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마트폰 앱과 통신망을 활용한 네트워크 기반 차량-사물 통신(V2X) 기술이 표준화 단계에 들어섰다. 도로 인프라 설치에 시간이 걸리는 기존 단말기 기반 직접 통신 방식의 보완수단으로 주목받는다. 정부의 자율주행 4단계 로드맵과 맞물려 보다 빠른 상용화를 위한 기술 체계 다변화 흐름이 본격화하고 있다.
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ITS Korea 기술표준 협의체(WG19)는 'V2N2X(차량-네트워크-사물)' 구조를 중심으로 기술 표준화 작업에 착수했다. 단말-서버 간 메시지 포맷 일부는 이미 발간됐으며, 현재는 서비스 사업자 간 연동을 위한 '서버-서버' 통신 규격 정립이 추진되고 있다. 표준화가 마무리되면 민간과 공공 영역 모두 동일한 기반에서 서비스를 구현할 수 있어 중소사업자의 차세대 지능형 교통 시스템(C-ITS) 진입 장벽도 낮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기존 C-ITS는 차량 단말(OBU)과 도로변 기지국(RSU)이 직접 통신하는 방식으로 구축됐다. 지연시간이 짧아 정밀 제어에 유리하지만, RSU를 1km 이내 간격으로 촘촘히 설치해야 하고 차량에도 전용 단말을 설치해야 하는 등 확산 속도에는 제약이 있다.
반면 네트워크 기반 방식은 스마트폰 앱으로 서비스를 구현하고 기존 LTE·5G망을 통해 정보를 분석·전송한다. 직접 통신과 비교할 때 다소 지연시간이 있지만, 전용 장비 없이 바로 서비스가 가능해 보급 측면에서 현실적 장점이 크다. 이에 정부와 업계는 고정밀 제어가 필요한 상황엔 직접 통신을, 일반 안전경고 서비스엔 네트워크 기반 방식을 적용하는 '혼합 구조'가 가장 현실적인 해법이라는 데 인식을 같이하고 있다.
글로벌 추세도 단일 솔루션을 고수하기 보다는 다양한 방안을 병행 추진하는 방향으로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유럽 NCAP는 최근 병렬 통신 구조를 신차 평가 기준에 포함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등 국제 기술 흐름 역시 구조 다변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V2N2X 구조 기술 표준화 작업에는 LG전자 등이 참여하고 하고 있다. 동시에 네트워크 기반 V2X 실증도 전국 4곳에서 진행 중이다. 서울 강서구 초등학교 주변 7개 교차로에 RSU 22대를 설치해 16만5000건의 이벤트를 분석한 결과, 약 1만9000건에서 충돌 위험 경고가 발생했고 이 중 68.3%가 즉시 반응했다. LG전자 관계자는 “차량은 감속하고 보행자는 경로를 바꾸는 행동이 관측됐다”고 설명했다.
인천 송도에선 공공과 민간 서비스 간 연동 실증도 병행 중이다. 이 관계자는 “기존 서비스와 운영 주체가 다른 앱 간 연동을 통해 서버 간 통신 구조를 검증하는 단계”라며 “시민 대상 서비스 배포를 통해 사실상 상용화에 가까운 환경에서 경험을 축적하고 있다”고 말했다.
표준화는 연내 주요 파트를 완성하고 내년 발간을 목표로 추진된다. 표준이 정립되면 스타트업과 중소기업도 대기업과 동일한 인터페이스를 활용할 수 있게 되면서 서비스 연동성과 시장 진입 기회가 대폭 확대될 전망이다.
C-ITS 관계자는 “다양한 사업자가 참여하는 생태계 조성과 시장 확대도 탄력을 받을 것”이라며 “V2X 서비스의 확장성과 안전성을 높이는 기점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박효주 기자 phj20@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