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뉴스핌] 장일현 특파원 =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일론 머스크의 소셜미디어 플랫폼 엑스(X·옛 트위터)에 대한 디지털서비스법(DSA) 위반 혐의 조사를 일시 중단했다고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당초 여름 휴회에 들어가는 이달 말 이전에 조사를 마무리할 예정이었으나 미국과의 무역 협상에 영향을 미치지 않기 위해 일정을 뒤로 미루고 있다는 것이다.

FT는 이날 이 사안에 정통한 관계자 3명을 인용해 "엑스에 대한 DSA 위반 조사는 미국과의 무역 협상이 어느 정도 결론이 난 이후에야 결정이 이뤄질 것"이라고 보도했다. 한 EU 집행위 관계자는 "모든 이슈들이 연결돼 있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4월 초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EU 집행위가 엑스에 대해 불법 콘텐츠와 가짜 뉴스 확산 방지 의무를 제대로 준수하지 않았다며 10억 달러가 넘는 벌금을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최종 결정은 오는 여름쯤 발표될 예정이며 벌금이 부과되면 DSA 위반에 따른 첫 처벌 사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상호관세 위협을 본격화하고, 협상을 위해 시행을 늦추는 행보를 반복하면서 이 사안도 영향을 받게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월 초 EU에 대해 20%의 상호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한 뒤 90일간의 협상을 위해 관세율을 10%로 인하했다. 그는 지난 12일에는 협상 불발 시 다음달 1일부터 3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서한을 EU에 보냈다.
EU 집행위 관계자들은 "현재 진행 중인 무역 협상으로 미국과 관련된 모든 결정이 정치적으로 민감해졌다"며 "아무도 트럼프를 화나게 하거나 미국과의 무역 갈등을 확대하고 싶어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DSA는 엑스 등 글로벌 IT 기업에 유해 콘텐츠 검열 의무를 규정한 법으로 지난 2023년 8월 25일 발효됐다. 빅테크 기업들의 반경쟁 행위를 규제하는 디지털시장법(DMA)과 함께 EU가 미국 IT 기업들을 견제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수단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EU 규제당국은 엑스가 허위·불법 콘텐츠의 확산을 측정할 자료를 제공하지 않고, 돈을 내면 가입자의 신뢰도 검증 표시를 해주는 정책이 DSA 위반이라고 보고 있다. 법 위반으로 최종 결론 날 경우 EU는 전 세계 연 매출의 최대 6%까지 벌금을 부과할 수 있다.
한편 EU 집행위원회는 지난 4월 디지털시장법(DMA)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애플에 5억 유로, 페이스북 모회사인 메타에 2억 유로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FT는 "DMA 위반에 대한 애플·메타 조사와는 달리 DSA에는 명확한 법적 기한이 없다"며 "이는 EU 집행위로 하여금 공식 조사 결과를 발표할 대까지 정치적으로 더 많은 재량을 행사할 수 있게 해준다"고 말했다.