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바이 나훈아] ③ 지역 구도가 만든 가요계 라이벌, 남진

2025-01-20

미디어가 부추긴 나훈아와 남진, 오랜 시간 대결 구도

남진은 전라도 목포, 나훈아는 부산직할시가 고향

자라온 환경도 상반되고, 성격 또한 다른 두 사람

[서울= 스핌]오광수 문화전문기자 = 1960년대 말부터 70년대를 거치면서 박정희와 김대중이 정치적 라이벌이었다면, 가요계에는 남진과 나훈아가 있었다. 남진은 전라도 목포의 부유한 집안 출신의 가수였고, 나훈아는 부산의 가난한 집안 출신의 자수성가형 가수였다. 남진이 도시적이고 세련된 매력을 갖고 있다면, 나훈아는 시골스럽지만 푸근한 인상으로 오빠 부대를 몰고 다녔다. 성격적으로도 두 사람은 대조적이었다. 남진이 매우 쾌활하고 밝은 성격이라면, 나훈아는 조용하면서도 진중한 성격이었다.

당시 나훈아와 남진은 대중들이 만든 라이벌이었지만 그 치열함은 대단했다. 때로는 초등학생들의 싸움거리가 되기도 했다. 남진이 노래하면 나훈아 팬들이 외면하고, 나훈아가 노래하면 남진 팬들이 외면하던 라이벌 구도는 애당초 미디어가 부추겼다. 그러나 영호남을 나누어 네 편 내 편을 만들던 지역주의도 한몫한 것이 사실이다.

두 사람의 이력을 보면 남진이 나훈아보다 한 살 더 많다. 남진이 46년생이고, 나훈아가 47년생이다. 지난해 데뷔 45주년을 맞았던 남진은 인터뷰를 통해 "나훈아의 실제 나이는 51년생"이라고 주장하면서 "나훈아가 선배 대접을 안 해서 당시 기분이 상했던 건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데뷔 역시 남진이 앞선다. 1965년 '서울 플레이보이'로 등장한 남진은 66년에 '울려고 내가 왔나', '가슴 아프게'를 잇달아 발표하며 정상에 올랐다. 67년 고등학교 졸업반이던 최홍기는 가수 나훈아로 다시 태어나면서 데뷔곡 '내 사랑'과 '약속했던 길'을 발표, 잇달아 '사랑은 눈물의 씨앗', '임 그리워'를 히트시켰다.

뒤늦게 데뷔한 나훈아가 남진과 같은 반열에 오를 수 있었던 건 69년 남진이 청룡 부대의 일원으로 월남에 파병되면서부터였다. 나훈아는 73년 공군으로 입대했으며, 입대 초기 명예 장교로 선발돼 잠깐 동안 월남에 다녀오기도 했다. 이들의 군 복무 기간에도 레코드 회사들은 끊임없이 앨범을 내놨기에 팬들은 그들의 공백기조차 느낄 수가 없었다. 데뷔 이후 76년까지 두 사람은 비공식적 통계지만 각자 800여 곡의 노래를 발표했으니 연간 80여 곡의 신곡을 내놓은 셈이다.

oks34@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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