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 태풍에 꿈쩍 않는 이유 있었다…도쿄 스카이트리 비밀[김현예의 톡톡일본]

2024-10-13

일본을 찾는 관광객 10명 중 3명은 찾아가는 대표 관광지인 도쿄 스카이트리. 지난 12년간 5000만명 이상이 쇼핑과 관광을 위해 방문했지만, 사실 이 곳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또 다른 얼굴이 있다. 지진과 태풍을 버텨내며 재해 관측을 하는 도시의 눈 기능을 하고,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한 구호 기지 업무도 맡는다. 전파 송신 외에 번개와 온실가스 연구 거점까지 담당하는 도쿄 스카이트리를 지난 7일 찾아가 봤다.

동일본대지진에도 거뜬

높이 634m의 도쿄 스카이트리가 스미다(墨田)구에 생겨난 건 2003년이다. 3700만명이 넘는 도쿄인들을 위해 TV와 라디오 전파 송출탑 역할을 하는 초고층 계획이 시작됐다. 도쿄 전역은 물론 후지산까지 한 번에 바라볼 수 있도록 하자는 야심 찬 계획이었지만, ‘지진 대국’인 일본에서 600m가 넘는 초고층 건물 건설은 커다란 과제였다.

설계를 맡은 닛켄세케이(日建設計)는 고민에 들어갔다. 태풍급의 강풍에도 견디면서 지진에도 강해야 했다. 도쿄타워나 도쿄돔 건설 경험이 있었지만, 도쿄 스카이트리는 또 다른 도전이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일본은 매년 여름 매우 강한 바람을 동반한 태풍이 오고, 큰 지진이 높은 확률로 발생하기에 타워 설계도 지진과 바람이 주요 고려 요인이 됐다”고 설명했다. 600m가 넘는 철골타워를 세우기 위해 바람의 저항을 덜 받는 삼각 형태로 철골을 올리기로 했다. 세 개의 거대한 철근 다리 구조에 두께가 최대 10cm에 달하는 철판을 조금씩 비틀어 쌓아 올린 형태다. 최대 순간 풍속이 초당 110m에 달하는 강풍도 버틸 수 있는 고강도 구조는 이렇게 만들어졌다.

타워 철골 무게만 약 3만6000t에 달하는 도쿄 스카이트리의 지진 대비를 위해선 심주제진(心柱制振) 공법을 도입했다. 일본 오층탑 구조에서 본땄다. 불탑 중앙에 심주(心柱)로 불리는 기둥을 세워 지진을 다스린다는 의미를 담았다. 철근 콘크리트 구조의 원통을 바닥부터 375m 높이까지 세운 형태로 심주와 철골탑 사이엔 유압으로 흔들림을 줄여주는 ‘오일 댐퍼’를 장착했다.

설계 담당자는 “규모 7.9의 지진이 발생하면 30초에서 2분 정도 기둥이 흔들리게 되지만 최대 30cm 정도 흔들리는 수준으로 지진을 버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수백번이 넘는 모의실험 끝에 심주제진 공법을 세계에서 처음 적용하면서 어떤 지진이 와도 흔들림을 반감시킬 수 있는 구조가 됐다는 설명이다.

실제 도쿄 스카이트리 건설이 한창이던 2011년 3월 11일 동일본대지진(규모 9.0)이 발생했지만 구조물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지진으로부터 7일 뒤 다시 건축을 시작해 634m의 탑을 완성한 뒤 2012년 5월에 정식 개관하면서 도쿄 스카이트리는 당시 일본에서 지진 피해 극복의 상징이 되기도 했다.

1층엔 구호품 비축기지

단체 관광객 버스가 서는 1층 한쪽엔 구호품 비축 창고가 마련돼 있다. 철문을 열고 들어가니 긴 복도를 중심으로 박스에 담긴 물과 모포, 간이 식량이 가득 차 있었다. 안쪽에 마련된 별도의 방에는 영상 시설과 방송 장비가 갖춰져 있는데, 인근 구인 스미다구의 재해대책본부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지진으로 구청이 피해를 입은 경우 또 다른 대안 시설이 될 수 있도록 한 것으로, 스미다구 전역을 대상으로 한 방송 등이 가능하다.

20~30명이 들어갈 수 있는 해당 공간에는 재해대책 매뉴얼도 자리마다 마련돼 있었다. 도쿄 스카이트리 260m 지점에 스미다구가 설치한 카메라를 통해 재해 피해 영상도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도쿄 스카이트리 관계자는 “몇 년 전 스마다구 화학 공장 화재가 발생했을 당시 카메라를 통해 소방과 경찰 도착 여부, 피해 상황 등을 포함해 정보 수집을 했다”고 설명했다.

비축된 기저귀, 간이식 등의 구호품은 총 3000명분에 달한다. 시설 담당자는 “동일본대지진 당시 쓰나미 피해는 없었지만, 온종일 지하철이 멈춰 서면서 집에 가지 못하는 사람들이 다수 발생한 적이 있어 귀가하기 어려운 이들을 위한 물품을 보관하고 있다”고 밝혔다. 재해가 발생할 경우 인접한 지하철역에서 배부하는 형태로 구호품이 전달된다는 설명이다.

방재용품은 이 곳에만 있는 게 아니다. 전망대에도 비축 창고를 설치했다. 지진이 발생하면 엘리베이터가 멈춰 서는 것을 상정한 조치다.

도쿄 스카이트리 측은 “거동이 불편한 분이나 고령자 등 피난 단계에서 대피가 어려운 사람들이 전망대에 대기할 수 있는 상황을 상정해 식량과 물, 모포, 구급약 등을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도쿄 스카이트리 일대 지하엔 약 7000t에 달하는 냉수와 온수를 보관하고 있다. 대규모 재해 시에는 이를 생활용수와 소방용수로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폭우 시엔 60개에 달하는 저수조가 가동되는데 총 2635t에 달하는 빗물을 일시 저장해 홍수 피해를 줄이는 역할을 한다.

번개 연구 거점도

높이 458m에서 타워 외부 계단을 통해 497m 부분으로 올라가면 색다른 시설이 나타난다. 낙뢰 연구 시설이다. 전력중앙연구소가 설치한 검은색 6개 기둥으로 된 관측장비가 설치돼 있다.

이 곳에서 만난 연구자는 “1년에 10번 정도 낙뢰가 집중해서 발생하는 곳은 매우 드물다”고 소개했다. 도쿄 도심 지역에 벼락이 떨어질 확률은 1㎢ 당 연간 두 번 정도인데, 10번이나 떨어지는 도쿄 스카이트리는 번개 연구를 위한 ‘명소’란 얘기다.

그는 “여름에 한 지역에 낙뢰가 집중되는 것은 전세계에서도 일본의 도쿄 스카이트리와 브라질 정도 밖에 없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전력중앙연구소가 도쿄 스카이트리에서 수집한 정보는 분석을 거쳐 건축물 등의 낙뢰 대책과 정전 피해 감소 등의 연구에도 쓰이고 있다.

300m 높이에선 온실가스 등에 대한 연구가 약 7년간 진행되기도 했다. 도쿄 스카이트리 관계자는 “TV·라디오·재해방송 송신 기능을 책임지는 도쿄 스카이트리는 관광시설일 뿐 아니라 다양한 방재 기능을 갖춘 사회시설로 자리잡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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