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매출 100억원의 서른일곱 CEO

2025-01-03

신석헌 ‘육몽·화설’ 대표

캐주얼 콘셉트의 고기구이 전문점 ‘육몽’과 눈꽃갈비전문점 ‘화설’까지 총 7개 직영점에서 연 매출 100억원을 기록하고 있는 그는 올해 서른일곱의 젊은 CEO다. 어린 시절부터 지독하게 가난한 환경에서 성장했기에 그는 온몸의 감각, 이성적 판단, 계산 및 실행 능력까지 모두 그걸 이겨나가기 위한 방향으로만 집중돼 발달·진화해 왔을 것이다. 생존을 위해 만들어진 시스템은 가장 단순하면서 효율적이며 또 강력한 법. 육몽과 화설, 2개 브랜드 또한 마찬가지일지 모른다. 사진=이경섭 실장

가난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그의 어린 시절은 가난했다. 33m2 내외 작은방에서 6명의 식구가 함께 살았다. 평소엔 밥을 잘 챙겨 먹지도 못했다. 초등학교 때는 길거리에서 광고 전단 나눠주는 일을 했고, 신문과 우유배달 등 안 해본 일이 없었다. 게다가 한 명의 동생을 둔 맏형으로서 누군가에게 투정 부리거나 힘든 내색을 보일 수도 없었다. 스스로 생존하기 위해 계획하고 계산하고 머리를 굴려야만 했다.

중·고등학교 들어가서도 마찬가지였다. 어쩌다 아버지가 주신 용돈 5~6만원이 생기면 물건을 싸게 구매한 후 온라인으로 판매하고 방학 땐 다양한 아르바이트를 했다. 그의 이런 성향은 온라인 게임을 할 때도 드러났다. 다른 사람들이 게임의 흐름 따라가는데 집중할 때도 그는 아이템을 사고팔아 수익 내는 것에 관심이 쏠렸다. 즉, 그는 어릴 때부터 ‘생존을 위한 계산 및 실행’이 자연스럽게 몸에 밴 사람이었던 것. 공부 또한 곧잘 했기 때문에 별다른 어려움 없이 대학에 들어갔다. 하지만 학자금 대출을 받아야 했고 ‘대학 졸업 후 직장에 들어가도 어려운 집안을 일으켜 세우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에 일찍 군 복무를 하고 나와 헬스클럽 두 곳의 트레이너로 일을 하며 묵묵히 돈을 모아나갔다.

생존, 그리고 돈 벌기 위한 곳이 국내로만 한정되진 않았다. 스물다섯 나이엔 호주의 채소 공장에서 하루 18시간씩 일하며 월 1000만원을 벌었고, 꾸준히 조금씩 모아놓은 돈과 합쳐 헬스클럽 오픈을 꿈꿨다. 그때 어머니가 곱창집 운영을 제안했다. 곱창집에서 일하며 배운 어머니의 손질 실력이 큰 도움이 될 거라 덧붙였다. 그는 그렇게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생각해 본 적 없는 외식업을 시작하게 된다.

목표 지점으로 가기 위해 필요한 독기

스물일곱 나이, 홍대 상권에 오픈한 99m2 규모의 곱창집 실적은 나쁘지 않았다. 월 최대 5000만원 매출을 올리며 매장 운영 또한 안정세에 접어들었다. 주변의 다른 점포가 잘 되면 온라인에서의 홍보 키워드는 뭘 사용하고 있는지, 고객들은 그 점포의 어떤 포인트를 좋아하는지 하나하나 면밀하게 체크·분석하고 본인의 점포에도 반영해나갔다. 그렇게 3년가량 에너지 넘치게 운영하던 곱창집은 그의 나이 서른에 문을 닫는다.

“어느 정도 돈 벌면 몸이 편안해질 줄 알았는데 전혀 그렇지 않았다. 직원도 구하지 않은 채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체크하고 관리하다 보니 금방 지칠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쉬는 날도 없고 목표만을 바라보며 독하게 달리니 가족과 다투는 날들이 많았다. 당시 어머니는 ‘어느 정도 장사에 탄력이 붙고 수익도 나니 3명 눕기도 힘든 지하 방에서 벗어나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가자’고 하셨지만 절대 그럴 수 없었다. 좋은 차 타고 넓은 집에서 사는 것보다 돈을 모으는 게 무엇보다 더 우선되어야 한다고 생각했으니까.”

쉽게 이뤄지지 않기에 목표라고 부른다. 돈과 시간, 에너지는 한정돼있으며 목표 지점까지 가기 위해서는 그 모든 자원을 한 곳에 집중시켜야 할 필요가 있다. 하나 얻으면 또 다른 하나를 포기해야 하는 법, 둘 다 가질 수 있는 건 세상 어디에도 없기에 목표 지점을 향한 그의 독기 또한 한층 더 차갑고 날카로워질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또 다른 한편으로, 독기는 본인과 주변 사람들을 지치게 만든다. 즉 오래 유지될 수 없다는 것. 결국 그는 홍대 곱창집을 다른 사람에게 넘긴 후 어머니의 바람대로 더 넓은 집으로 이사를 가게 된다.

