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터널 추진까지 정교 유착으로 몰아가나 [종교 칼럼]

2025-11-27

27일 MBC PD수첩이 ‘통일교 2부-신(神)개념 정치동맹’ 제하의 방송에서 ‘한일해저터널’을 통일교의 정치력 확대 수단으로 규정한 것은 한일터널 논의의 본질을 지나치게 좁힌 시각이다. 정치자금이나 당원 동원과 같은 법적 논란은 사실관계에 따라 명확히 규명되어야 하겠지만, 그렇다고 한일해저터널 구상 자체를 ‘정교유착의 산물’로 해석하는 건 역사적 맥락과 국익적 의미를 간과한 과도한 비약이다.

한일터널의 출발점은 40여 년 전 국제사회에서 공개적으로 제시된 지구촌 평화와 번영의 비전이다. 1981년 문선명 총재는 ‘제10차 국제과학통일회의’ 기조연설에서 국제하이웨이 건설을 주창하고, 그 일환으로 중국~한반도~일본을 연결하는 이른바 ‘한일해저터널’이라는 대규모 인프라 구상을 내놓았다. 그는 이 연결망이 동북아 경제·문화권을 통합하고, 남북문제를 포함한 지역 긴장을 완화하며, 새로운 태평양 문명을 여는 실질적 기반이 될 것이라 전망했다.

문 총재는 말에 그치지 않고 구상을 현실에 옮겼다. 일본 사가현 가라쓰에 터널 예정지를 확보하고, 민간 자본으로 해저 600m까지 조사사갱을 굴착했다. 민간 차원에서 실행한 초장대 인프라 시도라는 점에서 이례적이었다. 이 비전은 한학자 총재에 의해 ‘유훈사업’으로 계승되었고, 세계평화고속도로 개념 속에서 베링해협과 유라시아 대륙을 연결하는 초국가적 인프라 전략으로 확장됐다. 종교적 이익과는 무관한 국경을 넘는 교류·평화·경제권 형성이라는 목적이 중심이었다.

학계의 평가는 더욱 분명하다. 허재완 중앙대 명예교수는 한일터널을 베이징~서울~도쿄를 잇는 ‘베세토 하이웨이’의 핵심축으로 규정하며, 동북아 교통·물류 통합과 한국의 지역경제 중심성 강화를 위한 전략적 인프라라고 분석한다. 곽결호 전 환경부 장관(전 대한토목학회장) 역시 이를 ‘금세기 최대 창조 프로젝트’로 평가하며 부산·동남권의 국제도시화, 철도 기반의 녹색교통 확대, 남북한~중국~러시아~유럽으로 이어지는 초광역 경제망 형성의 기점으로 본다. 이는 어디까지나 도시계획·경제·환경 정책적 시각이지 특정 교단을 대변하는 문제가 아니다.

한일해널은 양국 정상들 간에도 꾸준히 논의돼 왔다. 노태우 대통령은 일본 국회 연설에서 협력 추진 의사를 밝혔고, 가이후 도시키 총리는 이에 동의했다. 김대중 대통령–모리 총리, 노무현 대통령–고이즈미 총리 회담에서도 같은 논의가 오갔다. 일본 국회에서는 초당파 의원연맹이 구성되었고, 부산광역시와 국책연구기관은 경제성·기술성 연구를 반복해 왔다. 이는 한일터널이 종교단체 문제가 아니라, 실제로 국가와 학계가 검토해 온 장기 전략 의제임을 보여준다.

여기서 중요한 문제 하나가 남는다. 그렇다면 통일교는 왜 이 사업과 관련해 정치권이나 국회의 협조를 구했는가. 이 질문이야말로 PD수첩이 다루지 않은 핵심이다. PD수첩은 성급히 ‘정교유착’으로 결론냈지만, 초장대 인프라의 구조적 특성을 고려하면 보다 냉정한 판단이 필요하다. 길이가 200㎞가 넘는 초장대 해저터널은 민간 차원에서 추진될 수 있는 사업이 아니다. 영국과 프랑스가 도버해협에 유로터널을 건설할 때에도 양국 정상의 합의와 정부 보증, 그 뒤에 민간 자본이 결합하는 순서였다. 국경을 넘는 교통 인프라는 양국 정부가 합의해야만 법적 절차가 열리고, 기초 조사와 환경영향 평가, 국제 협약, 해저 구간 관할 문제 등이 해결된다. 즉 터널의 추진 여부는 본질적으로 정책과 외교의 영역에 있기 때문에 정부와 국회의 참여 없이는 1m도 나아갈 수 없다. 따라서 정부 협조 요청 자체를 ‘정교유착’의 증거로 해석하는 것은 초대형 인프라가 가진 제도적 구조를 오해한 것이다.

한일터널이 실현될 경우 한국이 얻을 국익은 분명하다. 동북아 육상 물류의 중심국가로 도약하고, 철도 기반의 녹색 인프라를 확충하며, 부산·동남권을 포함한 전국의 균형 발전을 촉진할 수 있다. 유라시아로 이어지는 초광역 경제망의 관문을 확보한다는 점에서도 전략적 의미가 크다. 이러한 교통·문화 교류의 확대는 동북아 공동체 형성의 실질적 토대가 되며, 한국과 일본은 물론 동아시아 전체가 공유하는 이익이다. 통일교는 확고한 신념하에 평화 로드맵을 제시했을 뿐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감정적 프레임이 아니라, 장기적 국익과 동북아 질서를 바라보는 성숙한 공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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