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일제강점기 임시정부라고 하면 ‘상해’를 말한다. 그렇게 배웠고 그렇게 알고 있다. 그것도 맞다. 하지만 임시정부(대한광복군정부)는 그 전에 연해주에서 먼저 시작됐다. 안중근 의사의 단지동맹(1909년 러시아 연해주 지역에서 안중근 의사를 비롯한 12명의 독립운동가가 조국 독립을 위해 목숨을 바칠 것을 맹세하며 왼손 약지 한 마디를 자른 결사대 활동이다. 이들은 이 모임을 ‘동의단지회(同義斷指會)’라고 불렀다.)이 바로 연해주 하산군에서 결성됐다는 사실도 새로울 것이다.
1860년대 들어 조선왕조의 말기적 혼란에 더해 자연재해가 계속되면서 생존에 위협을 느낀 함경도 주민 일부가 두만강을 넘어 현 연해주 지역으로 들어갔다. 비교적 자유로운 농경 생활을 하게 되면서 한인들이 수적으로 불어나고 지역적으로 확산돼갔다. 두만강 연안은 물론, 포시에트를 거쳐 블라디보스토크, 우수리(Ussuri) 지역, 그리고 이후 건설되는 시베리아 철도를 따라 발달한 주변 중소도시에까지 한인 거주지가 넓어지게 됐다.
한인들의 독특한 단결심과 성실함, 그리고 뛰어난 환경적응 능력으로 20세기가 되기 전에 경제·사회적으로 두각을 나타내며 성공한 인물들을 배출했다. 이들에 의해 동포 자제들에 대한 교육과 산업 장려 정책이 자체적으로 일어나기 시작했다. 1905년 ‘을사조약’ 즈음엔 그 역량이 비약적으로 커져서 조국의 독립운동을 위해 국내의 우국지사들이 그곳으로 모여들었을 때 국권회복운동의 기반이 이미 마련돼 있었다.


연해주 한인사회의 독립운동은 1906년부터 본격화돼 이상설 선생을 중심으로 최재형, 안중근, 홍범도 등 독립투사들과 권업회, 대한광복군정부 등 매우 잘 조직된 활동을 했다. 1918년 말부터 1919년 초까지 연해주 독립운동 지도자들은 국내외 각지의 독립운동가들과 접촉했다. 여운형이 노령을 방문해 노령 지역 지도자들과 많이 접촉했다. 일본지역 동경 유학생들과는 1918년 말 이래 연락이 오가고 있었으며, 1919년 2월 초에는 동경 유학생 대표가 노령에 와서 문창범과 만났다.
간도 지역과는 지역적으로 가까워 긴밀하게 접촉을 유지하고 있었다. 1919년 2월 25일 니콜리스크에서 전로한족중앙총회를 중심으로 노령과 간도 및 국내 대표자들이 전로국내조선인회의를 열자 김약연·정재면 등이 간도 대표로, 문병호·윤동철이 훈춘 대표로 참석했다. 서간도에서도 대표 3명을 파견했다. 전로국내조선인회의는 제1차 세계대전 종전에 따른 새로운 국제정세에 대응해 노령과 중국 한인들의 의사를 집약한 ‘독립선언서’를 발표했다. 시위 운동을 비롯한 독립운동을 계획하고, 이를 추진할 대한국민의회의 조직 등도 협의했다.
국내와 만주·노령 한인의 대표기관으로서 대한국민의회가 설립됐다. 대표에 문창범, 부의장 김철훈, 서기 오창환을 선출했고, 1919년 3월 17일 대한국민의회 명의의 ‘독립선언서’를 발표했다. 1918년 5월 니콜라스에서 소집된 제2차 ‘전로한족회’에서는 적백내전(赤白內戰)에 대해 중립을 선포하고 극동소비에트 인민위원회에 한인들의 자치를 요청했지만 승인받지 못했다.

대한국민의회는 상설의원 30명과 통상의원 40∼50명으로 구성해 민족적 대표성을 강화했다. 집행부는 선전부(후에 군무부로 개칭)·재무부·외교부 등 3개 부서를 뒀다. 지방조직으로 전로한족중앙총회의 지방조직과 훈춘지부·간도지부 및 국내의 경성국민의회도 조직됐다.
전로국내조선인회의에서 3단계 독립운동방안이 강구됐다. 제1운동은 ‘독립선언서’ 발표, 태극기 게양, 가두 시위 운동, 제2운동은 국내외 무장세력에 의한 국내 진입 무력 시위 운동, 제3운동은 무력 시위 운동과 동시에 미국으로 하여금 일본에 간섭케 하고 파리평화회의에 한국 독립문제를 상정하는 것으로 정했다. 강화회의에 의제로 상정한다는 것은 국내를 ‘병란지(兵亂地)’로 만들어 연합국으로 하여금 교전단체로 승인하게 하는 것이다. 이리하여 1만 명의 결사대를 조직, 국내 진입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김승율 시베리아포럼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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