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텍스트·데이터마이닝(TDM) 면책 규정 도입 시급하다. 손승우 율촌 기술수출입통제대응센터 센터장

2025-09-03

AI 산업은 데이터와 알고리즘, 그리고 이를 뒷받침하는 지식재산이 핵심이다. 지금까지는 저작권·데이터·특허 제도가 분절적으로 운영돼 기업들이 안정적이고 예측 가능한 환경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AI 학습데이터의 합법적 활용, 저작권과 라이선스 제도의 정비, AI 창작물 권리 인정 문제를 종합적으로 다루는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손승우 율촌 기술수출입통제대응센터 센터장으로부터 AI와 저작권 공정이용에 대한 현황과 대응 방안에 대해 들어봤다.

-최근 AI가 창작 영역에 본격 활용되면서 저작권 침해 논란이 커지고 있다. 쟁점은?

▲인공지능 학습 과정에서 사용되는 데이터가 기존 저작물과 충돌하는 문제가 핵심 쟁점이다. 특히 텍스트·데이터마이닝(TDM) 과정에서 방대한 양의 저작물이 무단으로 수집·활용되면서 창작자 권리가 침해된다는 우려가 크다. 지나치게 엄격한 규제는 혁신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균형 잡힌 접근이 필요하다. 즉, AI가 합법적이고 안전하게 학습할 수 있도록 법적 책임을 제한하거나 라이선스 체계를 마련하고 창작자에게는 정당한 보상이 돌아가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가 요구된다.

-해외에서는 AI 학습 데이터와 저작권 문제를 어떻게 다루나?

▲유럽연합(EU)은 디지털 단일시장 지침(DSM Directive)에서 TDM 예외를 두되, 저작권자가 명시적으로 '옵트아웃(opt-out)'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미국은 공정이용 원칙을 근거로 AI 학습을 폭넓게 허용하는 대신, 최근에는 데이터 라이선스 계약을 통해 권리자와 AI 기업 간 협력 모델을 구축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일본과 싱가포르 역시 연구개발 목적의 데이터 활용을 폭넓게 인정하면서, 동시에 저작권자의 선택권을 보장하는 제도를 도입했다.

-미국 법원에서 AI와 저작권 공정이용 여부를 다룬 판결이 갖는 의미는?

▲캘리포니아 북부지방법원에서 두 건의 판례가 나왔다. 'Bartz v. Anthropic PBC' 사건에서는 AI 개발 과정이 원저작물을 그대로 복제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LLM 개발을 위한 변형적 이용에 해당한다고 보아 공정이용을 인정했다. 다만, 불법적으로 유통된 서적을 학습에 사용한 경우는 공정이용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Kadrey v. Meta Platforms' 사건에서도 메타의 학습이 원칙적으로 공정이용에 해당한다고 인정했지만, 결과물이 원저작물과 유사하여 시장을 대체하거나, 원저작물의 라이선스 시장을 훼손할 경우 공정이용이 부정될 수 있음을 명확히 했다. 이 두 판례는 AI 학습 자체는 일정 부분 공정이용으로 인정하되, 창작물의 시장 대체 효과와 정당한 라이선스 질서를 중요한 판단 기준으로 삼는다는 의미를 가진다.

-앞으로의 AI 정책 방향을 제시한다면?

▲인공지능 학습 과정에서 발생하는 저작권 문제를 제도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크게 세 단계 접근을 제안하고 싶다.

첫째, TDM 면책 규정의 도입이다. 현행 저작권법상 데이터 학습이 공정이용에 해당하는지 소송을 통해서 확인이 가능하다. TDM 규정을 도입해 학습 데이터의 공정이용에 대한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AI 기업들이 신뢰할 수 있는 법적 기반 속에서 안정적으로 데이터를 활용하도록 해야 한다.

둘째, AI 산출물 단계에서의 보상 체계 구축이 필요하다. AI가 학습한 구체적 저작물을 특정하기 어려운 현실을 고려할 때, 데이터 입력 단계에서 보상을 강제하기는 어렵다. AI 플랫폼 사업자가 저작권자의 이용 허락에 따라 서비스 수익의 일부를 보상금으로 납부하고, 이를 각 저작권 신탁관리단체를 통해 권리자에게 분배·보상하는 구조가 현실적이다.

셋째, 보상금 관리 및 분쟁 조정을 전담할 새로운 기관 설립이다. 기존 저작권법의 범위를 넘어, '디지털 지식재산권'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반영한 보상금 관리, AI 생성물의 등록·표시 관리, 그리고 분쟁 조정 기능까지 담당할 전문 기관이 필요하다.

윤대원 기자 yun1972@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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