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머노이드는 로봇의 미래…발전 속도에 나도 깜짝 놀란다”

2024-09-30

휴머노이드 로봇(Humanoid robot). 인간의 신체 형태를 닮은 로봇을 말한다. 일본 혼다의 아시모(2000)와 우리나라 KAIST의 휴보(2004)가 일찍부터 사람을 닮은 모습으로 세상에 나왔다. 하지만, 세월이 흘러도 사람 동작의 어설픈 흉내 정도였다. 실제 세상에서 ‘쓸모’ 있는 활동을 하는 건 산업용 로봇팔을 비롯,  로봇인지 알아차리기도 어렵지만 특정 기능만을 수행하는 ‘기계로봇’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런 와중에도, 과학기술은 발전한다. 2021년 현대차가 인수한 미국 보스턴다이내믹스의 로봇들은 진화를 거듭해  뛰고 구르고 공중제비돌기까지 한다. 보스턴다이내믹스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25일 서울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휴머노이드가 3~5년 내 공장에서 일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머스크의 테슬라도 휴머노이드 로봇에 뛰어들었다. 지난해 말 공개한 2세대 옵티머스는 지금까지 휴머노이드 중 사람과 가장 닮아 화제가 됐다. 이런 로봇들이 이제 챗GPT와 같은 인공지능(AI)과 협업을 시작하고 있다. 사람처럼 말하고, 사람처럼 행동하는 로봇의 시대가 오고 있다는 얘기다.

로봇 석학 데니스 홍 UCLA 교수

세계 최고 2족 보행 로봇 개발

“로봇 상용화에선 중국이 으뜸”

한국, 연구 위한 장기 투자 부족

공상과학(SF) 속 미래는 언제 현재가 될까. 지난달 26일 수원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24 성균관대학교 경기청년창업축제’에 기조강연자로 온 데니스 홍 미국 UCLA대 기계항공공학과 교수를 만났다. 그는 전 세계에서 손꼽히는 로봇 공학자다. 지난 20년간 대학 내 로봇연구소인 로멜라에서 첨단 휴머노이드 로봇 아르테미스를 비롯, 다양한 로봇들을 개발해 오고 있다. 그에게 어느덧 인류 앞에 다가선 휴머노이드 로봇의 미래를 물었다.

세계 최고 따라잡은 중국기업

아르테미스에 대해 소개해 달라. 어떤 로봇이고, 언제부터 개발했나.

“전기식 모터로 작동하면서 두 다리를 걷고 뛰는 것에선 세계 최고의 로봇이라 자부한다. 휴머노이드 로봇대회나 로봇 축구대회에서 늘 전 세계 1등을 해왔다. 두 달 전까지만 해도 걷는 속도가 초당 2.1m의 속도로, 세계에서 가장 빨랐다. 물론 이후 중국 로봇기업 유니트리가 우리를 따라잡긴 했다. 조만간 우리가 다시 따라잡을 것이다. 지금은 두 다리로 걷고 뛰는 데 집중하고 있지만, 앞으론 안전하게 넘어지고 또 스스로 일어날 수 있도록 진화할 것이다.”

최근 세계적으로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 열풍이 뜨겁다. 왜 휴머노이드인가.

“모든 로봇 공학자의 궁극적인 목표는 휴머노이드다. 이 세상은 두 팔과 다리를 가진 사람이 살고 움직이기에 적합하도록 만들어졌다. 지금은 한계가 있지만, 결국 로봇의 개발 방향도 그쪽으로 갈 수밖에 없다. 다만 사람마다 생각하는 시간이 다를 뿐이다. 수년 전만 하더라도 지금 같은 분위기가 아니었다. 2014년 미국 국방고등연구계획국(DARPA)에서 주관한 재난구조로봇대회에서 휴머노이드 로봇의 한계를 목격하고, 이후 여기에 대한 관심도 식고 연구를 위한 펀딩도 급감해버렸다. 하지만 2021년 일론 머스크가 옵티머스 로봇을 공개하면서 다시 휴머노이드 로봇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마침 기술적으로 휴머노이드가 가능한 요소기술도 나오기 시작했다. 로봇의 손과 팔을 정밀하게 움직이게 하는 머신러닝(machine learning)과, 하체의 힘과 탄성을 조절할 수 있는 (모터 기반) 액추에이터(actuator), 즉 구동장치 기술이 그거다.”

