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지중해식사(The Mediterranean Diet)’가 2010년 유네스코(UNESCO) 세계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되어 오늘날 건강식이나 치료식으로서 전 세계적으로 가장 건강한 식사패턴으로 여겨지고 있다. UNESCO에 따르면 지중해 식사 관련된 전통·상징·의식·지식 등 일련의 기술, 그리고 음식을 나누고 소비하는 것까지 포함한다고 한다.
지중해식사의 UNESCO 등재 이유는 무엇보다 1960년대부터 막대한 연구비를 끊임없이 전세계 각 분야 학자들에게 지원한 결과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결과는 전통과 철학이 있는 지중해식 식재료와 식단의 우수성이 인문·과학적으로 규명되어 세계 유수 저널에 끊임없이 게재되고 있으며, 이러한 인문·과학적인 근거를 들어 가치를 부여한 마케팅으로 전 세계에 지중해 식사의 우수성을 잘 알리고 있는 사례가 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 한식(K-푸드)의 현주소는 어떠한가? 지중해식사와 비교하여 손색이 없는 오랜 역사와 전통을 가지고 있는 K-푸드도 건강과 웰빙을 지향하는 음식으로 세계인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잠재력은 충분하다. 이미 세계보건기구(WHO)는 K-푸드를 적절한 균형을 갖춘 모범식으로 소개했고, 한국인의 건강비결은 K-푸드 때문이라고 외국인들이 더 열광하고 있다. 늦게나마 우리정부도 2008년, ‘한식의 세계화 원년’을 선포하여 R&D지원을 시작했으며, 이후 그 우수성을 인문/과학적으로 증명하기 위한 노력이 계속되고 있으나 아직 K-푸드(특히, 비빔밥)의 과학적 근거를 위한 국내/국제 논문은 아직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은 2013년 김장문화가 UNESCO세계무형문화유산에 등재 되었고, 2024년엔 장문화가 등재되는 성과를 이뤘다.
이제 K-푸드에서 유래된 비빔밥이 UNESCO 세계무형문화유산 등재도 머지않아 보인다. 그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UNESCO 인류 무형문화유산 등재를 위한 심사기준을 살펴보면 ‘공동체 정신이 깃들어 있는가? 지속가능하여 사회문화적 가치가 있는가? 생태친화적이며 글로벌 커뮤니티에 기여가 가능한가?’로 요약된다. 따라서 한국인의 소울푸드인 비빔밥은 ‘잘 지은 밥에 고기와 다양한 여러 가지 나물들을 올리고, 양념장으로 비벼먹는 음식’으로 공동체 정신, 영양, 위생, 건강 및 환경적인 면에서 ‘완벽한 한그릇 음식’으로 UNESCO 등재조건에 매우 부합되기 때문이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 라는 속담이 있다. 그간 흩어져 있는 비빔밥 관련 철학, 의례, 식재료관련 인문·과학 연구들을 엮고 새롭게 만들어 그 숨은 가치가 국제적으로 새롭게 인정받기 위해 구슬을 꿰는 노력이 필요하다.
2024년 마지막 남은 1장의 달력을 보면서 비빔밥의 유네스코 인류 무형문화 유산 등재를 향한 희망찬 내일을 구상해본다. 첫째. 정부와 지자체는 지나친 제품개발연구가 아닌 지식창출연구에 중점을 둔 비빔밥관련 지속사업이 될 수 있도록 지원을 해야 하며 단기적 성과보다는 장기적인 비전으로 정책을 수립해야 할 것이다. 둘째, 무조건 ‘원더풀 비빔밥’도 중요하지만 자라나는 우리 청소년 및 국민들이 비빔밥의 맛과 우수성을 알고 애정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저변확대를 위한 교육시스템(식생활·조리·영양교육)이 꼭 필요할 것이다. 셋째, 혼자서 독주하는 비빔밥 관련 사업이 아닌, 공동의 목표를 가지고 정부와 대학, 기업, 연구소 민간단체 등이 함께 고민하고 해결할 수 있는 시스템을 속히 만들어야 할 것이다. 이런 정책 들이 우리의 비빔밥처럼 잘 어우러진다면 머지않아 비빔밥이 유네스코 세계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 될 것이고 ‘세계인이 함께 하는 비빔밥’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차연수 전북대학교 식품영양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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