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도시민들의 귀농 관심이 높아지면서 농자재·시설·컨설팅 관련 광고 또한 늘고 있다. 지인 중에서도 귀농을 희망하는 사람이 많다. 저마다 귀농하려는 계기와 사연이 있겠지만 모두 공통 고민은 작목 선택이다.
귀농을 생각하는 도시민들은 보통 소득·재배 난이도를 고려해 작목을 선택한다. 이런 점을 노린 광고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그중 가장 귀에 쏙 들어오는 말은 ‘병충해가 적다’는 작목이다. 영농 경험이 풍부한 농민들은 그 말 속뜻을 잘 알기에 웃어넘겨 버리겠지만 잘 모르는 도시민들은 첫 단추를 잘못 끼우고 농업을 시작하게 된다.
농업에 첫발을 내딛는 도시민들은 동네 농약방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고수로 불리는 주위 농민들에게 “농약 없이는 농사를 짓지 못하며 요즘 농약이 잘 나와서 괜찮다”는 이야기를 자주 듣게 된다.
농약허용물질목록관리제도(PLS)를 따라 농약 용법·용량을 준수하면 소비자가 농산물을 소비할 때 유해성분이 분해돼 안전하다고 하지만 원액 농약을 다루는 농민도 안전한지 모르겠다. 농약 안전 사용 교육에선 농약 살포 시 방진마스크·고무장갑·보안경 등 장비를 완벽히 갖출 것을 권한다. 하지만 안전기준을 준수해 농약을 살포하면 한겨울에도 더위를 먹고 쓰러질 판이다. 현실성 없는 안전기준으로 농민 안전을 표방하고 있을 뿐이다.
‘농약관리법’의 농약피해분쟁조정위원회 관련 규정에 명시된 ‘농약 피해’란 타인의 농약 살포로 자신의 농작물이 오염된 경우, 농작물에 약해가 있는 경우 등이다. 농작물 피해만 언급할 뿐 농민인 사람 피해는 농약 피해가 아닌 것이다. 현행 ‘농약관리법’대로라면 농민에게 발생한 농약 피해는 현실성 없는 농약안전사용기준을 따르지 않은 농민 개인의 책임이다. 이런 현실에도 불구하고 많은 농민과 업자는 “농약을 정량의 두배를 사용해야 효과가 좋다”고 마치 비법처럼 이야기하고 있다. ‘농약관리법’ 위반이지만 일상이 됐다.
살충제·살균제 등 유기농업자재를 직접 만들어 사용하면 일반 농민들은 요즘 잘 나오는 농약을 두고 고생을 사서 한다고 바보로 취급한다. 하지만 화학농약으로 잡히지 않는 병해충을 유기농업자재로 잡으면 몸도 편하고 농사도 편한 즐거움을 그들은 모른다. 친환경농민으로서 아집을 부리며 농약을 쓰지 않는 것이 아니라 굳이 화학농약을 사용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정진혁 애띤 농업법률연구소 대표·청년농 유기농업 연구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