보스턴다이내믹스의 로봇도 있지 않나.

“그간 아틀라스가 뛰는 모습을 보면 정말 대단해보였다. 하지만 그건 실용적인 로봇이 아니다. 유압의 힘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힘은 뛰어나지만, 시끄럽고 뜨겁고 위험하다. 정말 제품을 만들기 위한 것이라기보다 연구를 위한 플랫폼을 개발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 보스턴다이내믹스도 최근 전기식 모터로 움직이는 로봇을 내놨잖나.”

최근 중국의 휴머노이드 로봇들도 많이 등장하고 있다.

“중국, 정말 장난 아니다. 요즘은 거의 일주일에 하나씩 로봇 스타트업이 나오고 있다. 기술도 어마어마한데다, 값도 싸다. 소비자가 구입해서 사용할 수 있는 로봇으로는 중국이 가장 앞섰다고 할 수 있다. 작년 베이징에서 열린 월드로봇컨퍼런스(WRC)에 기조연설자로 참석했는데, 그 자리에서 중국 정부 고위관계자가 ‘중국의 다음 대세는 휴머노이드 로봇’이라고 공식 발표하는 걸 들었다.”

아르테미스로 직접 로봇회사를 만들어도 될 텐데.

“이것도 사실 오픈소스로 할까 생각 중이다. 아내가 싫어하지만…. (웃음) 나는 돈 버는 것에 그렇게 관심이 많지는 않다. 연구의 결과로 논문을 발표하고 공개해서 더 많은 사람이 사용할 수 있게 하는 게 더 영향력 있다고 생각한다. 제자 중엔 창업한 사람도 많고, 성공한 사례도 있다.”

일본·한국, 휴머노이드에서 뒤처져

일본엔 일찍부터 혼다의 아시모가, 한국도 휴보가 개발됐는데.

“이미 옛날 세대 로봇들이다. 단순히 걷는 것에서 벗어나 역동성이 들어가야 하는데, 방식 자체가 다르다. 걸음걸이가 다르지 않나. 옛 방식에 잡혀있어 기술적인 점프를 하지 못했다. 한국은 협동로봇 등 다른 쪽은 괜찮은데, 휴머노이드 쪽은 최근 수년간 너무 뒤처졌다는 느낌이다.”

왜 그럴까.

“이런 첨단기술은 기업보다는 연구소 연구자들이 해야 한다. 그러려면 지속적이고 장기적인 연구비 투자가 필요하다. 한국은 연구를 장기적으로 지원해줄 수 있는 환경이 부족하다는 생각을 한다.”

로봇기술도 인공지능처럼 인간을 넘어서는 ‘특이점’(singularity)을 향해 다가가고 있는 걸까.

“똑같은 질문을 2년 전쯤 받았다면 ‘그건 과장된 얘기’라고 할 텐데, 최근 생각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로봇과 인공지능이 서로 맞물리기 시작했다. 게다가 인공지능의 발전 속도가 너무 빨라 흠칫 놀랄 때가 많다. 하지만 그 특이점이 언제 올 것이냐고 묻는다면 나는 대답을 아끼겠다. 나도 틀릴 때가 많고, 그게 언제가 될지 알 수도 없다. 난 그런 예측에 좀 보수적인 편이다.”

◆데니스 홍=1971년생. 한국계 미국인 로봇공학자다. 미국에서 태어났지만, 서울에서 초·중·고를 다녔다. 고려대 기계공학과 3학년 때 미국 위스콘신대로 편입해 학부를 마치고, 퍼듀대에서 기계공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UCLA대 기계항공공학과 교수 겸 로멜라연구소장으로 있다. 박정희 정부 당시 백곰 미사일을 개발한 1세대 유치과학자 홍용식(1932~2022년) 인하대 교수의 차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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