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개편이 '소비자보호' 기능 강화에 맞춰지며, 금융지주와 은행권 책임이 한층 무거워질 것으로 보인다. 반면, 규제개선 등 금융정책 기능 약화에 대한 우려는 커지고 있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주요 금융지주들은 7일 정부조직개편안 발표를 전후해 내부통제 기능 점검에 나섰다. 금융지주 관계자는 “지난 달 말부터 시작된 금감원 책무구조도 점검 외에도, 자체적으로 다시 내부통제에 부족한 점이 있는지 보고 있다”고 말했다. 롯데카드 등 금융권을 노린 대형 해킹이 발생하며 지주별로 계열사에 정보보안 강화 지시를 내리는 등 문단속도 강화했다.
시중은행도 긴장감을 감추지 않고 있다. 은행권에서는 앞서 6월부터 9월까지 우리소라다은행(인도네시아), 신한베트남은행(베트남은행), KB뱅크(인도네시아)에서 연속으로 횡령, 배임, 부당대출 건이 터졌다. 은행 관계자는 “글로벌 진출을 가속화하는 과정에서 미처 내부통제가 따라오지 못한 부분이 있다”면서 “개편 체계에서는 사고시 징계 수위가 높아질 가능성이 있어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지난 주말부터 '사전예방적 금융소비자 보호 강화 TF(태스크포스)'를 가동했다. 앞으로 소비자보호를 중심으로 감독업무를 진행하겠다는 포석이다.
8일 오전 열린 금융투자업계 CEO와 상견례에서 이찬진 금감원장은 “CEO가 상품 설계, 판매, 운용 및 신용정보 전산시스템 안전확보를 위한 투자 및 인력확충 등 영업행위 전 단계에 사전 예방적 투자자 보호 문화가 뿌리내릴 수 있도록 직접 챙겨주길 바란다”면서 소비자보호 조치를 최우선에 뒀다.
9일 금감원 주도로 열리는 금융소비자보호 거버넌스 관련 간담회 역시 총 19개 주요 금융사 최고경영진은 물론 CCO 또는 지주사 소비자보호 담당 임원까지 배석할 예정이다. 간담회에서 금융권 소비자보호 중심 경영관행과 조직문화 확립방안을 논의한다. 11일 열리는 네이버, 카카오, 토스, 쿠팡, 우아한형제들 등 총 5개 빅테크 CEO 간담회의 주된 논의 내용 역시 이용자 보호에 관한 사안이 될 전망이다.
소비자보호에 새 정부 금융정책 기조가 집중되며 규제개선 논의는 후순위로 밀리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금융위는 9월 현재 △4인터넷전문은행 △가상자산법 2단계 입법 △혁신금융 개선 등 현안을 처리 중이다.
핀테크 업계 관계자는 “국내 금융정책을 담당하는 조직이 재정경제부가 위치한 세종으로 내려가면 민원이나 현안을 논의하기 위한 접촉이 줄어들어 소통도 어려워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도 “금융사들이 서울에 집중적으로 모여있는 만큼 정책파트와 협조가 원활히 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정책과 감독 분리로 공조 기능이 크게 약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금감원과 금소원이 모두 규제 일변도로 흐르게 될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면서 “생산적 금융 확대라는 기조가 규제 강화 속에서는 쉽게 작동하지 않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류근일 기자 ryuryu@etnews.com, 김시소 기자 sis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