차별을 조장했다. 만일 헌법재판소가 복귀시킨다면 (윤 대통령은) 법도 무시하고 더 폭력적으로 국민을 탄압할 수 있다. 불안정한 정국 속에서 경제, 민생, 외교, 평화 등 국가의 모든 면이 추락하고 있다. 복귀한다면 이 사회가 유지되고 존속되겠는가.
단식할 수밖에 없다. 아무리 하기 싫은 일이고 고통스러운 일이라고 하더라도 지금은 모든 것을 걸고 비장하게 싸울 때다. 많은 국민이 정치가 빨리 수습돼서 민생이 제대로 돌아오길 바라고 있다. 하지만 이 곳에 못 나오는 분들도 많다. 시민의 힘을 더 강하게 결집시키지 않으면 헌재에 강력한 영향을 주지 못한다. 그럼 잘못된 결과가 나올 수 있다. 마지막 고비다. 중대한 국면에서 모든 걸 걸고 시민의 힘을 결집하려고 한다.
-현재 선고 이후 우리 사회의 갈등은 더 심해질 것 같다.
△ 내제됐던 한국 사회 갈등이 탄핵 찬반을 놓고 극명하게 갈렸고 분출됐다. 폭력적인 방법으로, 이념적으로, 극단적으로 갈렸기 때문에 탄핵 이후에도 쉽게 치유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 사회는 다양성의 사회다. 그러나 주장이 다르더라도 서로 소통하고 타협하고 대화해야 한다. (올 1월 서울서부지법 폭동 사태처럼) 극단적으로 법을 위반하는 사람들, 헌법 질서를 완전히 부정하는 사람들은 엄정한 조치가 필요하다. 법적으로도, 사회 분위기로도 이런 사람들에게 냉혹하게, 냉정하게 대할 수 있는 제도를 모두 적용해야 한다. 사회에서 이런 일이 더 용납되지 않도록 압도적 분위기를 만들어내야 한다.

-건강은 괜찮은가.
△물과 소금, 효소만 조금씩 먹고 있다. 단식은 예전에 23일까지 한 적도 있다.
-천막을 찾는 시민들이 많은 것 같다.
△쉴 틈 없이 많은 시민들이 찾아온다. 힘내서 싸우자고 응원해준다. 아이들도 굉장히 많이 왔다. 저 쪽에서는 부산에서 대학생들이 와 단식을 함께 하고 있다. 이틀 동안 이어진 시국 선언에는 7000명이 넘는 단체 대표자들과 1500명에 가까운 시민이 참여했다. 이렇게 큰 ‘폭과 넓이’로 함께 투쟁해 본 건 처음인 것 같다.
어제(16일)였던 것 같다. 9살 초등학생이 집회 무대에 올라 ‘파면해야 한다’는 발언이 인상 깊었다. 얼마 전에는 90세 가까운 노인 한 분이 찾아와 ‘미안하다, 우리가 잘못했다, 그래서 당신들이 고생한다’고 사과했다. 시민들의 마음이 전해지는 것이 감동스럽다. 민심은 ‘파면했구나’라는 것을 확인했다.
-현재 선고 이후 우리 사회의 갈등은 더 심해질 것 같다.
△전체 국면은 급격하게 대선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많다. 대선 국면이 단순한 정권 교체가 아니라 정말 ‘광장’의 시민에게로 권력 교체가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비상행동과 민주노총에서 제기하고 있는 다양한 사회개혁 과제들(노동기본권·사회공공성 강화)을 대선 후보에게 전달하겠다. 이 과제가 대선 과정에서 약속되고 또 이후에 집행될 수 있도록 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