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국내 증권사와 자산운용사 최고경영자(CEO)들에게 금융투자자 보호를 주도하고 모험자본 공급에 힘써달라고 요청했다.
이 원장은 8일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26개 증권사·자산운용사 CEO들과 간담회를 열고 “그간 금융투자산업은 도전적이고 생산적인 투자보다 상대적으로 안전하고 비생산적 영역 투자에 치중한 측면이 있다”며 다섯 가지 사안을 당부했다.
우선 이 원장은 앞서 은행장, 보험사 CEO들과 만났을 때와 마찬가지로 증권·운용사 CEO들에게도 가장 먼저 금융투자자 보호를 최우선에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고객의 입장에서 상품의 위험과 필요성 등을 온전히 헤아려 투자 권유와 설명이 이뤄진다면 불완전판매는 애초에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며 “CEO 여러분께서 상품의 설계, 판매, 운용 및 신용정보전산시스템의 안전확보를 위한 투자 및 인력 확충 등 영업행위 전 단계에 사전 예방적 투자자 보호 문화가 뿌리내릴 수 있도록 직접 챙겨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내부통제의 철저한 혁신을 통해 조직문화도 근본적으로 바꿔주시기 바란다”며 “발생한 위험에 대한 책임을 제대로 물을 수 있도록 성과 보상 체계를 원점에서 재점검 해 주시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 원장은 두 번째로 자본시장 불공정행위 근절 노력을 당부했다. 그는 “고객이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도록 불공정 행위의 위험성과 피해 대응방법에 대한 정보 제공을 강화해달라”며 “나아가 업무 수행 중에 접하는 시장 질서를 훼손하는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휘슬 블로어(Whistle Blower)’로서의 역할도 적극 수행해 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세 번째로 퇴직연금 시장의 신뢰성 제고를 위해 힘써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퇴직연금은 준(準)공적연금체계로 전환되는 게 세계적인 흐름”이라며 “TDF 중심의 운용을 통해 장기적 관점에서 수익률이 제고될 수 있도록 상품설계, 판매 등 전 과정에서 가입자 중심의 업무혁신을 위해 노력해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네 번째로 금융투자 업계의 모험자본 공급 책무를 강조했다. 그는 “금융투자업계가 생산적 금융의 핵심 플랫폼이 돼달라”며 “금융투자산업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체투자 등 비생산적이고 손쉬운 수익 창출이 가능한 영역에 쏠림이 있었다”며 “투자 관행을 획기적으로 전환해 스타트업 발굴 및 초기투자, 벤처투자, 중소기업 스케일업 등 기업 성장의 전 과정에서 생산적 투자 체계를 구축해 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모험자본 공급은 정책 지원이 전제되어야만 고려할 수 있는 조건부 선택이 아니라 금융투자회사의 존재 이유이자 본연의 역할임을 분명히 인식해 주시기 바란다”고도 말했다.
이 원장은 마지막으로 증권사와 운용사들이 정부의 자본시장 선진화 정책에 발맞춰 지배구조 개선과 적극적인 주주 환원에 나서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기관투자자로서의 자산운용사의 역할 또한 매우 중요하다”며 “스튜어드십 코드 이행 등 수탁자 책임을 철저히 이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모두발언 말미에 “저 역시 자본시장 육성의 책임자로서 코스피 지수 상장지수펀드(ETF) 등과 스타트업 투자를 적극 추진해, 제 자산을 관리하듯 생산적인 자본시장의 관리자로서의 책무를 충실히 이행하겠다”고도 덧붙였다.
금감원에 따르면 간담회 참석자들은 금융투자 산업의 생산적 금융 강화와 금융투자자 보호를 위해 적극 노력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이들은 증권사 법인지급결제와 신기술사업금융업 추가 등록 허용, 중소기업 특화 증권사 제도의 실효성 제고 등 기업 활동의 효율적 지원을 위한 제도 개선에 대해 금융당국의 관심을 요청했다. 또 기관투자자의 역할 강화와 펀드를 통한 장기투자를 유도할 수 있도록 제도적·세제적 지원도 부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