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는 70% 육박, 한국은 4% 불과”...비혼 동거 출산, 저출생 대책될까

2025-03-08

복지부, 비혼출산 정책 필요성 연일 언급

“문화적 배경 다르고 부작용 우려” 목소리도

보건복지부가 최근 들어 프랑스의 시민결합협약(PACS) 사례를 지속적으로 언급하며 국내 인구감소 문제 대응책으로 결혼하지 않고 자녀를 갖는 비율을 향상시키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PACS는 정식 결혼과 단순 동거 사이에 위치하는 중간적 형태로, 성인 이성 또는 동성 파트너가 함께 생활하기 위해 맺는 계약을 법적으로 인정하는 체계다. 이 제도 하에서는 협약 유지 기간 동안 법적 부부와 유사하게 세금을 공동 납부하며 한쪽이 직업활동을 하지 않거나 자녀를 양육할 경우 세금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또한 협약 당사자 중 한 명만 사회보장제도에 등록돼 있어도 상대방도 보장 혜택을 공유할 수 있으며, 관계 해소 시에는 법적 이혼보다 절차가 간소하고 비용도 절감된다.

지난 6일 개최된 기자 간담회에서 이기일 보건복지부 1차관은 PACS의 국내 적용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는 “현재 프랑스 PACS 건수는 혼인건수 대비 80% 이상이며, PACS나 동거 중 낳은 아동비중은 혼인의 60%에 달하지만 한국은 4.7% 불과하다”며 “결혼하지 않고도 아이를 낳을 수 있는 제도도 필요하겠다”고 언급했다. 이어 “비혼 출산을 하고 있는 당사자들을 모셔 현재 어떤 어려움이 있는지를 보고 4.7%에 있는 비혼 출산율을 올리겠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복지부는 이튿날인 7일에도 관련 토론회를 진행했다. ‘비혼 동거‧출산 정책 실태 점검 및 개선방향 논의’ 세미나를 개최하여 혼인 없이 자녀를 양육 중인 당사자들과 이인실 한반도 미래인구연구원장, 송효진 한국여성정책연구원 본부장, 변수정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 등 전문가들이 참석한 가운데 현행 지원책을 검토하고 필요한 개선사항을 논의했다.

복지부는 “통계청의 사회조사 결과에 따르면 혼인 없이도 자녀를 가질 수 있다고 응답한 비율이 2014년 22.5%에서 2024년 37.2%로 상승했다”면서 “이러한 인식 변화를 국가 정책에 반영할 필요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우려의 목소리도 존재한다. 주요 비판은 한국에서 통용되는 비혼의 개념과 프랑스 사례가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점이다. 프랑스의 결혼제도는 1968년 여성권리운동 이전까지는 여성에게 억압적이었고, 이후에는 남성에게 과도하게 불리하게 변모하면서 공식 결혼을 회피하는 경향이 전체의 절반을 넘어섰다.

이러한 상황을 개선하고자 프랑스 정부는 기존 혼인법을 수정하는 대신 대안적 결합형태인 팍스를 도입했다. 팍스는 중앙행정기관이나 종교기관이 아닌 지방자치단체에 등록한다는 점, 결합 후에도 여성이 본래의 성씨를 계속 사용할 수 있다는 점 등 일부 차이만 있을 뿐 실질적으로는 결혼과 비슷한 성격을 지닌다. 팍스 시행의 부정적 영향으로 비공식 관계에서 태어난 아동과 혼전 관계에서의 출산이 증가하고, 동성 파트너십이 급격히 늘어난 현상은 프랑스 사회에서도 해결해야 할 과제로 부상했다.

송민영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전문연구원도 2016년 프랑스 PACS에 관한 연구에서 “프랑스의 PACS는 밑에서부터 분출된 사회적 욕구에 국가가 적절히 대응한 것”이라며 “사적 영역에 국가가 개입하여 출산율을 올리려는 목적에서 도입된 제도는 아니라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복지부 또한 “PACS가 출산율 향상에 미친 효과를 직접적으로 분석한 학술연구가 존재하지 않는 상황을 감안하면 한국에서의 도입과 인구문제 해결에 대한 PACS의 긍정적 공헌은 한정적일 것으로 추정된다”면서도 “젊은 세대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가족을 구성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긍정적 측면도 기대할 수 있다”고 언급하며 비혼 출산 지원책이 저출생 정책 외에도 다양한 가족구성을 수용하기 위한 방안이라고도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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