30대 초에 오픈한 ‘육몽’, 월매출 2억5000만 원

일상의 생활환경이 좋아지니 마음에도 여유가 생겼다. 그러니 어머니와 서로 얼굴 붉히며 싸울 일 또한 없었다. 하지만 이 당시, 사업 외의 여러 가지 것에 관심을 가져서인지 주식시장에서만 몇억 원의 손실을 보게 된다. 정신이 번쩍 든 순간, ‘느슨한 마음으로 이렇게 계속 가면 안 되겠다’는 위기감까지 느끼며 30세 되던 해엔 고깃집 브랜드 ‘육몽’을 오픈한다.

“인테리어 비용을 아끼기 위해 동생이랑 함께 직접 용접하고 조립하며 점포 내외부를 꾸몄다. 이 당시엔 과거와 달리 고기의 본질도 깊이 공부하기 시작했다. 그 이전엔 ‘마케팅과 브랜딩만 신경 쓰면 장사 잘되는 거 아냐?’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지만, 육몽의 오픈 준비를 하면서부터는 ‘육즙 가득 품은 고기를 제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고객들이 편안하게 앉으려면 어떤 의자를 사용하는 게 좋은지’ 등을 고민하게 되고 조금이라도 더 완벽한 고깃집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몸도 마음도 느슨해진 찰나, 몇 억원의 손실로 전해진 위기감은 이처럼 그의 행동 방식과 시선을 완벽하게 뒤바꿔버렸다. 그리고 다시 목표한 곳으로 시선을 고정시키게 만들었다. 육몽은 오픈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2억~2억5000만원의 월 매출을 기록하게 되고 이후 맞춤정장 전문점, 양곱창집까지 총 3개 점포를 오픈해 운영하게 된다. 당시 그의 나이 서른셋이었다.

사옥 건립, 가맹사업 본격화, 미국 진출 등의 계획

눈꽃갈비전문점 ‘화설’은 육몽을 한층 더 업그레이드한 소고기 전문 브랜드. 한돈모둠세트(580g 5만9900원)와 눈꽃목살(300g 3만2000원), 갈비삼겹(180g 1만6000원) 등 소고기와 돼지고기를 함께 판매하는 캐주얼 콘셉트의 육몽과 달리 화설은 화설모둠세트(400g 8만9000원), 화설꽃등심(120g 4만9000원), 화설꽃살(120g 2만8000원) 등 소고기를 중심으로 한 메뉴 구성과 가격으로 프리미엄 포지셔닝을 구축했다. 특히 통새우에 우삼겹을 말아낸 크로와상롤(5개 2만5000원)은 누구에게나 인기가 많아 한정으로 선보이고 있는 메뉴다.

“여러 사업에 손대기보다는 선택과 집중을 통해 공격적 비즈니스를 펼치는 게 유리하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4년 전에 맞춤정장 전문점 운영을 중단한 후 육몽의 밸류업, 화설의 론칭에 집중했다. 2개 브랜드에 대한 막대한 투자로 인해 자금 상황 위기를 겪지 않도록 현금 보유량에까지 많은 신경을 쓰며 운영하고 있다. 또 2024년엔 육몽과 화설을 널리 알리기 위한 브랜딩 공부를 꾸준히 했고 2025년엔 물류를 모두 처리하는 사옥 건립, 가맹사업 본격화, 그리고 미국 현지에서의 점포 오픈을 구상하고 있는 중이다.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게 재미있다. 안 되는 것을 되게끔 만드는 것에 희열을 느낀다. 난 그렇게 늘 어딘가에 도전하는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다.”

육몽과 화설, 2개 브랜드를 중심으로 한 그의 도전과 희열은 과연 어떤 모양으로 빚어지게 될까. 그 무대가 될 2025년이 이제 시작됐다.

“무엇이든 끝까지 독하게 해본 적 있는지 묻고 싶다”

인터뷰 도중 그는 이 질문을 많은 이들에게 건네고 싶다고 했다. 식당 장사가 조금 잘 되면 수입차를 사고 다른 것에 한눈팔게 될 때가 있는데 그래서는 안 된다고, 뚜렷한 목표 하나를 향해 공격적으로 가야 할 시기에 이것저것 신경 쓰는 건 목표에 방해만 된다고.

“개천에서 용 나려면 지금 필요 없는 것들을 과감히 쳐내야 한다. 애매한 상황에서 주변 사람들 챙기는 것 또한 어차피 모두 기억 못 한다. 잘 된 다음에 주변 사람 챙기는 게 스스로의 성장을 빠르게 하는 데에도 좋지 않을까. 물론 상황에 따라 시선과 태도의 변화도 뒤따라야겠지만, 무엇이든 한 번쯤 끝까지 독하게 해본 사람만이 힘 빼고 여유롭게 하는 방법 또한 알게 되는 것이라 생각한다.”

삶은 항상 이것 아니면 저것을 택해야 한다. 기존의 사고방식과 판단 기준, 매뉴얼, 습관, ‘다수의 선택이 정답’일 거라는 논리의 오류 등 그 길 위에 발목 잡는 쓸데없는 것들은 너무나 많다. 그러나 몸을 가볍게 하고 한 방향만을 바라보고 걸어야 겨우 목표에 이를 수 있는 법이다. 이건 2025년의 외식업 현장에서도 적용되는 말 아닐까. 올해 서른일곱의 신석헌 대표가 조심스레 건네는 독이 그리 위험하지만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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