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JoongAng Plus
도대체 어디서부터 어긋난 걸까요.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던 강골 검사 윤석열은 왜 이해하기 힘든 비상계엄으로 스스로를 무너뜨렸을까요. 서른 넷, 늦깎이로 검사가 된 뒤 10년 가까이 족적을 남기지 못해 변호사로 전직까지 해야 했던 윤석열이 어떻게 해서 우리 모두가 아는 화려한 특수통의 길을 걷게 됐는지, 알려지지 않은 비화를 공개합니다.
노래방과 팥빙수, 그리고 무장공비

1996년의 어느 날 아침. 덩치 큰 중년 남성이 강릉시 교동의 좁은 골목길을 힘겹게 올라가고 있었다. 양복과 구두를 갖춘 성장이었지만, 어딘지 모르게 후줄근해 보였다. 양복 상의는 구깃구깃 주름이 잡혀 있었고 그걸로 간신히 감춘 와이셔츠의 상태는 자심(滋甚)했다.
안색에서 붉은 기가 채 가시지 않았고, 내쉬는 날숨마다 알코올기가 가득 묻어났다. 이른 아침부터 땀깨나 흘리며 그가 향한 곳은 그 길 끝 고지대에 있던 공공기관이었다. 춘천지검 강릉지청이라는 현판이 나붙은 그 건물로 들어선 그는 검사실로 직진했다. 그리고 문을 열어젖히더니 큰소리로 외쳤다.
“아니, 그렇게 버려두고 가는 법이 어디 있어요?”
내부의 인사들이 순간 멈칫하더니 이내 폭소를 터뜨렸다. 웃음이 간신히 잦아든 뒤 그중 한 사람이 대꾸했다.
“윤 검사, 버려두다니? 그 친구가 챙긴다고 했는데 아니었어요?”
숙취가 채 가시지 않은 후줄근한 차림의 그 남성은 그곳에서 근무하던 윤석열 검사였다. 당시 만 36세이던 그는 대구지검에서 초임검사 생활을 마친 뒤 1996년 3월부터 그곳에서 일하고 있었다. 임관 후 두 번째 임지에서 일하던, 이른바 ‘2학년 검사’였다. 그런데 그는 왜 그날 아침부터 ‘방기(放棄)’ 논란을 제기하면서 선배들이 배를 잡게 했을까.
강릉은 남의 땅이 아니었다. 외가가 강릉시 금학동에 있었다. 외가 역시 명문이다. 윤 대통령의 외외이조부, 즉 외할머니의 오빠가 11, 12대 국회의원인 이봉모 전 의원이다.
절반의 고향이던 강릉이 운명처럼 윤 검사의 두 번째 임지가 됐다. 대형 검찰청인 초임지 대구지검과 달리 강릉지청은 춘천지검에 딸린 작은 지청이다. 평검사는 총 네 명이었고, 다들 젊었다. 결혼한 검사도 있었지만, 가족은 대부분 대도시에 두고 단신 부임한 경우가 많았다. 평일에는 총각이나 마찬가지였던 그들은 가족처럼 지냈고, 자주 모여 술과 음식으로 회포를 풀었다. 당시 강릉지청에서 일했던 전 검찰 간부 E의 이야기다.
“검사 네 명이 돌아가면서 밥을 하면 다른 사람들이 반찬을 들고 모였어. 그렇게 관사에서 밥 먹고 술 먹으면서 놀았지. 간혹 강릉지원 판사도 오고, 젊은 변호사들도 와서 같이 어울렸어. 그때도 윤 검사는 술을 잘 먹고 친화력이 좋으니까 인기가 좋았어.”
여기서 소싯적 예의 바름에 대한 증언이 하나 더 등장한다. 당시 함께 근무했던 전직 검찰 간부 F의 전언이다.
“식당에서 회식하면 좌장, 주로 지청장이겠죠. 지청장이 술에 취해서 식당 종업원을 험하게 대할 때가 있었어. 윤 검사가 그럴 때 종업원을 몰래 밖으로 불러내. 그러고는 2만원 정도 주면서 ‘미안해요. 그래도 높은 분이니 잘 모셔 주세요’라고 다독였지. 그때만 해도 그런 인정이 있었던 사람이었죠.”

이쯤에서 서두에 등장했던 문제의 그날로 돌아가 보자. 그 전날 그들은 밖에서 회식했다. 폭탄주로 몸과 마음이 모두 불콰해진 그들은 2차로 노래방에 갔다.
노래방에서도 폭탄주는 계속 돌았다. 그리고 그날 윤 검사는 과음했던지 인사불성이 됐다. 술이 몇 순배 돌자 노래방 소파에 몸을 뉘더니 큰 대자로 뻗었다. 노래를 마친 검사들이 머리를 맞댔다.
“어떻게 하지?”
“제가 책임지고 모셔드리겠습니다”
(계속)
그때 나타난 구세주는 누구였으며, 책임진다던 그는 결국 왜 윤 검사를 노래방에 버리고 갔을까.
혹자는 윤 검사의 술 이야기에 눈에 불을 켤 것이다. 하지만 검사로서의 본분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강릉 무장공비 침투 사건을 거쳐 꿈의 특수부 입성 전말까지, 아래 링크에서 확인할 수 있다.
더중앙플러스 구독하면 모든 기사를 볼 수 있어요
윤석열 이해못할 한밤 기행…알고보니 김건희 작품이었다
“야! 휴게소다”“또 들르게요?” 윤석열·한동훈 10시간 부산행
“폭탄주가 약! 혈뇨 싹 낫더라” 이성윤 기겁하게 한 연수생 尹
尹은 정말로 수사 잘했나…특수통 싹 발견한 ‘95년 대구’
“변호나 똑바로 해 이 XX야”…법정서 터졌다, 尹 폭언·막말
“쇼하지 마쇼” 또 사고 터졌다…尹 검사의 습관성 ‘법정 버럭’
“김건희, 백담사 가둬야해” 尹캠프 술자리 울분 터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