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OO, 식량자급률 강화·밥쌀 과잉 해결 ‘마중물’

2024-10-10

정부가 야심 차게 추진한 가루쌀(분질미)산업 활성화 정책이 2년째 시행되고 있다. 가루쌀은 수입 밀가루를 대체해 식량자급률을 강화하고 만성적인 밥쌀 공급과잉 문제를 해결할 수단으로 꼽힌다.

가루쌀 품종인 ‘바로미2’는 일반 쌀과 달리 밀처럼 전분 구조가 성글어 가루를 내기 적합하다. 덕분에 제면·제과·제빵 등 다양한 분야에서 수입 밀가루 대신 사용할 수 있다. 밀가루 제분 설비를 활용해 대량 건식 제분이 가능하며 폐수가 발생하지 않아 환경친화적인 점도 특징이다.

재배도 용이하다. 이미 잘 갖춰진 논 기반을 그대로 활용해 농사를 지을 수 있는 데다 모내기 시기도 6월 하순에서 7월 초순으로 늦어 밀 등과 이모작을 하는 데 유리하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이런 장점을 십분 활용해 2027년까지 수입 밀가루 수요의 10%(20만t)를 가루쌀로 전환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를 위해 지난해부터 가루쌀 전문 생산단지를 집중 육성하고 올해 가루쌀의 전략작물직불금 지급 단가를 1㏊(3000평)당 100만원에서 200만원으로 두배 인상했다. 농식품부는 전략작물직불제 도입으로 지난해 가루쌀 재배 경영체당 301만원의 경영 안정 지원 효과를 봤다고 밝혔다. 가루쌀 재배면적은 지난해 2000㏊에서 올해 8200㏊로 성장 중이다.

가루쌀 생산과 더불어 제품 개발·홍보 지원도 병행하면서 가루쌀로 눈을 돌리는 식품제조·외식 업체도 차츰 늘고 있다. 2007년부터 가공용 쌀을 생산하며 제품 개발에 매진해온 경기 평택 미듬영농조합법인도 가루쌀에서 쌀산업의 미래를 모색하는 업체 중 하나다. 이 영농조합법인은 6년 전부터 자체적으로 가루쌀을 재배해오다 지난해부터 지역의 가루쌀 전문 생산단지에 참여하고 있다. 정부는 전문 생산단지에서 생산한 가루쌀을 전량 매입한다.

전대경 미듬영농조합법인 대표는 “가루쌀은 과거에 재배했던 ‘안다벼’ ‘보람찬’ 등 가공용 쌀 품종보다 품질이 뒤지지 않고, 감자·콩 같은 논 타작물 대비 농사짓기가 편한 데다 보리와 이모작하기도 좋다”며 “빵·과자·면 등 가루쌀 제품 25종을 만드는 데 연간 150t 정도의 가루쌀을 소비한다”고 말했다.

미듬영농조합법인은 가루쌀을 저렴한 정부양곡으로 공급받고 ‘가루쌀 제품화 패키지 지원사업’ 등에 참여하면서 제품 생산비를 절감할 수 있었다. 이를 양분 삼아 라이스칩·카스텔라·평택배빵 등 쌀 가공식품의 원료곡을 모두 가루쌀로 전환했다. 이곳에서 생산한 가루쌀 제품은 2009년부터 거래 중인 스타벅스를 비롯해 마켓컬리·쿠팡·아이배냇 등에 납품한다.

미듬영농조합법인은 그간 쌓아온 가루쌀 제품화 노하우를 바탕으로 또 다른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가루쌀로 유산균을 배양해 만든 자일리톨 제품을 출시한 데 이어 가루쌀 98%를 첨가한 생막걸리 키트의 중국 수출을 준비 중이다. 전국 주택가 상권을 중심으로 ‘바비브레드’란 브랜드로 식사용 가루쌀빵 전문 매장 100여개를 설립하는 사업도 추진 중이다.

미듬영농조합법인을 비롯해 가루쌀을 기반으로 새로운 도전을 이어가고 있는 업체들은 정부 정책의 연속성을 가루쌀산업 활성화의 가장 큰 과제로 꼽는다. 전 대표는 “과거에 정부가 지금처럼 ‘보람찬’으로 쌀 가공산업을 육성하는 정책을 펼친 적이 있는데 2년 만에 중단되면서 ‘보람찬’을 쓰던 업체들이 다시 수입 쌀로 갈아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때와 다르게 가루쌀은 전문 생산단지를 집중적으로 키우고 지원사업도 폭넓게 시행해 육성 효과가 나타나고 있는 만큼 정책이 중단되지 않을 안정장치를 마련해 업계에 신뢰를 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가루쌀 품종 개선도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할 사안이다. 특히 ‘바로미2’는 온도가 25℃ 이상으로 높고 습한 조건에서 수발아가 잘 되는 단점이 있다. 농촌진흥청은 수발아 발생률을 ‘바로미2’보다 3분의 1 수준으로 낮춘 ‘전주695호’ 품종을 개발해 2027년부터 농가에 보급할 계획이다. 아울러 ‘농업기상재해 조기경보서비스’를 통해 필지별 수발아 위험 예보를 전하고 있다.

평택=하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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