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남인터넷신문]치유농업과 숲 치유가 사회적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지만, 운영 주체자인 대다수의 농장과 숲 프로그램은 ‘좋은 취지’와 ‘건강에 좋다’는 원론적 설명을 벗어난 마케팅 측면에서 취약한 편이다. 마케팅 분야는 폭 넓으나 숲치유와 치유농업 프로그램은 놀이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점에서 ‘놀이를 설계할 수 있는가’, 그리고 그 놀이가 마케팅 자산으로 전환되는가가 중요하다.
최근의 소비는 상품이 아니라 경험을 산다. 그리고 그 경험은 체험이 아니라 ‘놀이’여야 오래 기억되고, 다른 사람에게 전파된다. 치유농업은 흔히 ‘돌봄 농업’, ‘정서적 회복’을 위한 활동으로 정의되지만, 실제 현장을 들여다보면 참여자들은 돌봄보다 재미를 먼저 인식한다.
밭을 일구고 모종을 심는 행위도 “내가 심은 것과 옆 사람이 심은 것 중 무엇이 더 잘 자랄까?”라는 놀이적 경쟁이 개입되는 순간, 감정 몰입도가 달라진다. 오감을 활용한 숲치유 프로그램도 ‘피톤치드가 몸에 좋다’는 설명보다, ‘무작위로 주어진 나뭇잎을 보고 나무 이름을 맞히는 숲 속 퀴즈’가 훨씬 오래 기억된다. 치유의 효과는 그다음에 찾아온다.
즉, 놀이화된 체험이 먼저이고, 치유는 그 결과라는 점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현대 치유농업은 ‘효과 중심’에서 ‘경험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고, 이 흐름은 마케팅과 자연스럽게 맞물린다. 지금의 소비자는 체험을 소비하는 순간 동시에 SNS를 통해 공유하고, 타인의 소비를 유발하는 ‘확산형 소비자’가 되었기 때문이다.
치유농장은 더 이상 ‘힐링이 되는 공간’만으로는 부족하다. ‘사진이 잘 나오고’, ‘이야기가 만들어지고’, ‘경쟁·협력·미션이 있는 프로그램’일 때 콘텐츠가 된다. 가령, 단순한 허브 수확 체험 대신 ‘나만의 향기 블렌딩 레시피 만들기 미션’, ‘가장 향이 좋은 잎 찾기 놀이’, ‘허브 이름을 스토리로 기억하는 게임’으로 구성하면 참여자는 소비자가 아니라 경험의 주인공이 된다.
마케팅은 이 지점에서 일어나며, 참여자는 프로그램이 아니라 자신을 홍보한다. 바로 이것이 놀이 기반 마케팅(play-based marketing)이다. 숲치유 또한 마찬가지다. 걷기 명상, 호흡하기, 자연물 쓰다듬기 같은 정적 활동만으로는 확장성이 제한된다. 반면 ‘숲 속 사운드 헌팅’, ‘땅에 떨어진 씨앗으로 자연 만다라 만들기’, ‘나무 그림자 따라 몸동작 퍼포먼스 하기’와 같은 놀이형 숲치유는 프로그램이 끝난 뒤에도 참여자가 스스로 홍보자가 된다.
이러한 변화는 치유농업이 지역경제와 연결되는 방식에도 영향을 미친다. 단순 방문형 체험은 1회성 매출에 그치지만, 놀이형 콘텐츠는 굿즈·교육·재방문·커뮤니티·콘텐츠 유통으로 확장되며 파생 매출을 만든다. 영국·네덜란드의 사회적 농업도 단순 명상·원예 활동에서 벗어나, ‘작은 농장 올림픽’, ‘가드닝 스토리 챌린지’처럼 놀이 방식을 도입하면서 청년·가족·관광객이 유입되는 전환점을 맞았다.
중요한 사실은 놀이를 강조해도 농업·숲·힐링의 본질이 결코 훼손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오히려 놀이가 개입되면서 치유 효과는 강화된다. 심리학에서 놀이는 ‘억압되지 않은 감정 표현 장치’로, 뇌과학에서는 도파민·세로토닌 활성화 촉진 요인으로 설명된다. 치유농업이 가진 치료·돌봄의 본래 가치가 놀이를 통해 더 자연스럽게 작동하는 셈이다.
따라서 앞으로의 치유농업과 숲치유 마케팅은 ① 이 프로그램은 재미있는가?, ② 경험 후 사람들은 자발적으로 공유하고 싶은가?, ③ 놀이가 서사(스토리)를 만들고 있는가?가 중요해진다. 그리고 이 부분에 비중을 둘 때 숲치유와 치유농업은 문화·관광·교육·콘텐츠 산업으로 확장할 될 수 있다.
결론적으로, 숲치유·치유농업·웰니스관광의 미래는 놀이를 설계할 줄 아는 농장·숲·운영자의 시대로 이동하고 있다. 치유의 언어는 설명이 아니라 경험이며, 경험의 핵심은 놀이이고, 그 놀이는 곧 마케팅이다. 이것이 숲치유와 치유농업이 다음 단계로 도약하기 위한 핵심 전략이다.
참고문헌
허북구. 2025. 놀이 경제와 치유농업의 마케팅 방향. 전남인터넷신문 치유농업과 음식칼럼(2025.11.02).
허북구. 2025. 놀이의 심리적 구조와 치유농업. 전남인터넷신문 치유농업과 음식칼럼(2025.11.01).
허북구. 2025. 치유농업과 로제 카이요의 놀이 이론. 전남인터넷신문 치유농업과 음식칼럼(2025.10.31).
허북구. 2025. 재미농업과 엔터테인먼트 농업, 농촌의 새로운 무대. 전남인터넷신문 허북구농업칼럼(2025-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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