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찬우 기자 =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2일 경제계 신년인사회에서 "2026년은 대한민국이 마이너스 성장으로 들어갈 것인지, 새로운 성장의 원년을 만들 것인지를 결정하는 거의 마지막 시기"라며 성장 중심의 국가 전략 전환을 강하게 촉구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이날 서울 남대문로 상의회관 국제회의장에서 '2026년 경제계 신년인사회'를 개최했다. 1962년 시작돼 올해로 64회를 맞은 이번 행사는 기업인과 정부·국회 주요 인사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경제계 최대 규모의 신년 행사다.
'성장하는 기업, 도약하는 대한민국'을 슬로건으로 열린 이날 행사에는 경제6단체장을 비롯한 기업인 500여명과 함께 국무총리와 여야 4당 대표, 주요 경제부처 장관들이 참석해 경제 재도약을 위한 의지를 다졌다.
최 회장은 "지난해 이 자리에서만 해도 0% 성장을 걱정했지만, 정부와 기업이 함께 뛰면서 0.9~1% 수준의 성장을 만들어냈다"며 "그러나 지금의 성장세로는 미래를 만들어 가기에 분명히 역부족"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금은 서로를 격려할 때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냉정한 현실 인식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한국 경제의 저성장 구조를 구체적인 수치로 설명했다. 최 회장은 "1996년만 해도 우리 경제는 8%대 성장을 했지만 이후 5년마다 약 1.2%포인트씩 성장률이 하락해 현재는 0.9% 수준까지 내려왔다"며 "이 흐름이 이어진다면 5년 후에는 마이너스 성장 국면에 들어갈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이어 "마이너스 성장은 단순한 숫자의 문제가 아니라, 다음 성장을 견인할 자원 자체가 사라지는 상황"이라며 "자본은 수익 가능성이 높은 곳으로 이동하기 때문에 외국인투자(FDI)는 물론 국내 자본과 국민 자산, 인재까지 한국을 떠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 문제는 애국심에 호소해서 해결할 수 있는 성격의 문제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최 회장은 성장 회복의 핵심 해법으로 AI를 중심으로 한 전면적 성장 전략을 제시했다. 그는 "올해는 모든 정책의 초점을 성장에 둬야 한다"며 "AI 파도에 올라타기 위해 AI 제너레이션을 위한 스타트업 시장을 키우고, 인프라를 선제적으로 구축하며, 해외 리소스를 적극 유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기업 규제 방식과 관련해 "기업 규모에 따라 규제를 나누는 계단식 규제는 이제 걷어내야 한다"며 "성장하는 기업을 기준으로 지원하는 체계로 법과 제도를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역 발전 역시 "성장이 가능하도록 유인 체계를 설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기업의 역할에 대해서도 보다 직접적인 실행 의지를 밝혔다. 최 회장은 "기업계는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투자와 고용을 확대하고, 구조적인 고비용 문제를 개선하며, 글로벌 협력을 통해 새로운 부가가치를 만들어내는 데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그는 "양극화·불평등·지역 소멸·저출산 등 사회 문제 역시 기업의 창의적인 해법으로 접근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이 모든 과제는 기업 혼자서 해낼 수 있는 일이 아니다"라며 정부와 국회의 역할을 분명히 했다. 최 회장은 "과거에 묶여 있는 법과 제도를 미래에 맞게 고치고, 획일적이고 경직된 시장을 더 유연하고 신축적으로 만들어야 한다"며 "성장하는 기업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입법의 포커스를 전환해 달라"고 요청했다. 메가 샌드박스의 실질적 제도화와 일본과의 경제 협력 협의체 구성 필요성도 함께 언급했다.

이에 대해 김민석 국무총리는 "물려받은 경제 환경과 지금 우리 앞에 놓인 국제 환경이 결코 만만치 않다는 것을 정부도 잘 알고 있다"며 "지금은 대한민국의 성장 동력을 근본적으로 강화해 이 변화의 파고를 헤쳐가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김 총리는 "제도를 바꾸고 규제를 개혁하며, 산업의 성과가 국민 모두에게 공유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청년과 가계, 소상공인의 부담을 덜어주는 정책을 통해 성장의 과실이 사회 전반으로 확산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최 회장의 문제의식에 공감을 표하며 "대통령과도 '지금 이 시기에 가장 중요한 국가 비전은 성장의 회복'이라는 데 인식을 같이해 왔다"며 "정부는 한편으로는 위기를 극복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성장 회복과 대도약을 위한 기반으로서의 사회 통합을 함께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총리는 "어려운 관세 협상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할 수 있었던 힘 역시 정부와 기업이 투명하고 긴밀하게 협력했기 때문"이라며 "이번 신년인사회가 기업과 정부가 함께 뛰고, 국민과 함께 대한민국 성장의 회복과 도약을 만들어 가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chanw@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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