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석열 정부의 대규모 연구개발(R&D) 예산 삭감으로 인한 매몰(손실) 비용이 최근 2년간 3500억 원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선진국 수준의 기술력과 인재를 확보하기 위한 장기 연구 비전보다 경제 논리에 치중한 관료주의 탓에 혁신 기술과 국가 혈세가 증발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창의적이고 도전적인 연구에 몰입할 수 있는 R&D 지원 정책의 본래 취지를 살리려면 연구 기관의 예산 자율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29일 서울경제신문이 권향엽 더불어민주당 의원실로부터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R&D 예산 삭감에 따른 2024~2025년 31개 부처의 손실 비용은 총 3560억 원이다. 윤석열 정부가 2024년부터 ‘비효율 개선’을 이유로 국가 R&D 예산을 줄인 이후 전 부처의 피해 규모가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무엇보다 반도체, 인공지능(AI), 바이오 등 첨단 기술의 토대가 돼 선진국들이 공격적으로 투자를 늘리고 있는 기초 연구 분야 피해가 눈에 띈다. R&D 예산 삭감으로 중단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과제 68개 중 기초 연구분야는 53개로 전체의 77.94%에 달했다. 사례를 보면 ‘4세대 유전자 교정기술 개발’, ‘차세대 이차전지 급속 충전 기술’ 등 글로벌 기술 패권 전쟁에서 게임체인저가 될 수 있는 연구가 다수 포함됐다.
산업 밸류체인의 근간인 중소기업의 R&D 예산 삭감 손실 비용은 705억 원으로 규모가 가장 컸다. 고용 안정성과 다양한 신기술 상용화에 집중해야 할 중소기업의 R&D 축소는 국가 경쟁력 저하로 이어졌을 가능성이 크다. 실제 AI와 반도체, 선박 등 미래 먹거리 분야 연구가 줄줄이 사라졌다. 세부 내용을 보면 ‘선박용 배출가스 저감을 위한 무시동 저속 추진 하이브리드 발전 시스템 개발’, ‘차세대 반도체 고급 패키징 공정용 결함 검출 및 높이 측정 복합장비 개발’ 등이다. ‘초고순도 불산의 순수 국산 양산화 기술 개발’ 등 기술 자립을 위한 국산화 과제 8건도 삭감 대상에 올랐다.

이동주 중소벤처기업연구원 부원장은 “1~2년 연구 중단의 영향이 얼핏 작게 느껴질 수 도 있지만 글로벌 국가들이 국가적 역량을 총동원해 체계적이고 일관성 있게 R&D 지원을 확대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기술 격차는 더 벌어졌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국민의 생명과 직결된 안보와 감염병 분야도 예산 삭감을 피하지 못했다. 해당 분야에 R&D 지원을 맡았던 방위사업청과 산업통상자원부의 손실비용은 691억 원, 637억 원이었다. 방사청의 미래 도전 국방기술 중 주요 중단 과제는 ‘야전 바이오매스 기반 전기에너지 생산 기술’, ‘무인자율 체계 작전능력 향상을 위한 차세대 3차원 초소형 자이로(방향센서) 기술 개발’ 등이다.
코로나 19처럼 대규모 감염병 대응을 위한 차세대 백신 기초원천 핵심 기술도 사장됐다. 과기부의 ‘신속·범용 메신저 리보핵산(mRNA) 백신 개발을 위한 차세대 RNA 구조체 및 전달체 개발’ 사업 연구 성과도 물거품이 됐다.
전문가들은 '과학기술분야 정부출연연구기관 등의 설립·운영 및 육성에 관한 법률을 개정해 출연연 등 연구 주체 기관에 예산·집행 관리에 대한 자율권을 부여하는 법적인 권한을 명문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배승욱 벤처시장연구원 대표는 “R&D 지원은 5~10년 단위 중장기 계획에 따라 움직여야 성과가 나올 수 있는 만큼 관련 예산을 정치적 논리에 따라 임의로 조정하지 못하도록 법적 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현재 과기출연기관법에는 출연연 및 연구회가 기본 사업 운영권이 있지만 예산 집행 관련 사항은 빠져 있어 미래 장기 투자라는 설립 취지를 달성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박철우 한국공학대 교수는 “부처별 R&D 예산이 배분되지만 실제 집행까지는 기재부와 국회를 거쳐야 하는 톱다운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다”며 “부처별 예산은 각 부처와 연구기관이 자율성을 부여 받고 책임을 지는 방식으로 개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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