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피, 탄소 포집왕

2024-10-10

바닷속에도 꽃을 피우는 식물이 산다. 꽃가루받이 매개자 역할은 게나 새우가 한다. 여러해살이풀인 이 식물은 작은 갈대 모양으로 자란다. 해양생태계의 핵심종으로서 종 다양성 유지에 크게 기여한다. 즉, 먹이사슬의 최하층 역할을 하면서 볼락 등 다양한 어류에 산란장과 서식지를 제공하고 뿌리로 질소나 인을 빨아들여 적조를 예방한다. 이 식물은 잘피(사진)라고 불린다. 세계에 72종, 우리나라 바다에는 9종이 서식한다.

잘피는 근래에는 탄소 흡수 능력으로 더 주목받고 있다. 유엔환경계획의 ‘잘피-지구 가열과 싸우기 위한 비밀 병기’ 자료에 따르면 잘피 숲은 단위 면적당 열대우림보다 35배 빠르게 탄소를 저장한다. 잘피 숲에 축적된 탄소는 ‘블루카본’으로 불리고 국제사회에서 저감한 탄소로 인정된다. 블루카본은 육상의 ‘그린 카본’에 대응하는 개념이다.

국내 기업들도 잘피 숲 조성에 나섰다. 효성그룹은 2022년에 잘피 숲 보전·관리 사업을 시작했다. LG화학은 여수 앞바다에 잘피를 지난해 5만 주 심었고 올해 2만 주를 식재할 계획이다.

효성그룹과 현대자동차, 포스코는 지난해부터 ‘국가바다숲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기업과 정부는 4년간 사업비 13억원을 절반씩 부담한다. 식물은 잘피로 한정되지 않는다. 다시마 등 갈조류도 육상 식물보다 탄소를 더 잘 저장한다. 한국수산자원공단은 내년에 시작하는 바다숲 조성을 함께할 기업의 신청을 오는 31일까지 받는다.

탄소 저감을 위해 잘피를 가꿀 필요는 굴과 잘피의 관계를 살펴보면 더 커진다. 해양동물 중 굴이 잘피와의 사이가 가장 좋다. 굴이 영양물질을 먹어치우면 잘피는 햇빛을 더 많이 받는다. 잘피는 탄소 흡수로 바다 산성화를 방지함으로써 굴이 자라기 좋은 환경을 제공한다. 굴의 껍데기는 탄산칼슘으로 만들어진다. 단단한 탄소 저장고다.

백우진 경제칼럼니스트·글쟁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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