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총회 첫 북한인권 고위급회의…탈북자 증언 놓고 남북 충돌도

2025-05-21

정부는 2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제79차 유엔 총회 주최 북한 인권 고위급 전체회의에 참석해 북한의 심각한 인권 상황을 국제사회에 알리고, 국제적 연대 강화를 촉구했다.

이번 회의는 지난해 컨센서스로 채택된 제79차 유엔총회 북한 인권 결의에 따라 열렸다. 유엔총회 차원에서는 처음으로 개최된 북한 인권 관련 고위급 회의다.

외교부는 “안보리와 인권이사회에 이어 유엔의 대표 기관인 총회 차원에서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한 집중적인 논의가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의미 가진다”고 설명했다. 또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한 국제사회의 폭넓은 참여와 관심을 제고하는 계기가 된 것으로 평가된다.

우리 측 수석대표로 참석한 황준국 주유엔대사는 “이번 회의는 유엔총회가 북한 인권 결의를 채택한 지 20년 만에 총회 차원에서 개최된 역사적인 회의”라고 강조했다.

황 대사는 노예화의 반인도범죄에 해당할 수 있는 북한의 강제노동 상황과 강화되는 감시와 국경통제, 표현의 자유 제약 상황 등 악화되고 있는 북한 인권 상황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특히 황 대사는 납북자·억류자· 국군포로 문제의 즉각적인 해결과 북한에 억류된 한국인 선교사 김정욱·김국기·최춘길 씨의 조속한 석방을 촉구했다. 또한, 강제송환 탈북민에 대한 비인도적 대우에 우려를 표하고, 모든 유엔 회원국의 강제송환 금지원칙 준수를 촉구했다.

아울러 북한의 인권 침해와 핵·미사일 개발 사이의 연계를 지적하며, “북한 주민들의 고통 위에 구축된 무기가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에 이용되고 있으며, 이는 국제 비확산 체제와 평화·안보를 위협한다”고 경고했다.

다수 참석국들도 러·북 군사협력에 우려를 표하는 한편, 악화하고 있는 북한 인권 상황을 지적하고 북한의 인권 상황 개선을 위한 노력을 촉구했다.

회의에는 필레몬 양 유엔총회의장과 일제 브란즈케리스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 인권담당사무차장보, 엘리자베스 살몬북한인권 특별보고관 등이 참석해 심각한 북한 인권 상황에 대한 국제사회의 지속적인 관심과 대응을 강조했다.

‘11살의 유서’ 작가인 탈북자 출신 인권운동가 김은주 씨와 강규리 씨도 발언자로 나서 북한 내 인권 침해 실태에 대한 생생한 증언을 전했다.

김씨는 11살 때 굶주림 속에서 아버지를 잃고 어머니, 언니와 함께 두만강을 건너 탈북했다가 중국에서 인신매매를 당해 고초를 겪었던 경험을 증언했다.

김씨는 “오늘날에도 젊은 북한 군인들이 러시아를 위해 우크라이나 전쟁에 파병돼 현대판 노예제도의 희생양이 되고 있다”며 “그들은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누구와 싸우는지, 왜 싸우는지도 모른 채 김정은 정권의 돈벌이 수단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강씨는 지난 2023년 10일 어머니, 이모와 함께 10m 길이의 목선을 타고 탈북한 경험을 증언했다.

강씨는 “북한에는 아직도 기본적 인권을 빼앗긴 채 외부 세계에 대한 어떠한 정보도 접하지 못하는 수백만 명의 주민들이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5살 때 할머니가 토속신앙을 실천했다는 이유로 가족 전체가 평양에서 시골로 추방됐다”며 “북한에서 허용되는 유일한 종교나 신념은 김씨 가문의 세습통치를 정당화하는 주체사상뿐”이라고 비판했다.

강씨는코로나19 봉쇄가 북한 당국이 자유를 억압할 수 있는 완벽한 구실과 기회를 제공했다면서 “내 친구 중 세 명이 처형됐었는데, 그중 두 명은 단지 한국 드라마를 배포했다는 게 이유였다. 그중 한 명은 겨우 19살이었다”라고 증언했다.

이외에도 북한인권위원회(HRNK) 그렉 스칼라토이우 사무국장과 한보이스(HanVoice) 션 정 대표를 포함한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도 참석해 악화되고 있는 북한 인권 상황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한편 이날 회의에선 한국과 북한의 날 선 공방도 벌어졌다.

당사국 자격으로 유엔 회원국 중 가장 먼저 발언에 나선 북한의 김 성 주유엔 대사는 이날 회의가 주권 존중과 내정불간섭을 핵심 원칙으로 하는 유엔헌장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또 이날 회의 내용이 숨은 세력에 의한 책략과 조작이라고 적반하장 식 주장도 펼쳤다.

그는 “더욱 개탄스러운 것은 자기 부모와 가족조차 신경 쓰지 않는 ‘인간쓰레기’(scum)를 증인으로 초청한 것”이라며 증언에 나선 탈북자들을 향해 거친 말을 쏟아냈다.

이어 “북한인권위원회와 같은 인권 단체들은 한미를 포함한 적대적 정부의 정치적, 재정적 후원하에 우리 시민들에 대한 선동과 조작된 증언을 제공하는 인권 하수인들의 집단”이라며 “오늘 회의는 이런 사기꾼들의 생존을 보장하기 위해 구성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총회 발언에 나선 황 대사는 “김은주 씨와 강규리 씨 같은 용감한 탈북자들의 가슴 아픈 증언은 그들이 피해 온 잔혹성에 대한 반박할 수 없는 증거를 제공한다”며 북한의 주장을 일축했다.

황 대사는 “너무 오랜 기간 북한의 인권 침해는 핵 위협에 가려져 왔지만 인권 침해는 이차적 문제가 아니다”라며 “북핵과 인권 상황은 상호 간 깊이 연결돼 있고 북한 정권의 진정한 본질을 반영한다”라고 강조했다.

같은 날 오후에는 주유엔대표부와 북한 인권 글로벌연대가 공동으로 리셉션을 열고, 유엔 회원국과 시민사회단체 인사들을 초청해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한 공감대를 넓히는 자리를 마련했다.

정부는 “앞으로도 유엔을 포함한 다양한 국제무대에서 심각한 북한 인권 상황에 대한 의미 있는 논의가 지속할 수 있도록 다차원적인 노력을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조문규 기자 chomg@joongang.co.kr

이 기사는 구글 클라우드의 생성 AI를 기반으로 중앙일보가 만든 AI 시스템의 도움을 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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