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인공지능(AI) 규제 최소화 행보를 시작했다.
AI기본법의 시행령 등 하위법령에 고영향 AI 관련 규제 대상을 늘리지 않고, 법률상 존재하는 10개 조항에 대한 세부지침을 마련하는 정도로 방침을 세웠다.
3일 법조계·업계에 따르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최근 AI기본법 하위법령 정비단 회의를 열고 이같은 내용을 공유했다.
AI기본법은 고영향 AI를 사람 생명, 신체 안전과 기본권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거나 위험을 초래할 우려가 있는 AI시스템이라고 정의한다. 에너지 생산, 먹는 물 공급 등 관계법령에 의거해 10개를 고영향 AI로 분류했다.
또 이외 사람 생명, 신체 안전이나 기본권 보호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영역 중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영역을 고영향 AI로 정할 수 있다는 추가 조항을 명시했다.
과기정통부는 해당 조항에 따라 시행령에 규제 대상을 신규로 지정할 수 있지만 현재 AI기본법에 열거된 10개 분야로 고영향 AI 대상을 한정하기로 했다. 보건의료·의료기기·원자력·생체인식정보 등과 같이 AI기본법 제정 당시 명시된 내용 외에는 우선 일반 AI로 구분하기로 한 것이다.
과도한 규제를 염려하는 업계 의견을 고려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기업들은 위험 관리와 이용자 보호 방안 수립, 학습용 데이터 개요 설명 등 법률상 고영향 AI 관련 사업자 책무가 AI 발전과 경쟁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한다.
정부가 이러한 의견을 염두에 두고 정말 생명이나 안전에 직결되는 법상 명시된 경우에 한해 규제 대상을 최소화한 것이다.
법조계 관계자는 “AI기본법상 고영향 AI 규제 대상을 시행령에 추가할 수 있음에도 시행령은 규제 대상을 고시에 명시하기로 했고, 고시에는 법상 10개 분야 외 추가 규제 대상 없이 정리됐다”며 “세계 최초 AI 규제 시행에 대한 업계 여론과 소비자단체의 보호 필요성을 모두 고려한 결정”이라고 말했다.
당장 규제는 최소화하면서 향후 AI 기술과 서비스 발전에 따라 나타날 수 있는 중대한 위험을 고시 등으로 관리할 수 있는 복안을 마련했다는 의미다.
AI기본법상 투명성·안전성 의무도 합리적으로 적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과기정통부는 올해 4월 업계 의견수렴 당시 글로벌 상호인정이 가능한 범위에서 AI 안전성·투명성 규제를 적용하겠다는 방향성을 공유했다.
정부부처 간 AI 중복규제 가능성을 최소화하는 움직임도 포착됐다. 과기정통부가 관계부처와 AI기본법뿐 아니라 다른 법령에서 AI 기술·서비스를 규제하거나 책무를 부여하는 중복규제를 막기 위한 점검에 나섰다.
또 과태료나 사실조사 등 AI기본법상 규제에 계도기간 등을 적용해 사실상 규제 시기를 늦추는 방안을 검토 중인 사실도 정비단과 공유했다. AI기본법 하위법령 초안은 국가AI전략위원회를 통해 최종 도출될 예정이다.
박종진 기자 trut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