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연구진이 세계 최초로 사람 개입 없이 스스로 지식을 쌓고 진화하는 '자율성장형 수면상담 인공지능(AI) 에이전트' 기술을 개발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은 사용자가 필요로 하는 수면 정보를 AI가 스스로 습득하고, 개인 상태·반응에 따라 상담 방식을 진화시키는 AI 상담 시스템을 구현했다고 12일 밝혔다.
개발 시스템은 사용자 수면 부족 상태를 인식하고 맞춤형 해결책을 제안하며, 지속적인 대화로 개인 특성·선호를 학습한다.
기술 핵심은 AI 두 종류가 협력하는 '이중 AI 구조'다. 하나는 상황을 추론·판단하는 자율성장형 AI며, 다른 하나는 사람 상태·의도를 이해하고 적절히 대응하는 인간 이해형 AI다.
두 AI가 협력하면서 새로운 경험으로 얻은 정보까지 학습해 상담 수준을 점점 고도화한다. 기존 학습 데이터가 없어도 새로운 질문에 답할 수 있는 '제로샷 러닝' 방식을 적용, 예상치 못한 질문에도 유연하게 대응한다.
ETRI 연구진은 실제 사용 환경 기술 검증을 위해 다수를 대상으로 수면 상태 데이터를 수집하고, 전문 가 상담 내용을 분석해 고품질 AI 학습 데이터를 구축했다.
상담으로 생성한 정보는 지식 그래프 형태로 축적되며, 시간이 지날수록 상담 정밀도와 개인화 수준이 높아진다.
또 수면 패턴, 활동량, 대화 이력, 설문 결과 등 다양한 정보를 통합해 새로운 지식으로 전환하고 이를 기반으로 상담 내용을 진화시킨다. 이런 정보 처리 과정은 최근 주목받는 검색 증강 생성(RAG) 기반 대규모 언어모델(LLM)을 통해 구현된다.
단순한 수면 상담을 넘어 수면 질환자뿐 아니라 정서적 위로가 필요한 사용자에게도 맞춤형 상담이 가능하다. 향후 스마트워치나 가전제품 등과 연동해 실시간 케어 서비스로도 확장될 수 있다.
송화전 ETRI 복합지능연구실장은 “이번 기술은 단순 수면 상담에 그치지 않고 디지털 헬스케어, 지능형 홈 서비스, 고령자 돌봄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될 수 있다”며 “AI가 사람처럼 상호작용하며 지식을 축적·확장하는 진정한 의미의 '진화형 AI'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ETRI는 이를 시작으로 식습관, 운동, 감정관리 등 다양한 삶 영역으로 자율성장형 AI 활용을 확대할 계획이다.
이번 기술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자율성장형 복합 AI 원천기술 연구' 과제 일환으로 개발됐으며, 현재까지 SCI급 논문 12편, 국내외 특허 46건을 출원 등 성과도 이뤘다.
김영준 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